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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늘어나는 다운증후군 환자… 사회적 책임 생각할 때"

"늘어나는 다운증후군 환자… 사회적 책임 생각할 때"

 
2022.03.21. 08:00

오늘(3월 21일)은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이다. 21번 염색체가 3개인 다운증후군 환자의 사회적 인식 개선과 권리 옹호를 위해 지난 2012년 국제연합(UN)에서 선정했다. 겨우 정상인보다 염색체가 하나 더 많을 뿐인데, 다운증후군 환자는 태어났을 때부터 지적장애, 신체 기형, 전신 기능 이상, 성장 장애 등을 앓게 된다. 그리고 사회에 나가서는 매 순간 잘 해낼 수 없을 거라는 편견에 부딪혀야 한다. 그러나 조기에 제대로 된 관리를 받는다면, 충분히 특정 분야에서 기량을 펼칠 수도 있다. 다운증후군 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 지금, 적절한 치료란 무엇인지 물어보기 위해 의학유전학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소아내분비대사과 이범희 교수를 만났다.

© 제공: 헬스조선

-다운증후군은 어떤 질환인가?

사람의 염색체는 한 세포에 23쌍 들어있다. 1~22번까지는 똑같은 염색체가 한 쌍씩 있고, 23번은 성염색체로 남자는 XY, 여자는 XX를 갖고 있다. 다운증후군은 그중에서 21번 염색체가 한 개 더 있어, 3개를 가진 질환을 말한다.

-다운증후군 환자는 모든 세포에 21번 염색체가 3개인 건가?

일반적인 다운증후군 환자는 모든 세포에 21번 염색체가 하나씩 더 있다. 모자이크형 다운증후군이라고, 일부는 정상적이고 일부에만 다운증후군 세포가 혼합된 경우도 있다. 정상 세포가 훨씬 많고, 다운증후군 세포가 소량이라면 다운증후군 증상이 거의 없기도 하다. 그러나 다운증후군 세포 수량이 아주 적은 모자이크형 다운증후군이 아니라면 기본적인 다운증후군 증상은 다 나타난다. 다운증후군 환자 중 90% 이상이 모든 세포에 21번 염색체가 하나씩 더 있다.

-모자이크형인지 아닌지 진단은 어떻게 하는가?

아이가 다운증후군인지 의심된다면, 채혈해 혈액에서 백혈구를 채집한다. 20개 정도를 꺼낸다고 가정해보자. 20개 세포 모두에서 염색체 개수를 잰다. 20개 세포에서 모두 다 21번 염색체가 하나씩 더 있다면 일반적인 다운증후군 환자다. 일부에서만 확인이 된다면 모자이크형 다운증후군일 가능성을 고려해 최소 50개 세포의 염색체 개수를 다시 확인한다.

-유병률이 늘어나는 추세다. 추정 원인이 무엇인가?

높게 보는 곳에서는 현재 500명당 한 명꼴로 다운증후군 환자가 태어난다고 할 정도로 유병률이 높아졌다. 그 이유는 부모 임신 연령 때문으로 추정된다. 부모 연령이 올라가면 염색체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 제공: 헬스조선

-혹시 가족력이나 유전적 요인도 있는가?

가족의 유전력과는 상관이 없다. 다운증후군을 앓는 본인만 환자고, 대를 타고 전달되지는 않는다. 다운증후군이라도 생식 활동에는 문제가 없고, 생식세포에는 교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다운증후군 환자의 증상은?

태어난 아기의 외형만 봐도 알 수 있다. 얼굴이 정상적인 아이보다 조금 더 동그랗고, 눈은 좀 가늘면서 양 눈 사이가 멀다. 손을 보면 뚜렷하게 가로로 연결된 손금을 볼 수 있다. 전체적인 세포에 이상이 있는 것이다 보니 다른 장기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선천적인 심장질환이 있을 수도 있고, 내분비질환으로는 갑상선 질환이 있을 수 있다. 음식을 먹으면 식도에서 위를 거쳐 십이지장으로 넘어가는데, 이 넘어가는 부분이 너무 좁아 구토를 자주 하기도 한다. 콩팥에 기형이 있을 수도 있고, 손가락에 이상이 있을 수도 있다. 여러 다양한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임신 중에도 미리 검사를 통해 다운증후군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들었다.

먼저 가능성이 높은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선별검사를 하고, 거기서 고위험군이 뜨면 태아 세포를 확인해보는 확진검사를 한다. 예전에는 고위험검사라고 해서 엄마의 혈액을 뽑아 호르몬 수치를 확인하는 등 생체 표지자 검사를 주로 했다. 다운증후군 환자는 목둘레가 두꺼운 편이라, 태아 목둘레를 초음파상으로 확인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엄마 혈액에 섞여 있는 태아 DNA를 뽑아내 분석하는 NIPT 검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태아 유전정보를 기반으로 염색체 숫자를 예측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다. 물론 태아 세포를 직접 뽑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서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임신 10주쯤 확인할 수 있다. 확진검사로는 3가지가 있다. ▲임신 12주쯤 태반에서 태아 세포를 조금 채집해 키워 분석하는 융모막 검사 ▲16주쯤 양수를 채취해 확인하는 양수검사 ▲20주 이후에는 아기 탯줄에 있는 혈관을 바늘로 채혈해서 태아 세포를 분석하는 재대혈 검사가 있다.

© 제공: 헬스조선

-수명이 짧은가?

