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가까운 한-가봉 관계
수교 60년, 전 가봉 대통령은 한국 4차례 방문
아들 대통령은 7년 전 ‘무한도전’ 출연, 한국인 경호실장도
“그런데 가봉 대통령은 갑자기 왜 오신거에요?”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국을 방문한 알리 봉고 온딤바(63) 가봉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강인선 대변인은 “두 나라가 올해 수교 60년을 맞았다”며 회담의 의미를 설명했지만, 뒤이은 사우디아라비아 외교부 장관 접견보다도 주목도가 덜했다. 정상회담에 으레 따르는 오찬이나 별도 행사는 없었고, 1시간도 되지 않아 끝난 회담은 말 그대로 다른 뉴스에 ‘묻혔다. 하지만 한-가봉 관계는 생각보다 그리 간단치 않다. 알고보면 아프리카 국가들 중 우리 외교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녔던 나라로 꼽힌다.
◇ 한국 네번 찾은 봉고 前 대통령… ‘봉고차’의 그 봉고?
아프리카 중서부에 위치한 가봉(Gabon) 공화국은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했다. 대한민국의 2.5배에 이르는 국토에 비해 인구(233만 1532명, 통계청)가 적은편인데 1987년까지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우리나라보다 높았다. 석유가 주요 수출원이고 망간, 우라늄, 금 같은 지하자원도 상당수 매장돼 있어 아프리카 대륙에서 비교적 윤택한 생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회담에서도 윤 대통령은 “자원이 풍부한 가봉과 기술력이 강점인 우리나라 사이에 호혜적으로 협력할 분야가 많다”고 했다.
봉고 대통령은 “가봉이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고 했는데 단순한 외교적 수사(rhetoric)라고 볼 수 만은 없다. 그의 부친인 고(故) 오마르 봉고 온딤바(1935~2009)전 대통령은 42년 재임 기간 한국을 네 차례나 방문했다. 기록을 보면 1975년 7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봉 정상을 국빈초청하자 당시 정부가 김종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빈영접 방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김포공항~광화문 구간에 시민들을 동원해 열렬히 환영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3부 요인과 경복궁 경회루에서 환영 리셉션을 열었고, 침술치료까지 제공할 정도로 극진한 환대였다. 나중에는 가봉에 한의사까지 파견했다.
언뜻보면 이해가지 않는 이같은 환대에는 사정이 있다. 1962년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는 한국과 최초로 수교했던 가봉이 70년대 들어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으면서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북한과 주도권 싸움을 벌이던 우리 외교 당국에게 가봉이 남다른 가치가 있었고, 1982년 전두환 대통령이 가봉에 직접 방문했을 정도로 주요한 외교 파트너였던 것이다. 아버지 봉고 대통령은 전두환 정부 때인 1984년 9월, 김영삼 정부 때인 1996년 8월 한국을 다시 찾았다.
아버지 봉고 대통령이 가장 마지막으로 한국을 찾은 것은 지난 2007년이다. 만해대상 수상을 위해 서울에 왔는데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환담과 오찬을 통해 2시간 가까이 극진한 대접을 했다. 기아자동차가 과거 출시했던 승합차 ‘봉고’가 그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아버지 봉고 대통령은 노 대통령과 회담에서 “내 이름이 한국의 한 미니버스에 붙여지기도 했다”며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과의 관계가 부진한 거 같은데 한국 기업이 다시 가봉에 투자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다만 나중에는 봉고 대통령의 오해에 의한 것이고, 사실이 아닌 것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 가봉 대통령, 7년 전 무한도전 출연… 경호실장 한국인
아버지 봉고 대통령 사후 두 명의 임시 대통령을 거쳐 아들인 알리 봉고 온딤바가 2009년 10월부터 집권을 하고 있다. 아들 봉고 대통령은 아버지에 이어 약 15년 만에 대를 이은 한국 방문을 한 셈이다. 그는 윤 대통령과의 회담 뒤 트위터에 글을 올려 “굉장히 따뜻하고 의미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기후 보호를 위한 혁신이 필요하다는데 두 사람이 동의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런데 아들 봉고 대통령은 이미 우리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다. 7년 전 방영됐던 MBC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다. 당시 고향의 음식을 이국에서 고생하는 이들에게 직접 배달해주는 컨셉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는데, 연예인 정준하씨가 배달한 대상이 가봉에서 대통령 경호실장으로 일하고 있는 한국인 박상철씨였다. 박씨 주선으로 대통령과의 만남까지 성사된 것이다.
아들 봉고 대통령은 방송에 출연해 “1975년 한국에 첫 방문했고 한국인들이 일하는 방식을 인상 깊게 봤다”며 “그래서 한국을 통해 경호팀을 꾸리고 싶었다”고 했다. 정씨가 ‘무한도전 멤버 중 한 사람이 어렸을 때 가봉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태극기, 가봉 국기를 흔들었다고 하더라’고 말하자 봉고 대통령은 “가봉에 오신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다”라고도 했다. 가봉 국기를 닮은 한복 선물을 받은 그가 “감사하다”며 화답하고, ‘무한도전’을 외치며 자세를 취하는 것도 화제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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