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측근 천기누설? 침공 지도 속 몰도바 향한 '수상한 화살표' [영상]
입력 2022.03.03 15:36
업데이트 2022.03.03 16:54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자국 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전황을 설명하다 몰도바 침공 계획처럼 보이는 표시가 있는 지도를 공개했다. 외신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실수로 푸틴의 다음 목표를 공개하는 ‘천기 누설’을 해버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자국 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황 세부 내용이 담긴 지도를 펼쳐놓고 설명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몰도바 향하는 ‘빨간 화살표’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전날 열린 벨라루스 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전황이 표시된 지도를 공개했다. 지도를 보면 우크라이나 영토가 4개 영역으로 나뉘어 있고, 러시아군의 침공 노선과 우크라이나 도시 공격 순서 등이 상세히 표시됐다.
지도에 표기된 러시아군의 진입 경로는 우크라이나 동·남·북 삼면에 그려졌다. 북쪽에서는 수도 키이우를 향해 돌진하고, 남쪽에서는 크림반도를 통해 헤르손을 공략하는 등 러시아군의 실제 공격 라인과 일치했다.
논란이 된 부분은 흑해 항구도시 오데사에서 몰도바의 트란스니스트리아(러시아어 프리드녜스트로비예) 지역을 가리키는 붉은색 화살표다. 외신들은 이를 ‘러시아의 또다른 침공 계획’으로 해석했다.
텔레그래프는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의 이웃 나라인 몰도바까지 진군할 계획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매체 리포르미스타는 “푸틴의 공격이 우크라이나에 그치지 않고 유럽의 더욱 깊숙한 곳까지 들어올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루카셴코가 공개한 지도 속 러시아군의 몰도바 공격 경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몰도바 외무부는 즉시 아나톨리 칼리닌 벨라루스 대사를 불러 루카셴코 대통령이 공개한 지도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터키 일간지 데일리사바에 따르면 칼리닌 대사는 “지도에 표시된 정보는 벨라루스 국방부가 잘못 전달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의심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다. 니구 포페스쿠 몰도바 부총리는 “몰도바가 러시아의 영토 확장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막연한 두려움이 아닌 명백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반러·친서방, 분쟁지 품은 ‘화약고’
1991년 옛 소련 해체 이후 독립한 몰도바는 우크라이나처럼 유럽연합(EU)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지 않았다. 지금껏 친서방 세력과 친러 세력이 대립을 거듭한 점도 비슷하다.
지난 2020년에는 친서방 성향 대통령이 당선돼 재임 중이다. 헌법상 중립국을 표방하지만, 점차 반러·친서방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만약 러시아군이 몰도바로 침공하면,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미군과 나토군이 군사적 개입을 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의 비극이 재연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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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루카셴코 대통령이 공개한 지도 속 화살표의 끝점인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몰도바 영토 안에 있지만,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몰도바로부터 분리독립을 선언한 미승인 국가다. 주민 대다수가 러시아계이고, 평화유지군을 포함해 러시아군이 1000명 이상 주둔 중인 친러 자치공화국이다. 몰도바 중앙정부와 갈등이 지속돼 또 다른 ‘동유럽의 화약고’로 불려왔다.
몰도바 영토내 친러 자치공화국인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국경일에 공연을 펼치고 있는 호위병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이양구 전 우크라이나 대사는 “(지도 내용은) 몰도바까지 공격한다기보다는, 이미 러시아군이 주둔해있는 트란스니스트리아까지 러시아의 전선을 확장한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가 유럽 중심부로 좀 더 깊숙이 파고들어, 루마니아·폴란드 등 국경을 맞댄 동유럽 국가는 물론 서방에까지 실질적인 무력시위를 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지로 트란스니스트리아를 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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