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2-04-23 11:37ㅣ 수정 : 2022-04-24 11:10
러군, 우크라 여성·아이에 더 잔인한 이유 집중 분석
女시신에 나치 상징 새긴 러…영아 성폭력 촬영부모·자식 보는 앞에서 성폭행·고문·잔혹 살해
“불안, 인지부조화 해소 위해 더 폭력적 자행”
“女·아이, 보여주기 좋은 먹잇감… 불안감 전염”
“통제 안 되는 전시, 개인 일탈… 푸틴은 관종”
“전쟁 장기화될수록 성폭력 더 과격해질 것”
“인간성·자제력 마비 ‘국가일탈’ 전쟁 막아야”
▲ 3주 동안 러시아군에 포위된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을 가까스로 빠져나와 현재 서부 르비우에 머무르고 있는 나디아 데니센코가 지옥 같은 마리우폴을 떠올리다 눈물을 닦고 있다.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 러시아군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우크라이나 여성의 몸에 나치 낙인이 새겨져 있다. 우크라이나 여성 하원의원 레시아 바실렌코 트위터
#장면2. 러시아군에 의해 나치 문양인 ‘하켄 크로이츠’(卍 역만자)가 낙서하듯 매우 거칠게 새겨진 채 강간 후 살해된 우크라이나 여성의 시신이 지난 4일 공개됐다. 화상 자국 주변에는 멍과 상처가 가득했다.
우크라이나 홀로스당 여성 하원의원인 레시아 바실렌코는 자신의 트위터에 ‘강간과 고문을 당한 뒤 살해된 여성’이란 제목으로 사진을 공유하며 “10세 여아들의 생식기와 항문은 찢어져 있고, 여성의 시신에 나치 문양의 화상 자국이 선명하다”면서 “러시아 군인들이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손이 묶인 채 총에 맞아 죽은 아이들도 발견됐다”고 분개했다. 러시아는 두 달 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추종 세력인 나치를 없애기 위해 ‘특수군사작전’을 펼친다고 주장했다.
▲ 우크라이나 여성들이 러시아군 병사들에게 성폭행을 당한다는 피해 사례는 많이 들려왔지만 수도 키이우(키예프)에 살던 나탈랴(가명)가 구체적인 증언을 처음 내놓아 이 나라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이 문제에 관심 높은 우크라이나 여성 국회의원 레시아 바실렌코가 지난 1월 27일 의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AFP 자료사진
“우크라 여자 성폭행해, 콘돔 잘 써”
우크라이나 여성과 어린이를 겨냥한 러시아군의 성범죄 만행 증언이 끝도 없이 쏟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북부 이반카우의 마리나 베샤스트나 시장은 지난 6일 언론에 “러시아군이 지하실에 있는 소녀들의 머리채를 잡아 끌어냈고 15살, 16살 자매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소총으로 위협하며 나를 침대로 밀었다. 군인들은 ‘네 차례야’라고 했다. 너무나 역겹고 더는 살고 싶지 않다”며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 콘돔으로 의심되는 소지품 뭉치가 발견된 러시아 군인 포로
멀린다 시먼스 우크라이나 주재 영국 대사는 “여성들은 자녀들 앞에서, 소녀들은 가족 앞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영국 BBC와 미국 CBS 방송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이 탈환되면서 미성년자부터 거동이 불편해 피난을 가지 못하는 80대 노인까지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이런 가운데 한 러시아 군인은 자신의 연인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여자들을 성폭행해도 된다, 콘돔만 잘 쓰라”는 엽기적인 대화를 주고 받은 사실이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인 보안국(SBU)의 통화녹음 도청 공개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 1살 된 우크라이나 영아를 성폭행한 뒤 촬영해 SNS에 올린 러시아 남부 출신 군인 1997년생 알렉세이 비치코프. 우크라이나인들은 SNS에 영아성폭행범의 신상을 공개했다.