평균 60세 정도로 잡고 있는데, 이건 옛날 데이터다. 최근에는 돌 전부터 재활 치료도 열심히 하고, 우리나라 의료환경도 더 좋아져서 더 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더 길어질 것이다.

-지능이 아주 낮은가?

IQ 50 넘는 환자가 많지는 않다. 그러다 보니 고차원적인 작업을 해야 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간단한 아르바이트를 하는 환자가 종종 있고, 개인에게 맞는 특정 분야를 살리는 환자도 있다. 최근에는 영화배우, 골퍼, 모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환자도 나오고 있다. 얼마나 교육, 치료를 잘 받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지원, 교육이 필요한가?

먼저 다운증후군은 다학제 진료가 매우 필요한 질환이다. 다학제 진료가 되는 곳에서 심장, 뇌, 콩팥 등에 이상이 있는지 검사해야 한다. 백혈구 수치는 괜찮은지, 갑상선은 괜찮은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상이 있다면 필요한 조치를 한다. 그다음부터는 정기 검진을 받으면 된다. 커가면서 시력, 청력, 치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재활 치료 정기검진이 중요하다. 특히 돌 전, 빠른 연령에 재활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뇌가 발달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때 아이들이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을 더 극대화할 수 있다. 부모는 아이를 어떻게 교육하면 좋은지, 어떤 정기 검사가 필요한지, 조기에 할 수 있는 게 뭔지 등을 배워야 한다. 청소년기가 되면 체중 관리가 중요하다. 다운증후군 환자는 비만, 고지혈증, 고요산혈증 등 성인병이 빨리 오는 편이기 때문이다.

© 제공: 헬스조선

-혹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심각한 질환이 있는가?

아무래도 심장 질환이다. 심장에 문제가 있다면 수술이 여러 번 필요할 수 있다. 심장 질환이 있을 때 아이들이 제일 위험하기도 하다. 그러나 심장 질환이 없다면 중환자실 입원은 물론, 병원 입원도 거의 안 하고 잘 지낸다. 환자 중 약 40%에 심장 문제가 있다.

-진료비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국가 지원이 있는가?

기본적으로 산전특례제도가 있다. 진료비의 본인 부담금을 10%로 감액해주는 제도다. 염색체 검사 결과로 산전특례 등록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여래 재활프로그램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있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환자는 보건소에서 따로 의료비 지원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라도 치료가 될까?

유전질환에는 유전자 질환과 염색체 질환이 있다. 유전자에서 돌연변이 하나가 생기면 나타나는 질환이 유전자 질환이다. 소위 말하는 유전자 치료는 그 유전자 돌연변이 하나를 고치기 위한 노력이다. 염색체는 몇천 개의 유전자가 모인 것으로, 염색체 질환은 치료가 어렵다. 다운증후군은 유전자 몇천 개가 모인 염색체 하나가 더 있는 염색체 질환으로, 근본적인 치료가 어렵다. 최근에는 하나 더 있는 염색체를 없애기보다 그래서 생긴 부족한 특성이나 물질을 약물로 제공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면 어떤 물질로 인지 능력을 향상하는 식이다. 관리 측면의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물론 근본적 이유인 염색체를 없애려는 연구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제공: 헬스조선

-다운증후군 환자는 행복지수가 더 높다고 한다. 맞는가?

현장에서부터 느껴진다. 진료를 하다 보면 '내가 이 아이보다 더 행복한가?'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환자 본인이 굉장히 행복하다는 것을 상대방도 느낄 수 있다. 아무래도 사회성이 떨어지다 보니 고립 생활이 위험해 보이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

-다운증후군 환자는 코로나19 등 감염병에 더 취약하지는 않은가?

다운증후군 환자는 감염에 취약하다. 감염병에 걸리면 중증도로 진행할 위험도 더 크다. 그러나 지난 팬데믹 2년 동안은 큰 문제가 있지는 않았다. 현장에서 아주 심하게 코로나19를 앓은 환자는 본 적이 거의 없다.

-다운증후군 아이를 가진 보호자에게 한 말씀

아이가 다운증후군이라는 것을 임신 중 알고 나면 사실 보호자는 아이를 낳을지 결정하는 게 쉽지 않다. 누구도 낳으라고 강요하거나 비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라에서 이런저런 지원이 된다고 하지만, 한평생 아이를 돌보고 감당해야 하는 사람은 보호자이기 때문이다. 다만, 말하고 싶은 건 태어난 아이들을 보면 생각보다 잘 지내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심장기형 등 수술할 정도로 심한 질환이 있지 않다면 대부분 몇 달에 한 번씩 병원 방문이 다인 아이들이 매우 많다.

사회는 앞으로 환자들이 어른이 됐을 때,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의논을 시작해야 한다. 의료 환경과 서비스가 좋아지면서 선천적인 유전질환 환자도 성인까지 키우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끝까지 보호자가 이 환자를 돌볼 수는 없다. 실제로 보호자는 자기 자신이 세상을 떠났을 때 환자를 누가 보살펴주려나 하는 걱정을 안고 산다. 이제는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점이다.

© 제공: 헬스조선이범희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대에서 의학유전학분야 박사 후 연수 과정을 밟았다. 현재는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다. 의학유전학센터에서 염색체 이상, 발달지연, 선천성 기형, 유전대사 및 유전질환 등을 전문분야로 진료하고 있다. 선천적 유전질환으로 아픔을 겪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교수는 "하루라도 빨리 치료제를 개발해 환자의 삶이 조금이라도 편안해 지도록 하고 싶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