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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정보

중이염이면 입도 돌아간다? 맞다...귀 쫑긋 세워야할 '청력 상식'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입력 2023.02.04 16:08

 

청력에 관한 오해와 진실
청력 손실은 고령층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65세 이상 고령층의 4분의 1 이상은 청력 손실을 겪는다. 최근엔 이어폰 사용이 늘면서 강한 소리 자극으로 MZ세대의 청력 손실이 늘고 있다. 유소아기 반복적 중이염으로 고막 등 귓속 조직이 손상돼 청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난청·중이염 등으로 청력이 약해지면 대화가 어려워 사회적으로 단절된다. 청력은 약해지는 시점이 빠를수록 노화로 인한 난청이 더 빨리, 심하게 나타난다. 청력과 관련한 건강 상식을 짚어봤다.

감기가 중이염을 유발한다 O

중이염은 유소아에게 흔한 세균성 감염 질환으로 어렸을 때 청력이 떨어지는 주요 원인이다. 실제 중이염으로 치료받는 환자의 절반 이상은 9세 이하 유소아다. 아이가 귀를 계속 만지면서 보챈다면 중이염을 의심하고 이비인후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예방도 중요하다. 유소아는 신체 구조적으로 중이염에 취약하다. 귓속 고막과 달팽이관 사이의 이관(耳管)이 성인에 비해 짧고 넓다. 특히 코와 연결된 이관의 각도가 수평에 가깝다. 감기·폐렴 등에 걸리면 세균·바이러스가 역류하면서 코에서 귀로 침투해 이차적으로 중이염을 앓기 쉽다. 특히 한국은 19A 혈청형 폐렴구균이 유소아의 중이염에 끼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윤기욱 교수는 “청력을 약하게 만드는 중이염을 줄이려면 독감·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리가 들리면 보청기를 착용할 필요 없다 X

위험한 생각이다. 듣기는 들었어도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보청기 착용이 필요하다. 특히 심각한 청력 손실로 뇌 자극이 약해지면서 발병하는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유리하다.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조영상 교수는 “보청기 착용 등 적절한 청각 재활은 뇌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속도를 늦춰 효율적으로 치매를 억제한다”고 말했다. 교정 가능한 치매 원인 중 난청이 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연구도 있다. 술·담배를 끊고 우울증·고혈압을 치료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

중이염으로 입이 돌아가는 안면마비가 생길 수 있다 O

안면마비도 중이염의 합병증이다. 안면신경의 상당 부분은 고막 안쪽에 해당하는 중이와 귀 뒤쪽에 위치한 두개골 내 뼈 안쪽으로 주행한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안중호 교수는 “중이염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염증이 중이 쪽에 위치한 안면신경에 염증을 일으켜 입이 돌아가고 눈이 감기지 않는 등 안면마비 증상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병원 접근성이 높고 조기 항생제 치료로 중이염이 안면마비로 악화할 때까지 방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 들으면 청력이 빨리 약해진다 O

지하철 등 시끄러운 환경에서 이어폰·헤드폰 등 휴대용 음향기기를 사용하면 볼륨을 높이기 쉽다. 귀는 지속적인 큰소리에 약하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이비인후과 홍석민 교수는 “소리가 청각기관인 달팽이관의 외유모 세포에 충격을 주면서 귀로 들을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무선 이어폰 사용자가 늘면서 예전보다 더 자주 자극적인 소리에 노출되기 쉽다. 이어폰을 쓸 때는 최대 음량의 60% 미만으로 들어야 한다. 이어폰을 들으면서 앞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다. 또 이어폰은 하루 60분 이내로만 쓴다. 버스·지하철 등에서 하루 80분 이상 이어폰을 사용하면 소음성 난청 위험이 5배나 높다.

흡연하는 남성은 난청에 취약하다 O

의외지만 사실이다. 담배의 니코틴은 소리를 듣는 달팽이관의 혈액순환을 떨어뜨리고, 유모세포 등 청신경 손상을 일으킨다. 같은 강도의 소음에 노출됐을 때 청력 회복력이 떨어져 소음성 난청을 더 쉽게 겪는다. 소리이비인후과 신중욱 원장은 “나이가 들면서 남성의 난청 비율이 높은 원인 중 하나가 흡연”이라고 말했다. 특히 흡연량에 따라 2배 정도 난청 발생 위험이 커진다.

부모 청각에 이상 없으면 신생아 난청 검사는 필요 없다 X

난청은 신생아에게 흔한 선천성 질환이다. 난청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1000명 중 1~6명의 신생아가 난청을 갖고 태어난다. 유전적 요인이 없더라도 인큐베이터 등 신생아 집중 치료를 받았거나 뇌막염, 선천성 감염 등으로 청력이 나빠질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신생아는 생후 1개월 이내에 신생아 청각 선별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조영상 교수는 “이 시기의 소리 자극은 뇌의 형태·기능적 발달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어리다고 치료를 미루면 대뇌의 청각-언어 중추 발달이 느려져 말이 어눌해질 수 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