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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흔적

해군이 재현한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총통 발사 가능한 용두, 철갑 대신 목판 덮개

중앙일보

입력 2022.12.06 16:33

업데이트 2022.12.06 16:45

430년 전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을 격파하는 데 앞장선 거북선이 진해 해군사관학교에 모습을 드러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실제 해전에서 활용한 임란왜란기 거북선 공개 행사가 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 박물관 앞 해상에서 열렸다. 이번에 공개된 거북선은 해군이 4년간 복원한 것이다. 송봉근 기자

해군은 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에서 개막한 2022 이순신방위산업전에서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을 일반에 처음 공개했다.

이 거북선은 그동안 재현된 거북선에 비해 임진왜란 당시에 활약했던 모습과 가장 비슷하게 완성됐다고 해군 측은 밝혔다. 설계와 역사학 관련 교수·연구원 등 10여 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이 설계 준비만 1년이 걸렸다고 한다.

2019년 본격적인 설계에 들어가 2년의 건조 기간을 거쳐 이날 처음 모습을 공개했다.

 

앞서 해군은 1980년에 1차, 1999년 2차 거북선을 제작했다. 이들은 임진왜란 200년 이후의 기록인 '이충무공전서(1795년)'에 나와 있는 전라좌수영 귀선과 통제영 귀선을 혼용해 건조됐다.

반면 3차 거북선은 임진왜란 당시 사용됐던 거북선과 최대한 가까운 형태로 재현됐다. 기존 자료인 이충무공전서에 나와 있는 통제영 귀선을 근거로 하되 임진왜란 당대 기록인 충무공의 장계(1592년), 충무공의 조카 이분이 쓴 '행록(17세기 초)', 최근까지 축적된 사료와 문헌 등을 최대한 반영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실제 해전에서 활용한 임란왜란기 거북선 공개 행사가 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 박물관 앞 해상에서 열렸다. 이번에 공개된 거북선은 해군이 4년간 복원한 것이다. 송봉근 기자

기존 거북선과 가장 큰 차이점은 용두(용 머리)다. 1·2차 거북선의 용두는 잠망경 구조의 긴 목에 용머리가 달린 형상으로 선체보다 높은 위치였다.

이와 달리 3차 거북선은 뱃머리 부분에 용두가 직선 형태로 뻗어 있는 모습이다. 해군사관학교 박준형 박물관장은 "기존의 거북선 모습대로라면 용두 총통에서 포를 발사할 수 없는 구조"라며 "이번처럼 용두가 뱃머리 부분과 직선으로 뻗어 있어야 포를 발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군에 따르면 3차 거북선은 전장 24m, 전고 5.67m, 전폭 9.64m의 크기다. 거북선 덮개에는 쇠못이 촘촘히 박혀 있다. 포문은 총 14개로 선체 양쪽에 6개씩 있고, 용두와 꼬리에 각 1개씩 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실제 해전에서 활용한 임란왜란기 거북선 공개 행사가 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 박물관 앞 해상에서 열렸다. 이번에 공개된 거북선은 해군이 4년간 복원한 것이다. 송봉근 기자

거북선 안으로 들어가면 2층 포판에 포가 나란히 놓여 있다. 그 위로 2층 복층 구조로 된 작은 공간에서는 병사들이 활을 쏠 수 있게 돼 있다.

박 박물관장은 "이곳 안에서는 밖이 보이지만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아 적을 공격하기에 굉장히 유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2층 왼쪽에는 천자총통이 자리해 있다. 사거리가 약 1㎞(유효 사거리 200m)에 이르는 천자총통은 임진왜란 때 사거리가 짧은 왜군의 포를 무력화하면서 전쟁의 판세를 바꿨다.

박 박물관장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역사적 고증을 통해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을 최대한 재현하고자 노력했다"며 "충무공의 후예인 대한민국 해군 장병과 사관생도들이 충무공의 호국 정신을 계승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실제 해전에서 활용한 임란왜란기 거북선 공개 행사가 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 박물관 앞 해상에서 열렸다. 이번에 공개된 거북선은 해군이 4년간 복원한 것이다. 송봉근 기자

천인성 기자, 안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