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할머니를 따라 뽕잎 따러 갔던 날이 아득하기만 하다.
이른 아침 다래끼를 메고 가는 할머니를 졸졸 따라
논둑에 있는 뽕잎 따는 할머니 곁에서 새까만 오디 따 먹는 재미에 빠졌다.
입이 까맣도록 오디 따 먹느라 정신이 팔려 있는데
할머니는 벌써 누에 칠 뽕잎을 한 다래끼 따서 집으로 가자고 재촉하셨다.
그 시간이 왜 그리도 빨리 지나갔는지 좀 더 따 먹고 싶었던 오디였다.
시골 생활의 매력이 이런 것일까?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
어딜 가나 먹을 수 있는 것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이른 봄 냉이나 씀바귀를 캐고, 늦봄에는 두릅과 고사리를 뜯고,
입하가 지나고 단오가 되기 전 취나물을 뜯게 되었다.
눈만 돌리면 먹을 수 있는 들나물, 산나물이
풍부한 시골 생활의 묘미가 쏠쏠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며칠 전 야트막한 산을 오르다가 산 입구에 있는 산뽕나무에서 뽕잎을 따게 되었다.
산나물을 얻거나 사서 먹기는 했지만,
올해처럼 이렇게 직접 내 손으로 따서 먹게 된 산나물이 벌써 몇 가지인가,
혼자서 낯선 산으로 오를 수 없어 남편과 함께 갈 수 있는 주말이 기다려진다.
이번 주에도 아파트로 가지 않고 지낼 작정이다.
시골 산자락에는 묵혀 둔 밭들이 많은데 밭둑에는
어김없이 뽕나무들이 많이 서 있었다. 예전처럼 누에를 치지도 않고
소 먹잇감으로 뽕잎을 따가는 일도 드물고 뽕나무들이 늙어가고 있었다.
뽕나무도 암, 수 구분이 있어 수뽕나무에는 꽃이 피었고
암뽕나무에는 새파랗고 작은 오디가 열렸다.
파랗던 오디가 점점 자라고 까맣게 익으면 달고 맛있다.
뽕잎에는 식물 단백질이 가장 많은 콩 다음으로 단백질이 풍부하고
칼슘, 철분, 무기질이 많아 뼈도 튼튼하게 해 주고 빈혈을 막아 준다고 한다.
특히 당뇨병이나 고혈압 동맥경화증에도 좋다고 한다.
어린 뽕잎은 차를 만들거나 뽕잎을 삶아 말려 묵나물을 만들어 먹기도 하며
삶아 무쳐 먹기도 하며 뽕잎 장아찌를 담아 먹기도 한다.
뽕나무는 뿌리나 껍질, 열매, 잎까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고 한다.
뽕잎 장아찌는 설탕과 간장, 식초로 1:1:1의 비율로
홍고추나 마늘을 넣어 끓인 다음 식혀서 붓는다.
오이나 고추 장아찌는 끓인 즉시 붓지만,
깻잎이나 뽕잎은 뜨거울 때 부으면 질겨진다고 하니
식혀서 부어야 연한 뽕잎 장아찌 맛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닌 듯싶다.
뽕잎 따고 오디 따먹고 그 어찌 아니 즐거울까?
뽕잎은 다른 산나물이나 들나물보다 깨끗하다.
뽕나무 잎은 반짝거리며 윤기가 나는데
다듬기도 편하고 오물이 전혀 묻지 않아 씻기도 편하다.
지난번 뜯어 온 뽕잎은 끓는 물에 데쳐 햇빛에 말렸더니 금방 바삭하게 말랐다.
고사리, 취나물, 뽕잎과 함께 묵나물이 가득하니 구하기 어려운
유기농 식품보다 훨씬 값진 유기농 식품이 곧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어
내 손으로 장만하니 든든한 마음이었다. <옮겨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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