▲ 소녀는 끝내
구급대원인 올렉산드르 코노발로프가 27일 일요일 우크라이나 동부 마리우폴 시립병원에 도착한 뒤 주택가에서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다친 소녀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있다. 소녀의 아버지가 간절히 기도했지만 소녀는 끝내 목숨을 잃었다. AP 연합뉴스 2022.2.27
유엔 “러군 성폭력 범죄 급증, 독립 조사”
“인권유린 ‘신뢰할 만한’ 증거 발견”
시마 바호스 유엔여성기구 국장은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군에 의한 성폭력 범죄 보고 급증하고 있다”며 책임 규명을 위한 독립적 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성폭력 피해지원 단체인 ‘라 스트라다 우크라이나’는 안보리에서 성폭행 사례를 언급하며 “러시아군이 민간인 성폭행을 일삼으며 전쟁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13일 110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인권을 유린하고 국제인도법을 위반했다는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러시아군이 가장 기본적인 인권조차 유린했음을 시사하는 ‘신뢰할 만한 증거’를 발견했다”면서 “대부분 러시아군이 실효적으로 지배한 곳이나 통제하고 있는 단체 아래에서 이뤄졌다”고 명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수도 키이우 외곽도시 부차를 방문한 자리에서 “러시아군이 어린이를 포함해 수천명의 민간인을 살해하고 팔다리 절단 등의 고문을 자행하고 여성들을 성폭행했다”면서 “이는 전쟁 범죄이며 국제사회에서 ‘제노사이드’(대량 학살)로 인정될 것”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부차에서는 최소 410구의 민간인 시신이 발견됐으며 키이우 인근 마카리우에서도 132명의 민간인이 집단학살돼 매장되거나 버려졌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14일 러시아군의 행위를 집단학살로 인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방공호로 쓰이는 한 건물 지하실에서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 AP
“부모의 가장 약한고리 아이 볼모로”
우크라이나 어린이는 성폭력 피해뿐만 아니라 부모로부터 강제로 분리돼 러시아로 집단이주까지 당했다.
주유엔 우크라이나 대사 세르게이 끼슬리쨔는 11일 안보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어린이 12만 1000여명을 강제로 데려갔으며 심지어 부모와 친척이 있는 아이들까지도 입양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아이들은 러시아군에 포위된 남부도시 마리우폴 출신이며 친러시아 지역인 도네츠크를 거쳐 러시아 타간로크로 옮겨졌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마리우폴 지역의 산부인과·어린이 병원을 잇따라 폭격해 임신부와 아이들이 숨지기도 했다.
러시아 반정부 단체 ‘팀나발니’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심지어 러시아에서조차 반전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대사관 앞에 꽃을 놓았다는 이유로 7~11살의 아이들 5명이 체포됐다. 러시아 경찰은 부모에게 양육권을 뺏을 수도 있다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 우크라이나 조산원까지 폭격한 러시아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의 산부인과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군의 폭격에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있다가 구조돼 들것에 태워져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는 임산부 모습. 안타깝게도 이 임산부는 제왕절개 수술로 태아를 사산했고, 얼마 뒤 본인도 세상을 등진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 러시아 반정부 단체 팀나발니가 공개한 구금된 아이들 사진. 팀나발니 텔레그램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는 같은 날 우크라이나 어린이 3분의 2에 달하는 480만명이 피란민 신세가 됐다고 밝혔다.
학교 등 교육기관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거나 우크라이나 주민을 동원한 ‘인간방패용’ 러시아군 주둔지로 쓰였다. 89세 우크라 여성은 “러시아군이 손녀와 두 살배기 증손녀까지 학교로 끌고 갔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알바니아 대사는 “러시아군은 민간인을 불태우고 시신을 내던지며 놀이터를 공격하고 학교를 조준 사격해 특히 어린이와 여성을 고통에 빠뜨렸다”고 규탄했다.
▲ 러시아의 폭격에 부상을 입은 우크라이나 여성이 엄마 품에 지쳐 잠든 어린 아이를 껴안고 흐느끼고 있다. 올레나 젤렌스카 우크리이나 대통령 영부인 인스타그램 캡처
푸틴 “시신영상 이미지 모두 가짜”
러시아는 이 모든 증언들이 우크라이나 정부의 조작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드미트리 폴리안스키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는 “러시아군을 성폭행범으로 보이게 하려는 우크라이나의 계략”이라면서 “러시아의 전쟁 대상은 민간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 12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부차에서 촬영된 시신의 영상과 이미지는 가짜”라고 주장했다.
