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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들 치부 덮으려 헌법 질서 파괴”… 지검부터 대검까지 격앙

 

“자기들 치부 덮으려 헌법 질서 파괴”… 지검부터 대검까지 격앙

검찰 온종일 부글부글 “형사사법체계 뒤집나”

입력 2022.04.09 03:00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7일 오후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국회 법제사법위로 사보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검찰 내부는 이미 술렁이기 시작했다. 법사위 안건조정위 구성이 달라져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을 본회의에 부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해 거부권을 행사하기 전에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해치우려 한다”는 우려가 확산했다.

8일 오전 김오수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민주당의‘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추진을 비판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김 총장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글도 있었다. 김 총장은 이날 오후 대검 대변인실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검찰총장은 현 상황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뉴스1

이런 상황은 8일 대검의 ‘반대 입장’ 공식 표명, 전국 고검장 회의 논의, 일선 검찰청의 검사 회의 연쇄 소집,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의 ‘검수완박’ 비판 글 쇄도로 이어졌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들뿐 아니라 일반직 수사관들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고 전하기도 했다.

8일 오후 5시부터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 열린 전국 고검장 회의에는 김오수 총장과 함께 박성진 대검 차장, 전국 고검장 6명과 조남관 법무연수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오후 7시쯤 도시락으로 저녁 식사를 하면서 오후 8시13분까지 회의를 이어갔다. 박범계 법무장관은 이날 오후에 과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해 대검 상황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가 끝난 뒤 대검은 “전국 고검장들이 (민주당의) 검찰 수사 기능 전면 폐지 법안 추진에 반대하는 대검 입장에 깊이 공감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반대 의견을 가진 고검장은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성윤 서울고검장 등 친정권 성향 고검장들도 ‘검수완박’엔 차마 찬성하지 못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검은 또 민주당 의원 총회(12일) 하루 전인 11일에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열기로 했다.

전국 고검장 회의에 앞서 예세민 대검 기획조정부장(검사장)은 7일 오후 긴급 이메일을 일선 지검장과 지청장 등에게 보냈다. 그는 이메일에서 “최근 일부 정치권에서 검찰의 수사 기능 전체를 폐지하고 별도 수사청을 설립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보도되는 등 관련 논의가 급박하게 진행되는 모습”이라며 “대검은 필요한 상황과 문제의식을 일선과 공유하겠다”고 했다. 그 직후 양향자 의원의 법사위원 사보임 소식도 알려졌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대검은 그제야 이 문제를 본격 공론화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상대 대검 정책기획과장은 8일 오전 7시30분쯤 김오수 총장의 재가를 받은 뒤 이프로스에 긴 글을 올렸다. 그는 “(민주당에선)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는 유보하고 우선 검찰 수사권 폐지만 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며 “별다른 방법도 없이 또다시 의원님들에게 사정하고 곱지 않은 민의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우리 검찰 구성원들의 처지가 너무 안타깝고 실무자로서 죄스럽다”고 했다.

여기에 검사들의 댓글이 수십 건 달렸다. 박찬록 부산지검 2차장은 “충분한 의견 수렴도 없이 오랜 시간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형사 사법 체계를 정치적 이해에 따라 하루아침에 갈아엎는다는 자체가 참으로 무섭고 흉하다”고 했다. 권순정 부산지검 서부지청장은 “헌법상 규정된 검사의 책무 수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헌법 질서 파괴 행위”라고, 같은 검찰청의 서현욱 부장검사는 “(민주당이) 그냥 ‘우리 편은 수사하지 말라’는 것을 법안에 넣는 게 더 솔직해 보인다”고 했다.

노정환 대전지검장은 조선시대 연산군이 당시 검찰 역할을 했다는 사헌부를 폐지한 것을 예로 들며 “주권자이신 국민이 잘 지켜보고 있다면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 생각해본다”는 글을 올렸다.

법조계에서도 “여당이 자신들의 치부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이 수십년간 쌓은 수사 역량을 증발시키려 한다”며 “그 피해는 국민에 돌아갈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는 “‘검수완박’이 되면 당장 대장동·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 현 정권에 대한 검찰 수사는 올 스톱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대구지검과 산하 지청 8곳은 이날 김후곤 대구지검장 주재로 화상 회의를 한 뒤 “정파적 입장에 따른 졸속 추진”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수원·춘천지검 평검사들과, 서울북부·수원·인천·광주·울산·의정부지검의 간부들도 ‘검수완박 반대’ 입장을 줄줄이 냈다.

☞,검수완박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줄인 말로, 현재 검찰에 남아 있는 6대 중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 사업, 대형 참사 범죄)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옮기고 검찰엔 기소권만 남긴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은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법안 등을 국회에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