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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야기

초조함으로 바뀐 초격차…"삼성이 투자 못하면 韓경제도 식는다"

초조함으로 바뀐 초격차…"삼성이 투자 못하면 韓경제도 식는다"

이재용 부회장, 文 `마지막 특사` 포함될지 주목

전쟁·유가폭등·공급망 혼란
세계경제 대전환 위기인데

삼성은 130조 현금 있어도
투자 못하고 `6만전자` 허덕

가석방 상황 해외출장도 제약
"반쪽 리더십, 정상화 시급"

  • 이승훈, 정유정 기자
  • 입력 : 2022.04.25 17:45:29   수정 : 2022.04.25 17:51:31
◆ 기업인 사면론 재점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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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5단체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사면을 정부에 요청한 것은 현재 국내 경제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대외 여건이 급속도로 악화되며 한국 경제가 '대전환의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의 리더십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로 인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공급망 대혼란 등 연이은 악재로 세계 경제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반영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9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4%에서 3.6%로 대폭 낮췄다.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3.0%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우리 경제가 '장기 저성장'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사에서 "저출산·고령화 추세 속에서 생산성 저하와 부채 문제, 불평등 확대로 경제 전반의 성장 잠재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저성장을 뚫을 수 있는 핵심 키워드는 기업의 혁신이다. 사업 정체와 전통 제조업 한계에 직면한 대기업들은 차세대 기술 리더십을 갖는 혁신산업 육성 없이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즉 혁신성장과 위기 돌파를 위해 삼성의 리더십 정상화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삼성 리더십의 핵심인 이재용 부회장이 현재 가석방된 상태라 정상적인 경영 참여가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가석방됐지만 해외 출장 때마다 법무부의 승인을 거쳐야 해 글로벌 현장 경영과 네트워킹에 제약이 따른다. 또 등기임원을 맡을 수 없어 책임지고 경영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가석방 상태에서는 삼성을 대표할 수 있는 공식 직함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에 선밸리 콘퍼런스와 다보스포럼,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등에서 회사를 대표해 장기 협력과 투자, 인수·합병(M&A)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 2016년 전장 업체 하만을 약 10조원에 인수한 뒤 대형 M&A가 끊긴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가 물가와 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 현재의 난국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혁신하는 기업인이 필요하다"며 "현재 의사결정권자인 이재용 부회장이 법적인 굴레에 묶인 삼성에서 혁신하는 기업가정신의 발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의 역사를 바꾼 혁신도 총수의 기업가정신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았다. 1983년 반도체 사업 진출 결정, 1993년 신경영 선언, 2008년 스마트폰 사업 진출, 2010년 바이오 사업 진출 등 굵직굵직한 사업은 총수가 비전을 세우고 오랫동안 뚝심 있게 투자해 미래 비즈니스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는 전문경영인에게만 의존하는 것도 쉽지 않다. 기업 성공에 필수적인 대형 투자의 경우 단기 성과에 구속받는 전문경영인이 과감하게 의사결정을 하고, 이를 실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소니의 TV·가전 사업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과 미국 야후의 사업 실패 등은 전문경영인에게만 지나치게 의지하다가 사업경쟁력을 잃어버린 사례로 경영학 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할 정도다.

국내에서도 최태원 SK 회장이 수감됐던 2013~2015년 사이에 그룹 내 12개 상장사 매출이 47조6000억원에서 39조6000억원으로 8조원가량 줄었다. 한화 또한 김승연 회장의 구속·투병 기간인 2011~2013년 사이에 4개 상장사 매출이 1조원가량 감소하기도 했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6만 전자'에 머무르는 것은 130조원의 현금이 있어도 신속하게 투자 의사결정을 못 하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학에서는 최적의 답을 찾지만 경영학에서는 적시 의사결정이 비록 정답이 아니더라도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의사결정의 지연은 삼성전자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 77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도 주가가 부진한 것이 그 이유다. 최근의 실적 호조는 과거에 이뤄진 의사결정에 따른 선행 투자와 기술 혁신이 현재의 결실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향후 10년 뒤, 또는 20년 뒤에 삼성전자가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청사진이 없다.

이번에 경제5단체는 이 부회장 등의 사면을 언급하면서 개인에 대한 시혜가 아닌 점을 강조했다. 법적으로 사면은 남은 형기를 공익에 기여해 갚으라는 의미다. 기업인의 경우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해 사회에 끼친 손해를 변상하도록 하자는 것이 재계의 목소리다.

[이승훈 기자 /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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