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취임 과제는…檢 정상화하고 검수완박 위헌 다툰다
입력 2022.05.16 15:47
업데이트 2022.05.16 19:16
법무부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이르면 17일 임명장을 받는 대로 검찰 인사를 확정하는 한편 시행까지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위헌 소송 준비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과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실 등 지난 정권에서 사라진 검찰 주요 반부패 수사 기능을 되살리는 작업에도 즉시 착수할 예정이다. 지난 9~1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한 대로 검수완박으로 혼란을 겪은 검찰 조직을 추스르고 수사 기능을 정상화하는 작업에 우선순위를 두겠단 뜻이다.
한동훈 후보자는 이르면 오는 17일 정식 임명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앞서 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보고서를 16일까지 재송부 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날까지 국회가 보고서를 내지 않는다면 대통령은 그대로 한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검찰 인사 서두를 듯…"능력·실력·공정의지만 기준"
지난 1월 27일 서부지법에서 열린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명예훼손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당시 사법연수원 부원장) 뉴스1
한 후보자가 임명되면 가장 먼저 챙길 사안은 검찰 인사다. 검수완박법으로 불리는 개정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시행 전 하루라도 빨리 조직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어서다. 오는 9월 10일 개정 법이 시행되면 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은 그 즉시 사라진다. 예외적으로 유예된 선거범죄 수사권까지 올해 연말에 사라지면 검찰이 내년부터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는 부패·경제범죄 등 2가지로 쪼그라든다. 한 후보자가 5월 중 검찰 인사를 마무리할 것이란 전망이 검찰 내외에서 제기되는 것도 그래서다.
이번 인사는 대검 검사급(검사장급) 승진 대상자만 15명 안팎에 이를 정도로 '대대적 물갈이 인사'가 될 거란 말이 나온다. 대검 검사급 승진자로는 사법연수원 28~29기가 약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검찰 최고 요직으로 손꼽는 법무부 검찰국장엔 신자용(50·사법연수원 28기) 서울고검 송무부장과 권순정(48·29기) 부산지검 서부지청장이, 전국 최대 지방검찰청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엔 송경호(52·29기) 수원고검 검사와 신자용 송무부장이 각각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번 검찰 인사는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협의하는 통상의 절차를 따르는 대신 한 후보자의 의중이 주로 반영되는 형태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김오수(59·20기) 전 검찰총장이 이미 퇴임한 데다, 박성진(59·24기) 대검 차장마저 거듭 사의를 표명하면서 대검찰청이 사실상 지휘 공백에 놓인 탓이다. 검찰 내부에선 "대검 공안부장까지 특수부 검사로 등용한 2019년 7월 윤석열 사단 싹쓸이 인사가 재연될까 걱정(현직 부장검사)"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정권에서 4차례 '인사 학살'을 당한 그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 공정한 검찰 인사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9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 땐 모두발언에서부터 "검사의 능력과 실력 그리고 공정에 대한 의지만을 기준으로 형평에 맞는 인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검찰 수사를 독립된 환경에서 검사들이 자기 소신을 가지고 진실을 파헤쳐서 책임 있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그리고 그게 법에 맞다면 정권의 유불리랑 관계없이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거나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본인의 인사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헌재 권한쟁의심판 청구로 검수완박 위헌 다툴 듯
검찰 인사와 동시에 '검수완박법'의 내용과 처리 과정의 위헌성 등을 다투기 위한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청구 준비에도 즉각 착수할 전망이다. 앞서 대검찰청은 법안 공포 직후 이를 청구하겠다고 밝혔으나 법무부의 외청인 검찰청을 권한쟁의심판 청구 권한을 가진 헌법기관으로 볼 수 있냐는 등 '당사자적격' 논란이 생기자 이를 보류했다. 이에 한 후보자가 취임한 뒤 법무부에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법무부 장관이 직접 당사자로서 검수완박법의 위헌성을 다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헌법에 분명히 영장청구권이 규정돼 있고, 검사가 수사의 본질적 부분을 수행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게 헌법 정신이고 입안자들의 생각"이라며 "그 부분을 법률로 무력화하는 건 위헌 소지가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했다.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청구에 나서는 것을 검토했냐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는 "아직 취임하기 전이고 임명되는지도 확실치 않기 때문에 그 점을 미리 검토할만한 사항은 아니다"라고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秋·朴이 없앤 남부지검 합수단·대검 수정관실도 부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 후보자 기준에서 '검찰 정상화'도 추진된다. 지난 정권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없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이 없앤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옛 범죄정보기획관실) 등을 되살리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합수단은 검찰·국세청·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예금보험공사 등의 전문인력 40여명이 협력하는 전문 수사팀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근절 종합대책의 하나로 조직했고 2014년 2월 서울중앙지검서 서울남부지검으로 옮겨가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며 위력을 떨쳤다. 2020년 초 추미애 전 장관이 "부패 의혹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어쩔 수 없이 해체했다"면서 폐지했다. 박범계 전 장관 때인 2021년 9월 법무부는 검사의 직접 수사를 제한한 형태의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을 서울남부지검에 다시 만들어, 사실상 추 전 장관의 정책 실패를 자인했다.
1999년 대검에 설치된 '범죄정보기획관실'을 모태로 한 수정관실은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했다. 2018년 초 '수사정보정책관실'이라는 명칭을 얻게 됐다. 법무부는 2020년 9월 차장검사급이 보임되던 수사정보정책관실을 폐지하고, 부장검사급 2명이 있던 산하 수사정보담당관도 1개로 축소했다. 그러다 박범계 전 장관 때인 지난 3월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이 개정돼 기능과 역할이 대폭 축소된 '정보관리담당관'으로 재편되면서 사실상 수정관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현재로는 고도화하고 있는 증권범죄 대처가 어렵고 서민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취임하면 즉시 합수단을 부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는 "대검의 수사정보 수집 부서를 폐지하면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이 의미가 없어질 우려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면 대검 정보수집 부서의 순기능을 살리면서 부작용을 방지하는 바람직한 조직개편·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시대의 흔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尹대통령 5·18 기념사 “오월 정신은 국민 통합의 주춧돌” (0) | 2022.05.18 |
---|---|
효자동 이발사 억울한 최후... 청와대 백과사전 (0) | 2022.05.17 |
역사의 흐름 바꾼 우크라이나전 (0) | 2022.05.15 |
정유라, ‘박근혜 딸 의심’ 글에 “미혼 朴 모욕…절대 안 넘어간다” (0) | 2022.05.12 |
['대통령에 바란다' 류근일 칼럼⑧] 삼권분립 되살리고, 폭민·홍위병·운동권 정치 타파해야 (0) | 2022.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