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美 국가안보전략(NSS) vs 시진핑의 中공산당 업무 보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자국의 국가 전략과 국정(國政) 운영 방침을 밝혔습니다.
2022년 10월 12일 미국 백악관이 공개한 국가안보전략보고서(National Security Strategy 2022·이하 NSS)와 같은달 16일 중국공산당(중공·中共) 제20차 당대회에서 발표된 시진핑 총서기의 업무보고 문건입니다.
미국 행정부가 출범 때마다 내놓는 최상위 전략문서인 NSS는 군사·외교·경제 등 전 분야의 국가전략을 포괄합니다. 당초 올해 초 발간 예정이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반년 넘게 늦어졌습니다.
이 보고서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인 2021년 3월 나온 A4용지 24쪽 분량의 ‘NSS 중간 지침서(Interim National Security Strategic Guidance)’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습니다. 분량이 48쪽으로 늘어난 게 다릅니다.
시진핑이 1시간44분(104분) 동안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직접 발표한 보고 문건의 제목은 ‘중국 특색사회주의의 위대한 깃발을 높이 들고 전면적인 사회주의 현대화국가 건설을 위해 단결·분투하자’(高擧中國特色社会主義偉大旗幟爲全面建設社会主義现代化国家團結奮鬪)입니다. 전문(全文)만 72쪽으로 5년 전 제19차 당대회 보고문 보다 네쪽 더 늘었습니다.
◇4일 간격...‘미·중 전쟁’ 선포
나흘 간격으로 거의 동시에 나온 NSS와 중공 당대회 업무 보고문은 미·중(美中) 전쟁이 불붙는 시점에서 세계적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두 문서에 두 나라 최고 지도부와 엘리트들의 심중(心中)과 세계관, 국가 전략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서입니다. 미중 전쟁의 최전선(最前線)에 있는 한국도 주목하며 철저하게 해부해야 할 문건이 분명합니다.
바이든은 NSS 앞부분에서 “탈냉전 시대는 확실히 끝났다. 지금 우리는 변곡점(an inflection point)에 서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의 국제체제와 미국에 도전하는 유일한 국가로 ‘중공’(People’s Republic of China·PRC)을 지목했습니다.
“중공은 국제 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와 그것을 할 수 있는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기술적 힘을 모두 가진 유일한 경쟁자(The PRC is the only competitor with both the intent to reshape the international order and, increasingly, the economic, diplomatic, military and technological power to do it)이다”(8쪽)라고 단언한 것입니다.
NSS는 우크라이나 침공국인 러시아를 ‘쇠퇴하는 호전국가’로 평가하고, 미국의 궁극의 적수(敵手)는 ‘인도태평양을 넘어 세계로 세력권 확장 야심’을 가진 중국이라며, “중국은 미국의 가장 중대한 지정학적 도전(America’s most consequential geopolitical challenge)”이라는 표현(11, 12쪽)을 두 차례 이상 썼습니다.
◇“향후 5년이 관건”... 1차 승패 판가름
시진핑은 당대회 보고문에서 최근 5년의 업무 성과를 밝힌 뒤 향후 5년 중공의 목표를 이렇게 천명했습니다.
“중국공산당의 중심 임무는 중국 인민을 단결하고 인도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强國)을 전면건설해 두 번째 100년(第二個百年) 목표를 실현하는 것이다. 중국식 현대화로써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전면추진해야 한다.”(25쪽)
여기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이란 미국보다 강한 세계 1위 국가를 뜻합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시진핑의 10년 연속 국정 슬로건인 중국몽(中國夢)의 지향점입니다. 시진핑은 이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전략을 두 개 시간대로 나누어 달려 나가자(安排是分兩步走)”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2020년부터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한다. 2035년부터 21세기 중엽까지 중국을 부강한 민주문명과 아름답고 조화로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 건설한다.”(24~25쪽)
시진핑은 이렇게 밝혔습니다.
