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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국방

“핵미사일 있다” 푸틴이 찍은 우크라 공장, 北이 ICBM 엔진 구한 곳이었다

“핵미사일 있다” 푸틴이 찍은 우크라 공장, 北이 ICBM 엔진 구한 곳이었다

미 정보당국‧전문가 “2014년 러시아 침공 후 혼란기에 암시장 통해” 추정
10개 핵탄두 장착 미사일을 미 중부까지 날릴 RD-250 엔진으로, 2017년 ICBM 발사 첫 성공

입력 2022.02.24 16:42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1일 러시아 국민을 향한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가 자체 핵무기를 만들려고 하며, 이는 과장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또 “그런 핵무기를 운송할 미사일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 구(舊)소련의 러시아가 자국 내에 배치했던 약 1700개의 핵탄두와 170여 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해체에 동의했고, 핵(核)비확산조약(NPT)에도 가입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엔 기초적인 우라늄농축시설도 없다. 따라서 푸틴의 이 말은 거짓말이다.

그러나 “핵무기 운송 미사일을 가졌다”는 푸틴의 말엔 근거가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중남부 드니프로 시에는 냉전 시절 소련의 SS-18 ICBM을 만들던 ‘유즈마쉬(Yuzhmash)’ 미사일 제조사가 있다.

2017년 북한이 처음 성공한 ICBM 미사일의 엔진 출처로 지목되는 우크라이나 미사일 공장이 위치한 드니프로 시의 위치./구글 지도

2017년 북한이 처음으로 사거리 1만km의 ICBM 발사에 성공했을 때에, 당시 미 정보정보당국과 안보전문가들은 이 미사일에 장착된 핵심 엔진 로터의 출처로 이곳을 지목했다.

◇실패 거듭하던 북, 2017년 7월 새 엔진으로 ICBM 발사 첫 성공

북한은 2015년까지 계속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서 실패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정보당국이 북한이 미사일 부품 구입 프로세스에 개입해 ‘불량품’을 넣고, 발사 시 사이버 공격을 했다.

그런데 한 순간, 2016~2017년 북한의 엔진 디자인이 새롭게 바뀌었다. 부품 구입 프로세스도 변경됐다. 그리고 2017년 3월 신형 엔진의 연소 실험에 성공하더니, 북한은 5월 괌 미군기지를 훌쩍 뛰어넘을 사거리 5000㎞의 ‘화성 12형’ 발사에 성공했다.

2017년 7월 발사한 화성 14형 미사일/KCNA

그리고 곧이어 7월 ‘화성 14형’ 로켓을 연거푸 발사해 성공했다. 첫 번째 것은 알래스카에, 7월28일 발사한 두 번째 것은 미 중부의 시카고‧덴버까지 닿을 1만 km 사거리였다. 정확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북한으로선 첫 ICBM 발사 성공이었다.

◇북,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기간에 신형 엔진으로 교체

북한은 그전까지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화성 10형) 개발에 매달렸지만, 신통치 않았다. 2014년 무수단 발사도 오바마 행정부의 훼방 공작(sabotage)으로 실패했다. 그런데 2016년 김정은이 무수단 개발을 포기하자마자, 곧 새로운 디자인 엔진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발사 성공률이 높아졌다. 기술적으로 상상하기 힘든 단기간에 이뤄졌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미사일 전문가인 마이클 엘먼은 “북한의 새 미사일은 북한이 독자적으로 그렇게 단기간에 바꾸기엔 너무 복잡한 테크놀로지에 기초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상적인 기술 발전 속도가 아니라는 얘기였다.

◇신형 로켓의 엔진 사진 판독해 보니

미국의 정보분석가들은 ‘화성 12호’가 성공한 이래 김정은이 이 신형 로켓 모터를 시찰하는 사진을 판독했다. 그해 6월 엘먼은 “이 엔진은 우리가 그동안 봐왔던 곳이 아닌 제조회사에서 나왔다”고 결론지었다.

