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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무대

떠나는 대통령이 후임자 연일 험담, 이게 정상입니까 [핫이슈]

떠나는 대통령이 후임자 연일 험담, 이게 정상입니까 [핫이슈]

집무실 이전은 활시위 떠난 화살
인수인계 잘 되게 도와주면 될일
대통령이 딴지 걸며 훼방 비정상
후임자에 대한 예의·존중 태부족

"링위에 안 올랐으니 선거 졌다
하는건 문제" 비상식·황당 인식
지지율 최면에 빠져 정신 승리
행정입법사법 비정상국가 참담

  • 박봉권 논설위원
  • 입력 : 2022.05.02 08:54:04   수정 : 2022.05.02 11:18:16

어떤 조직이든간에 전임자가 인수인계를 할때 후임자에게 덕담과 함께 성공을 빌어주는게 인지상정이다.

설사 후임자와 불편한 관계여서 내키지 않더라도 공과 사를 구분하는게 사회 상규다.

개인적 감정을 절제하지 못한채 후임자를 깍아내리고 험담을 늘어놓는것만큼 추한게 없다.

자신의 품위만 떨어뜨리고 인격수양이 덜 됐다는 비난만 자초할 뿐이다.

일반 사조직도 이럴진대 임기말 대통령이 후임자 발목을 잡고 훼방을 놓는건 상상할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얼굴을 화끈거리게 하는 이런 일이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황당하다.

주요 현안엔 과도할 정도로 말을 아끼던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선 거침없는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도를 넘어선 언사가 한두번이 아니다.

"검찰총장으로서 임기를 지키는 것이 중요했는데 중도에 그만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윤 당선인을 때렸다.

적반하장이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인사·수사지휘권 다 빼앗아 식물총장으로 만든뒤 등을 떼민건 대통령 자신이다.

유사시 북한 선제타격론에 대해 "국가 지도자로 적절하지 못하다. 북한하고 상대해 본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며 무시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해서도 "잘 알지도 못한 채 하면 안된다"며 훈계했다.

둘 다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는 식의 모욕적인 발언이다.

대선후 양자간 만남이 지연될때도 대통령은 "다른 이들 말 듣지 말고 당선인이 직접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당선인이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어 측근에게 휘둘리고 있다는것처럼 들리는 무례한 발언이다.

청와대 집무실 이전에 대해 갈수록 공격의 수위를 높이며 몽니를 부리는것도 당최 이해하기 힘들다.

말로는 인수인계에 협조한다면서 말과 행동은 정반대다.

지난달 26일 방송대담때 "마땅치 않게 생각한다"며 딴지를 걸더니 지난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때 또 "꼭 이전을 해야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청와대 집무실 이전은 화살시위를 떠난 화살이다. 되돌릴수 없는 사안이다.

5월 10일 청와대 개방이 결정됐고, 시민 수백만명이 청와대 방문예약을 신청할 정도로 호응이 컸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아무리 마음에 안들더라도 그냥 "잘되기를 바란다"고 응원하고 끝내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떼를 쓰는것으로 비칠 만큼 재를 뿌리는건 무책임하고 볼썽사납다.

"국가 백년대계를 토론 없이 밀어붙이면서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하니 무척 모순적이라고 느껴진다"고도 했다.

외람되지만 대통령은 소통을 논할 자격이 없다.

해수부 공무원이 왜·어떻게 북한군에 무참하게 피살됐는지, 그리고 김정숙 여사 의전비용 내역을 각각 유족과 국민에게 밝히라는 법원 판결에 불복한채 가타부타 말이 없지 않나.

퇴임시 1억3000만원을 호가하는 훈장을 대통령과 배우자가 받을건지, 딸가족 청와대 더부살이 실체는 뭔지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이다.

국민의 기본적인 알권리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대통령이 대선공약을 이행중인 윤 당선인의 소통을 문제삼는건 이중 잣대다.

독재와 권위주의 상징인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 공약을 내건것도, 이후 일방적으로 이를 접은것도 대통령이다.

무엇보다 그렇게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대통령이라면 '검수완박'은 왜 지지하나.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그 흔한 토론회·공청회 한번 열지 않은채 거센 비판여론에도 '검수완박'을 밀어붙이고 있다.

정치꾼 모리배들이 자신들의 비리와 부패를 수사하지 못하도록 검찰의 칼을 뺏는건 국민들이 용납할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떠나는 대통령이 후임자를 아랫사람 다루듯 막 대하고 수시로 모욕을 주는건 정상이 아니다.

청와대에서 나가는 날까지 후임자의 발목을 잡아 힘을 빼놓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럴수 없다.

임기말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 최면에 빠진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실제로 대통령은 정권재창출 실패 질문에 "저는 한 번도 링 위에 올라가지 못했다. 입도 벙긋 못했는데 마치 선거에 졌다 이렇게 말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놀라운 상황인식이다. 국민은 윤 당선인을 선택함으로써 지난 5년간의 문정권 실정을 심판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내가 대선을 치른게 아니니 내가 패배한건 아니잖나"라는 비상식적 인식을 드러냈다.

지난 5년내내 봐온 확증편향식 정신승리이자 대선불복이다.

대통령부터 후임자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니 민주당도 다수의 힘으로 공공연히 식물대통령 겁박을 하는것 아니겠나.


자신이 탄핵으로 내몬 후배판사에 대한 무죄가 확정됐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은 예의 침묵을 지키고 있다.

행정 입법 사법 모두 비정상이다. 도대체 누가 이런 나라를 만들었나.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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