“2035년까지 우리의 경제 실력, 과학 실력, 종합적인 국력을 대폭 향상하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를 큰 폭으로 늘려 새로운 단계로 진입해 중진국 수준에 도달하고, 첨단 과학기술 자립자강 실현으로 혁신형 국가의 선두 반열에 진입하겠다. (중략) 사회주의 현대화를 실현한 토대 위에서 우리들은 계속 분투해 21세기 중엽까지 우리나라를 종합 국력과 국제영향력에서 세계 각국을 선도하는(領先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 만들어야 한다.”(25~26쪽)
2012년 중국공산당 총서기에 처음 선출된 시진핑은 ‘두 개의 100년(兩個百年) 목표를 세웠습니다. 하나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는 2021년까지 ‘전면적인 샤오캉(小康·모두가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달성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공산당의 중국 통치[신중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완성한다는 것이었죠.
◇2035년 거쳐 최종 승패는 2049년
중국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지난해 ‘샤오캉’을 달성했습니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GDP)은 지난해 1만2500달러로 최근 5년 사이에 러시아·브라질·터키·멕시코·아르헨티나를 제쳤습니다. 14억 인구를 가진 나라로서는 기적(奇蹟)에 가까운 성과입니다.
시진핑은 보고문건에서 “이제는 두 번째 백년 목표인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을 향해 분투하며 진군(進軍)할 시점”이라며 “지금부터 5년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전면 건설을 시작하는데 가장 중요한 관건(關鍵) 시기”(26쪽)라고 했습니다.
미국과의 대결 최종 승리 시점을 2049년으로 잡고 있는 중국 수뇌부가 ▲2035년까지 승리를 위한 토대를 닦고, ▲향후 5년을 첫 번째 결정적 시기로 보는 ‘전략 시간표’를 짜놓았음을 대내외에 알린 것입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NSS에서 향후 10년의 중요성을 수 차례 밝혔습니다. “우리는 지금 미국에게 결정적 시기의 초입에 있다. 앞으로 10년은 결정적 시기가 될 것(the next ten years will be the decisive decade)”이라는 표현을 그는 네 차례(6, 12, 24, 48쪽) 이상 썼습니다.
바이든은 지난달 26일 미국 국방 수뇌부와의 면담에서도 “미국이 중국과의 대결에서 ‘결정적인 10년’을 앞두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가 ‘결정적 시기’라고 밝힌 ‘10년’은, 시진핑의 ‘지금부터 2035년까지의 12년’과 거의 일치합니다.
중국과의 경쟁이 10년 이상 가는 구조적이고 전면적인 것이라고 미국이 명시한데 대해, 중국은 사회주의 현대화국가 달성을 ‘새로운 정복 과정(新征程)’이라고 표현(1, 22쪽 등)하며 불퇴(不退) 의지를 밝혔습니다.
2018년 7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高率) 관세 부과로 시작된 미·중 대결은 2050년 무렵까지 진행될 ‘30년 전쟁’입니다. 지난달 두 문건을 통해 볼 때, ‘30년 전쟁’의 승패 판정이 빠르면5년 이내에, 조금 길게는 10년 이내에 이뤄질 가능성도 있는 것입니다.
두 나라는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으며, 이 시간 싸움에서 게으르거나 기회를 허송한 국가는 상대방과의 전쟁에서도 패배하게 될 것입니다. 바이든은 이런 맥락에서 NSS의 마지막 문장을 “이제 낭비할 시간이 없다(There is no time to waste)”라고 했습니다.
총체적인 국운(國運)을 건 외나무다리 승부에 양국 수뇌부는 경각심을 갖고 긴장하는 모습입니다. 5년 전 19차 중공 당대회 보고에서 54회 등장했던 ‘안전’이라는 단어가 올해는 91회로, ‘도전’은 7회에서 11회로, ‘위험’은 8회에서 16회로 각각 늘어난 게 증거입니다.
올해 10월 12일 백악관에서 1시간 넘게 NSS를 직접 브리핑한 제이크 설리번 보좌관은 다음날인 10월 13일 워싱턴DC 소재 조지타운대에서 ‘설리번 보좌관의 대화’ 행사에 참석, 전문가들에게 NSS 관련 설명을 또 다시 했습니다. 미국 국가 엘리트들도 절박한 자세로 이 문제에 임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유의 미국 vs 1인 독재의 중공
두 나라 문건에는 상반되는 것과 비슷한 내용이 섞여 있습니다. 72쪽 분량의 중공 보고문건 어느 곳에서도 ‘자유’ ‘인권’ ‘개인’이라는 표현은 없습니다. 미국이 NSS에서 “우리의 국가 전략 목표는 자유롭고, 개방되고, 번영하고 안전한(a free, open, prosperous and secure) 국제질서 유지”라고 못박은 것(7,8,10쪽)과 대비됩니다.
