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옷 입고 세월에 맞서는 전사… 나훈아 뮤비에 MZ도 열광했다
은백발을 휘날리며 갑옷을 입은 사내가 자기 몸집만 한 검을 휘두른다. 뼈무덤을 쌓아 올린 형상의 마왕이 단칼에 아스러진다. 사내가 맞선 존재는 시간의 마귀, 시마(時魔). 인간으로부터 희로애락의 순간을 빼앗아 죽음에 이르게 한다. 한데 검은 머리칼의 그는 흰머리 흰수염의 사내와 똑 닮았다. 사내는 자신과 닮은 ‘젊은 그’를 향해 불주먹으로 ‘맞짱’을 뜬다.
가황(歌皇) 나훈아에게 ‘한계’란 없어 보였다. 지난 22일 발매된 새 앨범 ‘일곱 빛 향기’ 수록곡들에 맞춰 거대 블록버스터급 영웅 서사물을 연상시키는 뮤직 비디오를 찍고, 아이돌 그룹들이 추는 ‘머리 쓸기’ 안무에 ‘팝핑’(관절 꺾기 춤)까지 선보인다.
영화 ‘반지의 제왕’ 속 웅대한 숲과 암석 골짜기 같은 풍경을 무대로 펼쳐지는 ‘맞짱’ 뮤직비디오 속 나훈아는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위쳐’의 주인공 게롤트처럼 카리스마 넘친다. 뮤직 비디오를 본 뒤 “가슴이 웅장해진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하면 (세월에) 끌려가는 거고, 안 하던 일을 해야 세월이 늦게 간다.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서 끌고 가야 한다”(2020년 KBS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고 외쳤던 그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자신을 증명해 보였다. “사랑은 이제부터 시작인데, 청춘도 아직은 시퍼런데, 세월아 맞짱 한번 뜨고 싶다”는 가사처럼 거침없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엔 영화 ‘듄’이나 미국 HBO ‘왕좌의 게임’ 못지않다며 “나훈아가 95년생 티모테 샬라메(‘듄’ 주인공)보다 액션 신 잘 찍음” “뮤비가 아니라 무비” “서사와 세계관까지 완벽” 같은 반응이 올라왔다. ‘위쳐’의 주인공 이름을 딴 ‘K게롤트’, ‘아더왕’ 이름을 붙인 ‘나훈아더’ 같은 애칭까지 등장했다. ‘맞짱’은 28일 오후 현재 63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또 다른 노래 ‘체인지’의 뮤직비디오에선 전혀 딴판인 모습을 보여준다. EDM(일렉트로 댄스 뮤직) 스타일 트로트곡에 아이돌 댄스 그룹의 주 무기인 ‘어깨 먼지 털기’ ‘머리 쓸기’ 안무를 선보인 것. 한국 젊은이들로 구성된 세계적 팝핑 댄스팀 ‘월드 페임 어스’와 함께 어깨 튕기기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이 비디오는 복제된 나훈아가 등장하고, 마치 만화경을 보는 듯한 현란한 구성으로 “백남준식 비디오 아트를 연상케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도헌 대중문화평론가가 올린, “뮤직비디오에 초현실주의와 비디오 아트, 신스웨이브(신시사이저를 이용한 전자음악) 글리치(탁, 틱 같은 소리를 비트로 응용한 음악) 스타일을 듬뿍 쏟아부었다”고 한 글도 300 여 회나 리트윗됐다.
'우리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능한 양 때문에 희생되는 사자들[이정향의 오후 3시] (0) | 2022.03.02 |
---|---|
[광화문에서/박선희]‘점심값 2만 원’ 시대, 물가 잡을 묘책 있나 (0) | 2022.03.01 |
“中우한시장 너구리가 코로나 시발점” 美·中서 연구 결과 나왔다 (0) | 2022.02.28 |
[류근일 칼럼] 尹·安 단일화 결렬… 중대한 역사적 과오 저질렀다 (0) | 2022.02.27 |
“언론사가 할 짓이냐” 우크라 모델, 자국 대통령 비판한 MBC에 분노 (0) | 2022.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