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시범개방하는 용산공원 미리 가보니
일본군 방공작전 벙커에 조선시대 석인(石人)상도
스포츠필드에선 대통령 집무실 바로 보여
토양오염 유해성 우려에 국토부 "걱정할 수준 아냐"
오염증기추출 등 저감조치 예정
관람객 요구 반영해 9월 임시개방
- 연규욱 기자
- 입력 : 2022.06.09 11:35:01 수정 : 2022.06.09 13:04:55
1950년대 지어진 미군 장군 숙소. 빨간 지붕과 이를 둘러싼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사진 제공 = 국토교통부]
120년만에 일반에 공개되는 용산공원은 14번 게이트를 지나는 순간부터 역사의 흔적이 쉽게 한눈에 들어온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군사령부의 주 출입문이었던 14번 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맞닥뜨리게 되는 한 낡은 잿빛의 건물은 시대별로 일본군의 방공작전용 벙커(일제강점기), 대한민국 육군본부(1949년 7월~한국전쟁 발발 전)로 사용됐고, 한국전쟁때는 북한군, 주한미군이 들어선 이후엔 미군의 군사시설로 사용되며 4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앞으로 용산공원이 정식으로 개방되면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안내센터로 또다시 변모할 예정이다.
용산공원 내부 곳곳에는 조선시대 석인(石人)상이 곳곳에 놓여져있다. [사진 제공 = 국토교통부]
곳곳에 늘어서있는 장군숙소들을 볼 수 있는 도로엔 푸른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양 옆으로 줄지어있었다. 세월의 흔적을 알려주듯 나무 기둥 곳곳엔 옹이가 눈에 띄었다. 개중에는 100년을 넘게 이곳을 지키고 있는 나무들도 있었다. 도로를 따라 세워져있는 목주(나무기둥) 전신줄에서도 세월의 흔적을 역력히 느낄 수 있다. 미군이 110볼트 전원을 사용하기 위해 50년대에 세운 목재 기둥의 전신줄로, 현재는 220볼트용 콘크리트 전봇대와 나란히 세워져있는 모습이다.
스포츠필드에선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舊 국방부 청사)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박형기 기자]
길가에 놓여 있는 소화전. 미국 본토에서 사용하는 소화전으로 옛 미국 소방관 모자의 모양을 띄고 있다. [사진 제공 = 국토교통부]
이곳은 미군들의 스포츠 활동을 위한 시설이었으나 과거 1960년대 한때엔 냉난방 실내 운동시설이 전무했던 한국의 운동선수들이 훈련장소로 쓰기도 했다. 그중에는 1967년 세계여자농구선수권에서 한국 구기종목 사상 처음 결승해 진출하며 '프라하의 기적'을 일궈낸 여자 농구 국가대표팀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舊 국방부 청사)의 남측구역이기도 한 이곳에서는 시범개방기간 동은 15분마다 40명(선착순)까지 대통령실 앞뜰에 입장할 수 있다. 헬기와 특수 차량 등 대통령 경호장비도 관람 가능하다.
110볼트용 목주(나무기둥) 전봇대와 220볼트용 콘크리트 전봇대가 나란히 서있는 모습 [사진 제공 = 국토교통부]
한편 용산공원 부지의 토양오염 논란과 이에 대한 관람객 인체 유해성 논란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현장을 찾은 김복환 국토교통부 용산공원추진단장은 "이번 시범개방 기간동안 관람을 오시는 국민 여러분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관람객 동선, 개방범위·시간 등을 관람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했다"고 말했다.
시범개방 부지 곳곳에는 관람객들이 건의사항을 엽서에 써 제출할 수 있는 빨간색 우체통들이 놓여 있다. 이를 통해 접수한 의견은 9월 임시개방에 반영된다. [사진 제공 = 국토교통부]
정부는 오염된 토양이 있는 부지를 콘크리트 또는 잔디로 덮는 피복조치와 함께 토양정화법 중 하나인 SVE(토양증기추출·파이프를 활용한 강제진공흡입) 작업으로 오염 저감조치를 실시할 방침이다. 김 단장은 "오염 저감조치를 끝낼 9월에는 시범개방 부지(10만㎡)보다 더 많은 약 40㎡부지가 일반에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범 개방 부지는 신용산역에서 시작해 장군숙소와 대통령실 남측 구역을 지나 스포츠필드(국립중앙박물관 북측)에 이르는 직선거리 약 1.1km의 공간이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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