그 대신 중공은 ‘단결’, ‘공산당 영도(領導)’, ‘분투(奮鬪)’를 입이 아플 정도로 많이 외쳤습니다.
“중앙권위와 당의 집중통일영도를 견고하게 수호한다. 공산당은 전체 인민이 의지할 수 있는 최고의 뼈대(主心骨)이다. 단결분투의 강대한 정치응집력을 확보해야 한다. 단결만이 힘이고 단결만이 승리를 낳을 수 있다.”(27, 65,71쪽)
여기서 ‘당 중앙집중통일영도’는 시진핑 총서기의 당내 핵심 지위와 시진핑 1인 권력 집중을 의미합니다. 이는 20차 당대회 당장(黨章)에 ‘두 개의 수호(兩個維護)’가 반영된 결과인데, ‘인민의 영수(領袖)’로서 시진핑 총서기의 절대적 지위를 명문화한 것입니다.
이번 당 대회부터 중국 최고 지도자 1명과 다른 구성원 사이의 관계는 마오쩌둥, 덩샤오핑 시대와 같은 ‘군신(君臣·임금과 신하) 관계’로 바뀌었습니다. ‘집단지도체제’의 다양성·유연성을 폐기한 중공이 단일대오 아래 종신집권까지 가능한 1인 독재 통치 노선을 확정한 것입니다. 이로써 독재와 전체주의 확산 방지를 소명(召命)으로 삼는 미국과의 격렬하고 전면적인 대결은 더욱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제3국 존중하는 미국 vs 포용않는 중국
제3국에 대한 두 나라의 태도도 상반(相反)됩니다. 중공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수십 차례 적시했지만 다른 민족이나 나라에 대한 포용적 배려는 일언반구(一言半句)도 하지 않았습니다.
72쪽 보고문 전체가 ‘중화민족 제일주의’를 선전선동(宣傳煽動)하는 문구로 가득차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미국은 이와 달리 다른 나라의 자율성(autonomy)과 선택의 자유를 인정한다고 강조했습니다. NSS 보고서의 대목입니다.
“우리(미국)는 모든 나라가, 인구 규모와 국토 면적, 국력의 크기와 상관없이, 자국의 국익을 충족시킬 수 있는 선택을 하는 자유를 행사하는 걸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이것은 강대국이 아닌 나라들에게도 자율성과 권리를 인정하고 보존해주는 미국과 이를 인정하지 않는 우리의 경쟁자들(중국과 러시아를 뜻함)과의 결정적인 차이이다.” (9쪽)
NSS는 “설사 모든 이슈에서 미국과 동의하지 않거나 민주적 제도를 수용하지 않더라도 법에 기반한 국제제체를 지지하고 거기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미국과 비전을 공유한다고 보며 그들과도 함께 연합을 구축할 것이다. 우리는 다른 나라 정부와 사회가 미국이 안전해지기 위해 미국의 이미지대로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믿지 않는다(We do not believe that governments and societies everywhere must be remade in America’s image for us to be secure·8쪽)”고 했습니다.
미국은 “미중 대결에 따른 여러 나라의 불안을 의식하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습니다.
“일부 국가들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독재국가들과의 경쟁을 벌이는데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염려를 이해한다. 우리 역시 이들과의 경쟁이 격화돼 경직된 블록(rigid bloc)으로 세계가 나눠지는 상황을 피하고 싶다.(중략) 우리는 전략적 경쟁의 프리즘만으로 세계를 보고자 하는 유혹을 물리치고자 한다. 우리는 세계 각국과 그들이 원하고 바라는 조건에서 대화하고 협력하길 원한다.” (9, 12쪽)
◇민주주의 저력과 회복력
미국 지도자들이 ‘민주주의’의 저력(底力)과 강한 복원력(復原力·resilience)을 확신하는 부분도 주목됩니다. NSS는 이렇게 밝혔습니다.