▲ 생각에 잠긴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기회의 땅 감독 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는 도중 위쪽을 바라보고 있다. 2022.4.20 타스 연합뉴스
선행동 후인지 바꿔 내적 갈등 무마”
군중심리 더해지면 더 과격하게
“어차피 저지른 것, 여럿이면 괜찮아”
러시아군은 대체 왜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민간인인 여성과 아이들을 겨냥해 성폭행 등 끔찍한 전쟁 범죄를 저지르는 걸까.
근본적으로 전쟁은 심리전이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힘의 과시를 보여줌으로써 적에게 불안과 공포를 심어주고 아군의 정신무장을 위해 더 과감하고 폭력적인 행위를 통해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합리화와 심리적 무장을 한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은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면 안정감을 느끼지만 그렇지 않으면 갈등과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이를 인지부조화라고 한다”면서 “러시아군은 인지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해 더 과격하고 폭력적으로 여성과 아이를 공격함으로써 ‘내가 얼마나 용맹한 사람인가’라는 가치관과 생각을 행동에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 마리우폴 인근 고속도로 달리는 친러 반군 장갑차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인근 고속도로에서 18일(현지시간)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탄 장갑차가 이동하고 있다. 아조우해(아조프해) 연안의 전략적 요충지인 마리우폴은 러시아군과 친러 반군이 6주 넘게 포위 공격을 가해 도시 대부분을 점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2.4.19 마리우폴 AP 연합뉴스
▲ 우크라 마리우폴 거리의 친러 반군 병사들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거리에서 한 민간인이 친러시아 반군 병사들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 내 친러 반군 세력은 전략적 요충지인 마리우폴을 사실상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2022.4.18.
로이터 연합뉴스
곽 교수는 “일단 행동을 저지르고 나면 ‘나 원래 터프해’라는 식으로 바뀌게 된다. 여기에 군중심리까지 더해지면 더 과격해지는데 여러 명이 같이 민간인을 살해함으로써 그 행동이 더 이상 잘못된 행동이라고 여기지 않고 공격 수위를 스스로 높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침공한 러시아 군인들이 전쟁이 장기화되고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되는 잘못된 전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받는 가치관의 갈등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일단 한 번 살상을 저지른 뒤 더 대범하게 더 많은 살상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한다는 분석이다.
곽 교수는 “이러한 행동이 많이 나타난다는 것은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됐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면서 “어차피 저지른 살상으로 전범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앞으로 더 과격하고 폭력적으로 여성과 어린이를 해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포격 소리에 아들 먼저 몸으로 감싼 우크라 ‘모정’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23일(현지시간) 길 가던 여성이 포격 소리에 놀라 아들을 몸으로 감싼 채 땅에 엎드려 있다. 러시아군은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포위한 채 투항을 요구하며 집중 공격을 퍼붓고 있다. 2022.3.24 마리우폴 로이터 연합뉴스
▲ ‘러군 포위 공격’ 마리우폴 제철소 내 민간인들
러시아군 포위 공격을 받는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아조프스탈) 제철소 내 벙커에 피신한 여성이 아이를 안고 있다. 이 사진은 우크라이나 아조우(아조프) 대대가 18일(현지시간) 공개한 동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러시아군은 이 제철소에서 저항하는 우크라이나군에 항복을 종용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측은 결사 항전 의지를 밝히고 있다. 2022.04.20 마리우폴 로이터 연합뉴스
스트레스 풀고 강한 트라우마 심어”
“성적 본능, 전시엔 제도 통제 안돼”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통의 일상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전쟁은 비인간성의 극치를 보여준다”면서 “전시에 참전한 러시아 군인들도 전쟁 명분, 생존 등의 문제로 큰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를 푸는 창구로 더 약한 것을 괴롭히는 비인간성이 표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성인 남성이야 무감각하게 죽이지만 덜 위협적인 여성과 아이는 죽이기 전에 괴롭혀서 스트레스를 풀고 강한 트라우마를 심어주려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전쟁은 인간의 합리적 사고가 주는 자제력을 마비시켜 버린다”면서 “전시 중에 여성과 아이는 그저 먹잇감일 뿐”이라고 우려했다. 침공자의 전리품이 되는 셈이다.