원자력과학자회보는 2017년, 북한의 첫 ICBM인 화성 14호 엔진(오른쪽)은 러시아제 RD 250/251 엔진에서 나온 것이라며, 두 엔진 사진을 비교했다./원자력과학자회보

분석가들은 북한의 사진 속 미사일 엔진이 10개 핵탄두를 탑재하고 대륙 사이를 날 수 있는 ‘RD-250’이란 강력한 엔진인 것을 확인했다.

 

2017년 8월 미국 원자력과학자회보(the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는 “자세한 사양을 검토한 결과, 북한의 새 엔진은 RD-250에서 나온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당시 이 엔진이 나올 만한 곳은 구(舊)소련 지역에서도 몇 안 됐다. 미 정보당국과 전문가들은 이 엔진의 출처로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의 ‘유즈마쉬’사를 주목했다.

◇ 2014년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 미사일 공장 폐업 직전

‘유즈마쉬’는 소련의 SS-18 ICBM을 생산하던 미사일 제조공장으로, 냉전 시대의 ‘발전기’였다. 그러나 2014년 우크라이나의 민주화 혁명으로 친(親)러 대통령이었던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쫓겨나고 모든 게 바뀌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아 동부와 크림반도를 침공했고, 이 공장에서 진행하려던 러시아의 미사일 현대화 계획도 철회됐다. 유즈마쉬의 보안은 허술해졌고, 경영난에 허덕였다. 우크라이나이의 미사일‧핵 과학자들은 하루 아침에 할 일이 없어졌다. 2014년 7월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보고서는 “실직(失職) 과학자들이 결정적인 노하우(know-how)를 불량국가나 핵확산 집단에 넘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 이전에도 혼란기 우크라이나에서 미사일 기술 절취 시도

이전에도, 북한은 6년동안 우크라이나의 방산(防産) 단지에서 미사일 기밀을 훔치려고 애썼다. 당시 유엔조사단 보고서에 따르면, 모스크바 공항에서 북한인 2명이 미사일 시스템‧액체추진 엔진‧미사일 연료공급시스템 등을 훔치려다가 체포됐다. 유엔 조사관들은 우크라이나 민주화 혁명 이후 혼란 시기에 북한이 재시도했을 것으로 짐작했다. IISS의 엘먼은 “이 엔진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불법적으로 밀수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당시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와 유즈마쉬 측은 “어떠한 형태의 기술 이전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러시아 로켓엔진 제조사인 에네르고마쉬(Energomash)의 창고에 쌓여 있던 엔진을 북한이 빼돌렸을 수도 있다. 이 창고에 쌓여 있던 이 엔진을 북한으로 빼돌렸을 수도 있다. 에네르고마쉬는 나로호 엔진을 생산한 곳이기도 하다.

북한의 첫 ICBM 미사일 엔진이 유출된 것으로 지목되는 우크라이나의 유즈마쉬 로켓-우주개발 업체 웹사이트. 푸틴은 이곳을 겨냥해 "우크라이나는 핵무기를 운송할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유즈마쉬사 웹사이트 스크린샷

현재 우크라이나의 유즈마쉬 사는 미항공우주국((NASA)와 함께, 국제정거장(ISS)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안타레스(Antares) 로켓의 1단계 핵심 유닛을 비롯해, 여러 미사일을 제조한다.

◇잠수함발사 미사일 엔진에서 RD-250으로 돌려

북한은 애초 R-27이란 러시아제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의 디자인을 입수했다. 그러나 이 미사일의 엔진 설계는 잠수함이란 협소한 공간을 고려해 매우 복잡했다. 그래서 대안으로 눈길을 돌린 곳이 유즈마쉬였다. RD-250 엔진은 지상발사 미사일 엔진이라서 공학적으로도 여유가 좀 있었다고 한다.

현재 북한의 화성 미사일은 17형까지 나왔다. 2020년 9월 평양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됐다. 화성 15형보다 개량됐을 것으로 추정되나, 실제 개발 정도와 성능은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