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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비명 흐른 헤르손 지하실… “러軍, 600명 가두고 ‘신체 훼손’ 고문”

입력 2022.06.08 15:25
우크라이나 헤르손 인근 러시아 군인의 모습. /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시민 600여명을 지하실에 가둔 채 신체 일부를 훼손하는 고문을 가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구금된 대부분은 언론인이나 활동가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 피해 내용을 폭로한 증언까지 이어지고 있다.

7일(현지 시각) 외신에 따르면 타밀라 타체바 크름반도 상임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소식을 전하며 “인질들은 특수 장비가 설치된, 감옥이나 다름없는 지하실에 갇혀 있다. 인근을 지나다 비명을 들었다는 증언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헤르손시 지하실에 300명가량이 있고 다른 헤르손주 지역에 나머지가 비인간적인 상태로 붙잡혀 있다”며 대부분이 친(親)우크라이나 행보를 보인 인물들로 파악된다고 했다.

◇ “협박, 폭행, 모의처형 일삼았다”

앞서 지난 1일 영국 BBC는 러시아군에 고문당한 헤르손 주민들의 증언을 수집해 보도한 바 있다. 인터뷰에 나섰던 올렉산더르 구즈씨는 “러시아군이 내 머리에 주머니를 씌우고 ‘신장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 목과 손목에 밧줄을 묶은 뒤 심문하는 동안 다리를 벌리도록 했다. 내가 답하지 않을 때는 다리 사이로 구타를 했다”며 “쓰러졌을 때 숨이 막혔고 그들은 내가 다시 일어서려고 할 때마다 때렸다”고 했다.

징집병 출신인 그는 공공연한 반(反)러시아주의자로 배우자 역시 집회에 참석하는 등 반러 운동을 해왔다. 러시아가 침공할 당시에는 군대가 마을로 진입하지 못하게 저항하는 데 힘썼다고 한다. 구즈씨는 러시아군이 헤르손을 점령하자마자 자신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 한 독립 언론 기자인 올레 바투린씨도 비슷한 증언을 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무릎을 꿇으라고 했고 내 얼굴을 가린 채 손을 등 뒤로 밀어 넣었다”며 “등과 갈비뼈 부근, 다리를 구타했고 기관총으로 엉덩이를 때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른 주민들이 고문당하고 모의 처형되는 걸 목격했다”고 덧붙였다.

 
부상당한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이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 “신체 절단 흔적도…” 러는 묵묵부답

익명을 요구한 헤르손 지역 의사 A씨는 BBC에 “피해자들에게 혈액종, 찰과상, 자상, 감전, 화상, 손 결박, 목 교살 흔적 등이 발견됐다”며 “신체가 절단된 흔적도 봤다”고 말했다.

이어 “성기 화상, 성폭행당한 뒤 머리에 총상을 입은 소녀, 등과 배에 인두로 입은 화상 등이 가장 심했던 사례”라며 “한 환자는 사타구니에 자동차 배터리 전선 두 개를 부착한 채 젖은 천 위에 서 있어야 했다”고 했다.

A씨는 치료를 받지 않은 중상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추측하며 “일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집에 머무르고 있고 일부는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 러시아군이 ‘가족들은 살해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협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헤르손은 우크라이나 내 친러 지역인 루한스크·도네츠크와 크름반도 간 육로를 연결하기에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곳이다. 러시아군은 침공 초기부터 이곳을 점령했고 현재는 방송국이 러시아 국영 TV로 대체되는 등 완전한 장악이 이뤄진 상태다. 최근 헤르손을 포함한 점령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러시아 시민권 발급 절차가 시작되기도 했다.

일부 주민들이 사라지는 사례도 증가했는데, 유엔과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고문과 실종을 우려하고 있다. HRW 측은 BBC가 보도한 사례와 단체가 들은 증언이 일치한다며 러시아군의 불법 학대 행위를 의심했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는 여전히 의혹에 답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