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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서울 50만가구 등 270만가구 공급…재건축·재개발 속도낸다

중앙일보

입력 2022.08.16 12:20

업데이트 2022.08.16 14:37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국토부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서울 50만 가구 등 전국에 270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각종 규제를 완화해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고 기존의 공공 중심 공급에서 민간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옮기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이른바 ‘좋은 공급’을 하겠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도심의 공급량이 대폭 늘어난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만 158만 가구를 공급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했다. 원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도 여러 주택공급 정책이 있었지만 겹겹이 쌓인 과도한 규제 때문에 도심 등 선호 입지의 공급은 위축됐다”며 “새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은 면밀하게 수요를 분석하기 위해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는 데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서울에 10만 가구 규모 정비구역 지정  

사업 유형별로 보면 재건축 등 정비사업으로 52만가구,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88만가구, 도시개발과 지구단위계획구역 등 민간 자체추진 사업으로 전국 130만가구를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재건축ㆍ재개발 사업 정상화의 첫 신호탄으로 전국에 22만 가구 규모의 정비구역을 지정한다. 이중 절반가량인 10만 가구가 서울에 지정된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방식으로 연내 후보지를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의 경우 뉴타운 지구 해제 등으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기존 정비구역만 410곳 해제됐다. 이에 따라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신규 정비구역 지정은 2만8000가구 규모에 그쳤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완화된다. 구체적인 계획안은 9월에 발표할 예정이지만, 정부는 현행 3000만원 이하인 초과이익 면제 기준을 상향하고, 부과율 구간도 확대할 계획이다. 재초환은 재건축 사업으로 조합원 이익이 3000만원이 넘을 경우 이익의 최대 50%까지 부담금을 매기는 제도로,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도입됐다. 이후 시행이 유예됐다가 문재인 정부(2018년) 때 부활했지만, 법 제정 당시 기준이 너무 낮아 과도한 부담금이 부과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최근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의 경우 가구당 7억7000만원의 예정 부담금이 통보됐었다. 원 장관은 “도심공급이 제 궤도를 찾을 수 있도록 9월까지 세부감면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 정부 때 강화했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선안도 연내 발표한다. 기존에 50%였던 구조 안전성 비중을 30~40%로 낮추고, 주거환경과 설비 노후도 비중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1차 정밀안전진단에 이어 2차로 받아야 했던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의 경우 지자체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시행하는 방안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공공 주도에서 민간 주도 공급

민간도심 복합사업도 새로 추진된다. 정부가 지난해 2·4대책으로 발표했던 공공주도 도심복합사업의 민간 버전이다. 기존 공공주도 사업에 대한 주민 반발이 심한 데다가 사업구역당 토지주택공사(LH)의 담당 인력이 평균 0.7명밖에 안 되는 등 공공의 역량도 부족해 민간에게도 길을 열었다.

토지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할 경우 신탁사나 리츠 등 민간전문기관도 사업 주체가 돼서 도심개발을 할 수 있다. 기존 공공사업 수준으로 용적률·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되, 개발이익을 임대주택으로 확보하는 등 적정수준으로 환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주거중심형으로 개발할 경우 용적률이 최대 500%까지 상향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공공사업 후보지 중에서도 호응이 낮은 사업장은 민간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며 “내년 상반기부터 민간 후보지 공모를 시작하는데, 기존 공공주도 사업처럼 일률적으로 후보지를 정해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등 주택 밀집 지역 모습. 뉴스1

도심 고밀 개발의 길도 튼다. 도심 개발할 때 필요할 경우 용적률·건폐율과 같은 기존 도시계획 규제를 받지 않는 ‘도시혁신계획구역’도 만든다. 오세훈 서울 시장은 최근 용산 정비창과 중구 세운지구 일대에 용적률 제한을 푼 초고밀 복합개발단지 조성 추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민간 정비 및 도시개발사업에도 도시·건축·경관심의, 교통·교육·환경 등 각종 영향평가를 함께 심의하는 통합심의 제도를 도입한다. 공공정비사업이나 일반주택사업의 경우 통합심의를 의무적으로 적용한다.

상당수 법 개정해야, 국회 통과 난항 예상

신도시 공급도 계속된다. 2023년까지 15만 가구 내외의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철도역 주변 역세권을 복합 개발(콤팩트 시티)하는 방식으로 개발밀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기존에 발표한 3기 신도시를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의 경우 A노선은 2024년 6월 이전에 개통한다는 방침이다. B노선은 2024년에 착공해 2030년 개통, C 노선은 내년에 착공해 2028년 개통한다는 목표다. 1기 신도시는 2024년께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청년·신혼부부·생애최초 주택구입자를 대상으로 50만 가구도 공급한다. 청년 원가와 역세권 첫 집 형태로 공급하는데 공공택지나 민간정비사업 기부채납 물량을 활용해 시세 70% 이하로 싸게 공급하는 공공주택이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한 공급 대책의 상당수가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재초환법 개정은 국회법 개정이 필요해 실제 감면 수준은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그동안 공공 주도로 해왔던 주택 공급의 패러다임을 민간으로 전환하려면 그동안 규제되었던 부분의 완화가 동반되어야만 하는데 이번 발표에 이 부분이 깊이 있게 설계되지는 않아 당장의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