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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국방

"혐중정서는 美기획, 동북공정 北붕괴대비" 이런책 추천한 文

중앙일보

입력 2022.06.09 15:13

업데이트 2022.06.09 15:59

 

 “언론이 전하는 것이 언제나 진실은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9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희교 광운대 교수가 쓴 『짱깨주의의 탄생』을 추천하면서 적은 글이다. 문 대통령은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이며 우리 외교가 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다양한 관점을 볼 수 있다”며 “언론의 눈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는 눈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라고 적었다.

김 교수는 중국 푸단대학에서 중·미 관계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진보적 학자다. 그는 책 서문에 “지금 신문과 방송, 포털, 그리고 저잣거리에서 중국에 대한 분노와 중국인에 대한 혐오가 흘러넘치고 있다”며 “고양된 혐중정서의 밑바탕에는 전후체제의 위기와 미국의 회귀적 체제 기획이 숨어 있다”(6쪽)고 썼다. 책 제목에 쓰인 ‘짱깨주의’라는 표현에 대해선 “한국에서 급속하게 자리 잡고 있는 주류의 중국인식을 개념화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2018년 8월 여름휴가 때 충남 계룡대의 휴양시설에서 독서를 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文 추천 책엔 “동북공정은 수세적인 北 붕괴 대비책”

문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 글에서 “책 추천이 내용에 대한 동의나 지지가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으나, 이날 정치권에선 책 내용이 화제가 됐다. 문 전 대통령이 “도발적인 제목에 매우 논쟁적”이라고 설명한 것처럼, 책 곳곳에 논란을 부를 수 있는 기술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천한 책 『짱깨주의의 탄생』 표지 모습.

이 책에선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 “중국 팽창정책과는 거리가 먼 중국의 수세적인 북한 붕괴 대비책이었다”(68쪽)며 “한국의 안보적 보수주의자들은 동북공정을 역사전쟁으로 비화시켰고,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인 공격을 퍼부었다”(69쪽)라고 기술했다.

2019년 12월 한·중 정상회담 당시 국내 언론이 시진핑 중국 주석의 ‘홍콩 문제는 중국의 내정’ 발언을 집중 보도한 것에 대해서도 “보수 언론은 미국식 인권 담론으로 문재인 정부의 평화체제 담론을 전유하는 것이 전략이었다”(490쪽)라고 주장했다. 한국 진보 진영의 홍콩 민주화 운동에 대한 연대 움직임에 대해선 “우리의 생명권이 달린 문제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기에서도 홍콩의 인권을 걱정하는 자유주의 보편가치의 전유는 또 다른 형태의 식민성”(492쪽)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가 책에 적은 “‘스파이 기업 화웨이’라는 프레임은 지극히 미국적 프레임이다”(124쪽), “중국의 일당제가 비민주주의라고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유럽중심주의적인 판단이다.”(424쪽) 같은 서술들도 지극히 논쟁적인 대목이다.

文 “이념에 진실·국익·실용 조화시키는 균형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여름 휴가 중 독서를 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 전 대통령은 휴식 때마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소문난 독서광이다. 본인 스스로 자서전 『운명』에서 “어떨 땐 (내가) 활자 중독처럼 느껴진다”고 자인했을 정도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 글 말미에 “다양한 관점 속에서 자신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며 “이념에 진실과 국익과 실용을 조화시키는 균형된 시각이 필요하다”라고도 적었다. 이날 정치권에서 “문 전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 방향에 대한 우려를 완곡한 어법으로 나타낸 것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확 뜯어고치겠다고 공언했다. 취임 후 미·중 외교 방향성도 문재인 정부와는 다르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 문재인 정부가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쪽이었다면, 윤석열 정부는 미국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그래서 ‘안미경세’(안보는 미국, 경제는 세계)로 노선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CNN 인터뷰에서도 미국 주도의 다자 안보 협의체인 ‘쿼드’ 가입 여부에 대해 “계속 고려하고 있다”며 “북한 눈치 보는 굴종 외교는 실패했다는 게 지난 5년간 증명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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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