이 교수는 “인간의 본성은 사회적 질서와 사법체계가 통용되는 규범 아래에서는 통제가 가능하지만 전쟁 중에는 욕망을 자제하거나 억제할 필요가 없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성적 본능도 인간의 본능인데 전시에는 내 생존과 국가적 승리를 위해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불법이 아니고 처벌받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성을 희생양으로 삼고 아이 역시 보호해야할 대상이라고 보는 도덕적 판단이나 고려를 하지 않아 약자를 약탈하게 된다”고 말했다.
▲ 우크라이나 부차에 살던 카리나 예르쇼바(23)의 모습. 지난달 10일 실종된 예르쇼바는 결국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레시아 바실렌코 우크라이나 하원의원은 “예르쇼바는 러시아 병사들에게 성폭행과 고문을 당한 뒤 총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레시아 바실렌코 우크라이나 하원의원 트위터
“러, 여성에 잔인한 강도 더 심해질 것”
“나르시스트 푸틴, 파괴 즐기는 관종”
곽금주 교수는 전쟁이 길어질수록 점점 더 여성과 아동에 대한 잔인함의 강도가 심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곽 교수는 “전쟁은 합리적으로 판단했던 사람조차 점점 폭력적으로 바뀌면서 ‘몇 명 더 죽였냐’가 영예로워지는 등 비정상적인 기준과 규범이 정당화된다”면서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과 아동을 공격하고 피해 영상을 과감하게 올리는 등의 행위는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곽 교수는 성폭행이나 고문을 가한 여성의 몸에 고통스럽게 나치 문양을 새기는 행동은 분명한 목적이 있다고 봤다. 여성과 아이를 잔인하게 공격하고 이를 언론에 ‘보여주기’를 통해 적국으로부터 공격자와 현 상황을 두렵게 만들어 투항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불안·공포감은 전염성이 있어 상대방을 두렵게 해 대항하지 못하도록 한다”면서 “특히 남성보다는 언론의 주목도를 높일 수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이런 짓을 저지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 대해 “힘을 과시하려는 일종의 ‘관종’ 심리가 있다”면서 “나르시스트(강력한 자기애) 기질도 많아 자국 군인들의 희생, 정신적 피해가 있음에도 ‘내가 이만큼 강하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더 세게 공격을 지시하고 파괴가 이뤄지는 상황을 즐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에 있는 한 산부인과의 방공호 겸 임시 지하 병동에서 산모 카테리나 수하르코바가 갓 태어난 아들 마카르에게 입맞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병원 러 폭격에 치료 불가 증상 악화”
전시 중 성폭행, 살해 등을 직접 당하거나 목격하게 되는 트라우마는 매우 치명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곽금주 교수는 “전시 트라우마는 엄청나다”면서 “전쟁이 사람을 짐승으로 만든다. 참전 군인들도 트라우마가 심각하지만 전쟁 중에 부모와 자녀가 가장 끔찍한 일을 당하고 특히 적이라는 미움의 상대로부터 성폭행 등을 당했을 때 겪는 트라우마는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성폭행을 당해도 병원 붕괴로 즉시 치료 받지 못한다”면서 “제때 심리 치료도 받지 못하다보니 트라우마가 점점 더 깊어지게 된다”고 했다. 실제 러시아는 침공 이후 마리우폴 등 점령 도시 내 병원과 모든 기간시설들을 파괴했다.
곽 교수는 영유아 때 성폭행을 당한다 하더라도 신체적 아픔과 트라우마가 발현된다고 말했다.
