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그늘… 췌장암 환자 4년새 29% 늘어
국민건강보험공단 발표 2016~2020년 진료현황
중견회사 임원인 최모(55)씨는 직장에서 제공한 건강검진에서 “췌장 꼬리 부위에 3cm 정도 크기의 낭종(물혹)이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 췌장암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씨는 이 낭종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아버지를 췌장암으로 잃었기 때문이다. 수술 후 병리 검사 결과, 낭종은 나중에 췌장암으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세포들로 구성돼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췌장암 공포에서 벗어난 최씨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며 안도의 숨을 쉬었다.
◇췌장암 진료인원 해마다 증가
췌장암으로 진단 받고 치료 받는 환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2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6~2020년 췌장암 진료 현황에 따르면, 2020년 췌장암 진료인원은 2만818명이다. 2016년 1만6086명에 비해 29.4% 늘어난 수치다. 연평균 6.7%씩 증가한 것이다. 그만큼 신규 췌장암 환자가 늘고, 췌장암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조금씩 늘었다는 의미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신규 췌장암 환자는 8099명으로, 발생 자체는 연평균 약 2% 정도로 늘고 있다.
나이별 분포를 살펴보면 60대와 70대가 둘 다 각 30% 정도를 차지했다. 80세 이상은 16.6%이다. 남녀 발생 차이는 거의 없다.
◇췌장암, 왜 늘어나나?
인구 고령화 탓이 크다. 앞으로 70대와 80대에서 췌장암이 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보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배 더 높은 일본의 경우, 췌장암 신규 환자가 한 해 4만2000명선이다. 전체 인구수는 한국의 2.4배 인데, 췌장암은 5배 더 많다. 즉 고령자일수록 췌장암 발생이 많다는 의미다.
당뇨병 환자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당뇨병 환자는 췌장암 발생 위험이 2배 가량 더 높다. 송시영 연세대의대 소화기내과 교수는 “당뇨병이 발생한지 3년 이내거나 최근 당뇨병이 악화된 경우에 췌장암 발생 위험이 더 커진다”며 “복부 초음파, CT, MRI 검진이 늘면서 예전보다 췌장암을 더 많이 찾아내는 요인도 있다”고 말했다. 지방질 식사와 비만 증가도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정기 검진으로 조기 발견해야
현재 국내 췌장암 생존율은 13.9%다. 환자 7명 중 1명만이 췌장암에서 살아 남는다. 대표적인 악성으로 불리는 폐암 생존율(34.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췌장암 발생은 늘고, 생존율은 획기적으로 좋아지지 않아서, 오는 2030년에는 췌장암이 폐암 다음으로 전체 암 사망 2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췌장암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조기 진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발견 당시 수술로 제거될 수 있는 상태가 20%가 안 된다. 절반이 다른 곳에 전이된 채 발견된다. 항암제 내성이 많이 생겨서 항암치료도 효과가 낮다. 방사선치료도 잘 먹히지 않는다. 치료법에 절대 강자가 없기에, 전 세계적으로 신약 개발 임상시험이 1500여개나 이뤄지고 있다. 그래도 조기에 발견 하려면 복부 초음파, CT, MRI를 정기적으로 하는 수 밖에 없다. CT는 자주 찍으면 방사선 피폭 부담이 있기에, 요즘에는 프리미엄 건강검진센터 MRI로 췌장 검진하는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다.
이진호 국민건강보험일산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가족력이 있거나, 당뇨병 환자, 만성 췌장염 환자, 비만, 상습 음주자, 장기 흡연자 등은 췌장암 발생 위험이 크므로 적극적으로 검진받는 것이 좋다”며 “췌장염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이 음주임을 감안할 때 금주, 절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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