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의 비밀
1949년 출발한 중국에서 문자개혁 운동을 제창하며 제정한 한자 자형을 간체자(簡體字) 혹은 간화자(簡化字)라고 하며, 이전의 자형은 번체자(繁體字)라고 부른다.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한자를 우리 스스로도 중국을 따라 번체자라고 부르는 게 맞는 것일까?
우리가 간체자라 부르는 문자의 정식 명칭은 간화자이다. 간화자란 1964년 중국에서 제정하고 1968년 수정한 ‘간화자총표’에서 지정한 표준자형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표준자형이란 중국이 정치적 혹은 문화적 목적으로 제정한 자형을 말한다. 곧 이때의 표준은 중국에서 정한 표준으로 다른 나라와는 관계가 없다. 대만은 표준자형의 명칭을 ‘국자’라고 하고 있으며, 일본이나 기타 국가도 각자 다른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와 마찬가지의 상황이다.
실제 간체자라는 용어는 간화자와는 다른 개념이다. 간체란 어떤 모양을 간략하게 해놓은 자체라는 의미로 간화자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은 한자 자형도 있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보면 중국에서 표준으로 삼고 있는 자형은 간화자이며, 간체자는 아니다. 더욱이 중국인들의 입장에서 자기들의 표준이 아닌 한자 자형을 번체자라고 부르는 것도 사실 이치에 맞지 않는다. 더 나아가 우리가 사용하는 한자 자형이나 대만, 홍콩 등에서 사용하는 자형을 ‘번체’, 번잡한 글자, 곧 사용하기 어려운 복잡한 글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더더욱 지양해야 할 일이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한자의 자형은 전통 시대의 한자 자형이며, 홍콩과 대만 등에서는 이를 근간으로 해서 일부 자형을 수정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영어에서 Simplified Chinese Character와 Traditional Chinese Character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문화를 보는 방법은 상대적이며 문화 나름대로 명칭을 사용하는 이유와 근거가 있다. 상대방의 용어를 비판과 검토 없이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이유나 근거는 없다. 우리의 것이 있는 경우 더욱 그렇다. 이를 두고 시시비비를 가려 우리는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 할 필요도 없다. 간화자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간단하고 쉬운’이라는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려는 것은 중국에서는 당연한 행위이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도 우리는 ‘번체자를 사용한다’고 말하는 것은 되짚어 생각할 문제이다. 같으면서도 다름, 이것이 세계이며, 세계를 보는 눈은 상대방을 인정하되 나를 잃지 않음에서 시작한다.
허철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HK교수
'자유 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석열 ‘단대 전략’이 지지율 상승 이끌었다 (0) | 2022.12.25 |
---|---|
원희룡 “법과 원칙이 국민명령… 업무 거부자 예외없이 다 고발” (2) | 2022.12.25 |
예산도 세법도 ‘밀실 협상’…”도깨비처럼 등장해 국회 모독” (0) | 2022.12.24 |
찔끔인하, 李 지역화폐 부활…巨野에 휘둘린 尹정부 첫 예산 (2) | 2022.12.23 |
"현장에 있어야 할 노동자가 놀면서 月 600만원씩 챙겨요" (0) | 2022.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