“이들 경쟁자들(중국과 러시아 같은 독재 국가)은 민주주의가 독재정치보다 약하다고 잘못 믿고 있다. 한 나라의 힘은 그 나라의 국민들에게서 샘솟는다는 것을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미국인들은 창조적이며 자기회복력이 강하다. 미국 군사력은 압도적이며 우리는 그것을 유지할 것이다. 미국을 끊임없이 재상상토록 만들고 미국의 국력을 새롭게 하는 것은 우리의 민주주의이다.(It is our democracy that enables us to continually reimagine ourselves and renew our strength)” (5쪽)
바이든을 포함한 미국 행정부의 파워 엘리트들은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미국은 더욱 강력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될 것”임을 거듭 천명했습니다.
“미국은 국내와 해외에서의 많은 도전들을 국내 개혁과 부흥을 촉진하는 기회로 바꾸는 전통을 가져왔다. 이것이 과거에 제기된 수많은 미국 쇠퇴 예언이 번번이 잘못되고, 미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게 항상 틀린 선택이 된 이유이다. 우리가 세계 공통의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능동적인 비전을 품고, 우리 민주주의의 역동성과 경쟁국들을 물리치려는 결연함으로 무장할 때, 우리는 항상 성공해 왔다.(We have always succeeded when we embrace an affirmative vision for the world that addresses shared challenges and combine it with the dynamism of our democracy and the determination to out-compete our rivals)” (8쪽)
미·중 두 나라는 지금 정면 충돌을 향해 서로 달려오는 기관차와 같습니다. 그런데 두 나라의 판이(判異)한 정체성과 가치관은 한국이 어느 나라와 더 가깝게 지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시금석(試金石)입니다.
◇‘닮은꼴’ 美·中 경쟁력 전략
우리의 생존에 피부로 더 와닿는 것은 미·중이 자국 경쟁력 유지 및 강화 방법으로 제시한 전략 부분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나라의 목표 달성 방법은 ‘닮은꼴’입니다. 더 이상 민간에만 맡기지 않고 정부가 앞장 서서 강력한 국가 지원 체제를 만들어 경쟁력을 높아겠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NSS에서 중국을 제압하는 방법으로 ▶국내 경쟁력(혁신, 민주주의, 회복력 등 포함) 기반에 투자(invest) ▶동맹·우방, 파트너 국가들과의 연대(align) ▶중국과의 직접 경쟁(compete) 등 세 가지를 꼽았는데(24쪽), 이 가운데 핵심은 투자입니다. 바이든의 말입니다.
“민간 부문과 개방된 시장은 우리들의 국력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 맡겨만 놓아서는 급속한 기술변화 속도와 공급망 붕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중국과 다른 국가들의 비(非)시장적 방법 남용(濫用) 등을 감안할 때, 정부 주도의 전략적 공공투자(strategic public investment)가 21세기 글로벌 경제에서 강력한 산업 혁신의 뼈대가 된다.” (14쪽)
미국이 100여년 만에 처음 전역에 초대형 인프라 투자를 결정하고 280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2022)’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을 통과시킨 것부터 이런 국가전략적 고려에서 이뤄졌다고 NSS는 밝혔습니다.
“가장 효과높은 공공투자(the most impactful public investments)는 국민들에게 하는 투자이다. (중략) 고급 대학교육, 특히 과학·기술·공학·수학 등 4개 분야(STEM)에서 고급 교육을 실시하겠다. 강력한 노동력이 미국 국력과 부흥을 지탱하고 우리의 강점을 더 늘릴 것이다. (중략) 우리는 미국 국민들이 더욱 번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한편, 미국이 전 세계의 유능한 인재들이 몰려오는 곳으로 계속 만들 것이다.” (15~16쪽)
미국은 정부가 주도하는 산업 정책과 인재 육성 및 혁신 전략을 국가안보 전략의 골간으로 내걸었는데, 중공도 당대회 보고문건에서 놀라울 정도로 똑같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달성 방법을 내놓았습니다. 양국이 서로 짠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시진핑 총서기는 총15개 큰 단락으로 구성된 보고 문건에서 3번째 단락에서 ‘중국식 현대화(中國式 現代化)’와 ‘중국식 현대화 강국’이라는 국가 비전을 제시했고, 바로 다음인 4~5번째 단락에서 곧장 경제 성장, 기업 경쟁력, 연구개발, 인재 육성 등을 언급합니다.