▲ 러군 포위 공격에 돌봄 못 받는 우크라 마리우폴 미숙아들
15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을 받는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제3병원’에서 미숙아들이 의료시설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한 침대에 나란히 눕혀져 있다. 러시아군 포위 공격이 보름째 이어지고 있는 인구 40만 명의 마리우폴은 식수 방전기 공급이 끊기고 외부와의 접촉도 완전히 차단된 상태다. 2022.3.16 마리우폴 AP 연합뉴스
▲ ‘파괴된 삶터’에 망연자실한 우크라 여성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18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파괴된 주거단지 앞마당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6주 넘게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을 받은 마리우폴은 도시 기반시설의 90% 이상이 파괴돼 이곳 주민들은 식량, 식수, 전기 공급이 끊긴 채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2022.4.19 마리우폴 로이터 연합뉴스
곽 교수는 “죽음의 공포에 떨 때는 트라우마를 숨기고 버티며 기억을 무의식 속으로 집어넣는다”면서 “그러나 이후 비만 오면 덜덜 떤다든지 등 피해를 입은 특정 상황이 되면 상처가 외부로 발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교수는 사회적 지지가 있다면 전시 중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트라우마가 심하겠지만 전쟁 중 성폭력 피해는 사후 극복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죽느냐 사느냐하는 전시에서는 일단 생존이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숨진 이들도 많은 처참한 상황에서 상대적 트라우마가 생기고 사회적 지지가 있으면 회복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인간 생명의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거듭 주문했다.
▲ “러 멈춰라” 우크라의 절규
부활절을 맞아 1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러시아를 규탄하는 반전 평화시위가 열렸다. 손을 묶고 하얀 옷에 인공 피를 묻힌 한 여성과 함께 “러시아 전쟁을 멈춰라”라고 적힌 플래카드와 우크라이나 국기를 든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베를린 EPA 연합뉴스
“비인간적 행위 전세계 결집력 높여”
“개인 일탈 아닌 국가 일탈 막아야”
“‘反인류’ 푸틴에 국제사회 압박해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여성과 아이들에 더 가혹한 이 상황들을 막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군에 명령을 내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만이 결단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만 전시 중 명령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난망하다고 봤다. 전쟁범죄를 규탄하고 처벌하는 국제사회 공조가 필요하지만 결국 사후적인 문제가 되는 만큼 전쟁을 멈추는 것만이 여성과 아이가 겪는 피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익중 교수는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국가의 일탈을 막아야 한다”면서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군이 훈련을 하는 것은 명령체계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인데 전쟁 중에는 이게 잘 작동하지 않아 개인의 일탈로 나타난다”면서 “본인의 스트레스를 가장 취약한 여성과 아이를 대상으로 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에서 러시아군의 박격포탄 공격을 받고 다리를 잃을 뻔한 다니일 아브딘코.
전 세계가 전쟁의 참상에 분노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우크라이나군 역시 두달째 러시아에 결사항전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들과 무관치 않다.
정 교수는 “여성과 아이를 공격하는 행위는 오히려 러시아 측에 더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이 전쟁을 포기하기보다 비인간적 행위에 대한 분노를 통해 전 세계인의 결집을 강화시키는 효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예상한 러시아가 자신들이 민간인 살상이나 전시 중 성폭행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SNS를 통해 전쟁범죄를 저지른 증거들과 증언들이 쏟아지는데 대해 허위사실이라고 규정하고 반대 성명을 내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한 행위자에 대해 최고 15년형으로 처벌받도록 지난달 법을 개정했다.
이수정 교수는 “군인 개인에게 일탈 자제를 요구한다 해도 개인은 합리적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소용이 없을 것”이라면서 “군은 명령체계인데 통수권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판단이 반인류적 관점이라면 국제사회가 압박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러시아군 폭격에 숨진 18개월 아기
러시아군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의 한 병원에 지난 4일(현지시간) 생후 18개월 아기 키릴이 부상을 입고 실려왔다. 의료진이 응급조치에 나섰지만 아기는 끝내 소생하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2022.3.6
AP 연합뉴스
▲ 러시아의 공격으로 손자를 잃은 여성의 절규
로이터 연합뉴스.
▲ 러시아 군인의 총에 한쪽 팔을 잃은 우크라이나 소녀 사샤. 2022.03.16 데일리메일 캡처
▲ 러군 공격에 주인 잃은 신발들
러시아군 공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한 슈퍼마켓 입구 계단에 14일(현지시간) 주인 잃은 신발들이 놓여 있다. 전략적 요충지인 마리우폴은 지난달 초부터 러시아군과 친러 반군에 포위당한 채 집중적인 공격을 받아 대부분 지역이 점령당했다. 2022.4.15 마리우폴 로이터 연합뉴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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