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2.08.07 08:00
업데이트 2022.08.07 08:14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보호종료청소년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정서적인 자립을 돕는 활동을 하는 사회적 기업 '브라더스키퍼'의 김성민 대표. 사진 브라더스키퍼 페이스북 캡처
“어떤 선배는 교도소에 들어갔대, 어떤 형은 경찰서에 잡혀갔대, 또 어떤 누나는 성매매하고 있대. 보육원에서 아이들은 먼저 퇴소한 선배들의 그런 소식을 매일 듣게 되죠.”
세 살 때 보육원에 입소해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17년간 지낸 뒤 퇴소한 김성민 씨가 전한 이야기다. 보육원 퇴소 후 18년가량이 지났다는 김씨는 최근 YTN 라디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에 출연해 보육원에서의 삶에 대해 “지옥보다 더 지옥 같았다”고 표현했다.
김씨는 “지금 사용 중인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모두 보육원에서 만들어주셨는데, 어렸을 땐 보육원 출신이라는 게 정말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는 “보육원은 무섭고 두려운 곳”이라고 했다. 김씨는 “보육원에선 매일 굶고 맞는 것이 일상이었기 때문에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고 매 순간 생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보육원의 아이들을 가장 두렵게 하는 건, 보육원을 먼저 나간 선배들의 소식이었다고 한다.
김씨는 “아이들은 선배들이 경찰서, 교도소에 갔다거나 성매매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분들 자녀들이 다시 보육원으로 들어오는 걸 목격한다”며 “그러면 ‘나도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는 두려움이 생긴다. 물론 잘 사는 친구도 분명히 있지만, 90% 이상의 친구들이 이렇게 어렵게 살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 본인도 보육원을 퇴소한 뒤 노숙을 하며 길거리 쓰레기통을 뒤져 끼니를 해결했어야 할 정도로 어려운 나날을 보냈다.
김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언제 나갈 거냐’고 보육원에서 압박이 들어왔다. 먼저 퇴소한 선배가 5만 원을 보내주셔서 무작정 서울에 올라왔다”며 “처음으로 (서울에서) 발을 디딘 곳이 강변 터미널이었는데, 거기서 6개월 정도 노숙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장 음식을 사 먹을 돈도 없어서 쓰레기통을 뒤져 음식을 주워 먹었다. 또 당시에 공원 공중화장실에서 뜨거운 물이 안 나왔는데, 겨울에 찬물로 씻으면서 생활을 했다”고 전했다.
보호종료청소년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정서적인 자립을 돕는 사회적 기업 '브라더스키퍼'의 활동 모습. 사진 브라더스키퍼 페이스북 캡처
기존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복지시설 등에서 보호를 받던 아동이 만 18세가 되면 보호가 종료돼 시설을 퇴소해야 했다. 이들을 ‘보호 종료 아동’이라고 불렀는데 매년 2500여 명 정도가 사회로 진출한다.
그런데 이 법이 보호 종료 아동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보호 종료 1년 미만인 경우 약 60%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낸다. 또 보호 종료 아동들은 일반 가정에서 자란 청년들보다 월평균 임금이 약 51만 원 낮고, 실업률은 약 6.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정부는 지난해 ‘보호 종료 아동 지원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아동복지시설 퇴소 연령을 현행 만 18세에서 24세로 연장하고, 보호 종료 이후 지급하는 월 30만 원의 자립수당 지급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보호 종료 아동’이라는 명칭도 ‘자립준비 청년’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아울러 아동이 시설에서 나올 때 받는 자립정착금도 현행 5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늘렸다. 올해는 1500만 원으로 더 올랐다.
보호종료청소년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정서적인 자립을 돕는 활동을 하는 사회적 기업 '브라더스 키퍼'는 지난 1월 국민추천포상 수여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오른쪽)가 김부겸 당시 국무총리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브라더스키퍼 페이스북 캡처
“정말 필요한 건 ‘가족’, 내가 그 가족이 돼 주려고요” 그렇게 탄생한 브라더스 키퍼
김씨는 “(제도 개선은) 감사한 일이지만,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가족”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아이들이 사회에 나와서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때, 조언해 줄 어른이 없어서 사기 사건이나 범죄에 휘말린다. 그래서 가난의 악순환을 못 벗어난다”며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역할을 해줄 사람이 정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스스로가 아이들의 ‘사회적 가족’이 돼 주기로 했다. 그는 사회적 기업 ‘브라더스키퍼’의 대표다. 브라더스키퍼는 보호 종료청소년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정서적인 자립을 돕는 활동을 한다. 현재 직원 8명 중 6명이 자립준비 청년으로,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월 국민추천포상 수여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김씨는 “내 첫 직장이 식당이었다. 거기서 열심히 일하다 보니 돈을 모았고, 그때 고등학교 때 ‘나와 같은 환경에 있는 친구들에게 가족이 돼 주고 싶다’는 꿈을 꿨던 게 생각났다. 그래서 여러 시도를 한 끝에 브라더스키퍼를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전국에 있는 보육원 아이들을 자립준비 청년들이 멘토링 할 수 있을 만큼 회사를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씨는 “우리나라에는 242개의 보육원이 있는데, 직원이 242명이 되면 1명이 1개의 보육원을 책임지고 아이들을 지속해서 만나며 멘토링 해줄 수 있다”며 “기왕이면 두 명이 한 개 보육원을 책임지면 훨씬 효과적이라 빨리 482명 직원을 둔 회사로 성장해야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김씨는 자립준비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남겼다.
“지금은 보육원 출신이라는 것이 가장 큰 자랑거리가 됐기 때문에 아픈 기억이 아니라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당신의 지나온 시간은 버려진 시간이 아니라 많은 사람을 위로할 수 있도록 준비되고, 훈련받은 시간입니다. 당신은 정말 특별한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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