“고품질 발전(高質量發展)은 사회주의 현대화국가 건설의 으뜸가는 임무이다. 발전은 중국공산당의 집정 및 흥국(興國)의 최우선 순위에 있다. 물질과 기술 기초가 견실하지 못하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은 불가능하다.” (29쪽)
시진핑은 이어 “현대 산업체계를 건설해야 한다”면서 “제조 강국, 품질 강국, 우주 강국, 인터넷 강국, 디지털 중국을 만들어야 한다. 국제경쟁력 있는 디지털 기업 집단을 갖추고 탁월한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31쪽)고 했습니다. 한 마디로 21세기형 첨단 산업과 대기업들의 육성에 사활적 노력을 쏟겠다는 다짐입니다.
그는 “중국식 현대화 건설이 고급 기술 인재 확보·지탱에 달려있다. 국가를 위한 인재 육성, 인재의 자주배양 능력 전면 제고(爲國育才, 全面提高人才自主培養質量)가 필요하다. 첨단분야의 창조적 인재를 양성하고 천하의 영재를 모아 그들을 활용해야 한다(着力造就撥尖創新人才, 聚天下英才而用之)”고도 했습니다.(33~34쪽)
◇산업·기업·기술·인재 경쟁이 핵심
시진핑의 이어지는 말입니다.
“세계 수준의 기술 및 과학자, 전략 과학자, 일류 과학기술 엘리트를 끌어모아야 한다. 우리는 진심으로 인재를 사랑하고, 온 마음을 다해 인재를 키우고, 인재를 이끌어 들이고, 정성을 다해 인재를 쓰고 목마른 사람처럼 현자를 구하고, 격식에 매이지 말고 각방면의 우수한 인재를 모아 당과 인민의 사업에 써야 한다(眞心愛才, 悉心育才, 傾心引才 精心用才, 求賢若渴, 不拘一格, 把各方面優秀人才集聚到黨和人民事業中來).” (37~38쪽)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독재 지도자 시진핑의 고급 인재의 중요성에 대한 언급과 강조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이는 반도체·양자컴퓨터·바이오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핵심 기술 및 장비 봉쇄와 고급 인력 교류를 막으며 중국의 목줄을 죄는 마당에, 핵심 인재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중공 지도부의 판단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중공 20차 당대회에서 새로 구성된 205명의 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 가운데 절반 (49.5%)은 우주항공·방위산업 같은 첨단 분야를 포함한 기술관료 출신으로 분석(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됩니다. 이는 미·중 패권 전쟁이 ‘누가 첨단 기술 경쟁에서 이기느냐’는 싸움이라는 방증입니다.
◇한국은 美, 中 보다 2~3배 더 노력해야
이제 결론입니다. 미·중 30년 전쟁의 가장 중대한 승부처는 바로 산업과 기업, 인재와 기술 경쟁으로 보입니다. 두 나라는 거의 똑같은 이유와 목적에서 네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정면 충돌하듯 선언했습니다. 이 4개 경쟁의 우열(優劣)과 성패(成敗)에서 군사력과 외교력은 물론 국가의 위상 격차까지 생길 것입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양자(量子)컴퓨터 같은 파급력이 큰 산업에서 미·중 어느 나라가 확실한 우위를 갖고 있느냐? 세계적 대기업과 최첨단 초격차 기술을 누가 더 많이 갖고 있는가? 세계적 고급 기초과학 및 기술 인재를 어느 나라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미·중 전쟁의 최종 승자가 판명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미·중 밀월(蜜月) 시대에 대한민국은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누렸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때와 180도 다른 미·중 전쟁이란 격랑(激浪)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미·중 전쟁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일지, 아니면 쇠락을 앞당기는 방아쇠가 될지는 우리의 머리와 손, 발에 달려 있습니다.
두 나라의 전략 문건을 보면 해법은 자명합니다. 미·중 격변을 ‘기회’로 만들려면, 우리는 두 나라 보다 2배, 3 배 더 노력해 우리의 산업과 기업, 기술, 인재의 가치와 힘을 키워야 합니다. 막히거나 부족한 부분은 뚫고 보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온 국민이 정파(政派)를 떠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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