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들어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7차 핵실험의 첫 고비로 꼽혔던 김정은의 생일(1월 8일)이 조용히 넘어간 데 이어 지난 17~18일 열렸던 최고인민회의에서도 김정은이 참석했다는 조선중앙통신의 언급이 없었다. 특히, 불혹을 앞둔 김정은이 ‘중년의 위기’를 겪으면서 새로운 불안 요소가 부상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지난 8일 수년간 관찰된 김정은의 모습을 근거로 심리 상태를 분석하며 “김정은은 술을 먹고, 울고, 외로움에 시달린다”면서 “건강 염려증에다 체제 유지에 대한 압박까지 겪는 철권 통치자가 40세가 되면 지금과 다른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현재 과체중으로 각종 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 그러나 의료진과 부인 리설주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많이 피우고 과음하는 습관을 끊지 못하고 있다.
또 김정은이 지난 10일 “잠이 정말 그립다”라는 발언을 했다며 ‘불면불휴의 노고’를 북한 매체가 보도했다. 당초 애민 지도상을 강조하기 위한 선전으로 보였지만, 일각에선 김정은의 ‘불면’을 두고 건강 이상의 조짐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간부들이 김정은에게 “편히 쉬어달라”고 간청하자 김정은은 “명절이야 인민들이 쇠라고 있는 것이지, 당중앙(자신)이 쉬면 번영의 꿈과 이상은 언제 이루겠는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늘 두 가지 그리움이 있는데 하나는 우리 인민들이 세상에 부럼없이 잘 사는 공산주의 이상향을 하루 빨리 보고 싶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잠”이라면서 “잠이 정말 그립다”고 말했다고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질병으로 인한 건강 염려증, 이로 인한 후계구도 문제 등이 김정은의 스트레스를 키웠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전문가 피터 워드는 “김정은은 아마 3년 전보다는 자신이 불멸의 존재가 아님을 잘 인식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는 코로나19에도 걸린 적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가정보원도 지난 2016년 김정은이 몸무게가 40㎏ 이상 늘고 불면증에 걸려 성인병 발발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최근 둘째 딸 김주애와 자주 동행하거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수년 전부터 김정은을 보좌하며 영향력을 키워가는 모습도 혹시 모를 급변 시 혼란을 막고 김씨 일가의 안정적 통치를 이어가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미국에서는 김정은이 갑자기 사망할 경우 동생인 김여정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정은 자녀가 어린데다가 북한 체제가 공고해 김 위원장 유고 발생 시 내부적으로 급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국장은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가 개최한 북한의 리더십 주제 웨비나에서 “김정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혼란과 체제 붕괴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그 경우 김여정으로 권력 이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김정은의 첫째 자녀가 성인이 되려면 2030년은 돼야 할 것”이라면서 “만약 김정은이 몇 년 뒤에 죽는다면 김정은의 세 자녀 중 한 명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한편,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올해 지출을 전년 대비 1.7% 늘리고 경제 분야 예산은 1.2% 증액한 예산안이 보고됐다. 국방비는 예산 총액의 15.9%로 지난해와 같았다.
특히, ‘평양문화어법’은 만장 일치로 채택됐다. 북한 주민들의 남한식 말투와 호칭 사용과 외부 문물 유입에 대한 통제를 법으로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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