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임계점 넘었다” 中도 놀란 한국의 ‘반중 감정’
중국 한 싱크탱크에서 일하는 중년의 A가 중국 소셜미디어에 도는 글을 문자로 보내왔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차민규 선수가 베이징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빙둔둔’ 인형을 쓰레기통에 버렸다는 내용이다. ‘중국인 자원봉사자’가 그 장면을 봤다고 돼 있었다. 대표팀을 취재하는 동료를 통해 확인해 보니 빙둔둔은 차 선수 방에 잘 보관돼 있다고 한다. 근거 없는 가짜 뉴스가 점잖은 A를 흥분시킬 만큼 지금 한·중 관계는 위태롭다. 작은 불씨 하나가 들판을 태울 기세다.
20일 막을 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한·중 관계의 허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한복과 오심 논란은 반중·반한 여론으로 쉽게 옮겨 붙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선 ‘한국의 막무가내식 반중 감정’을 비판하는 글이 넘쳐났고, 주한 중국대사관은 3일 연속 반중 여론에 대한 논평을 냈다. 한 교민은 “베이징에서 베이징 올림픽을 보는 일이 이렇게 조마조마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중국에선 적대를 넘어 혐오에 가까운 한국의 대중 감정 표출에 놀란 모양새다. “임계점을 넘었다” “전례 없다”는 표현까지 쓴다. 친중 태도를 보였던 한국 여당의 대선 후보까지 중국에 등을 돌리는 것처럼 보이자 “한·중 관계를 이간질하는 친미 보수 세력 탓”이라는 ‘전통적 분석’도 초라해졌다.
베이징외국어대 저우샤오레이(周曉蕾) 교수는 한국 MZ세대의 반중 정서에 주목했다. 경기 침체, 부동산 정책 실패로 경제적 불안감이 커진 동시에 K팝, K드라마의 성공으로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MZ세대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이웃(중국)에 대한 경멸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은 “중화 민족이 세계 최고”라는 애국주의 교육을 받고 자란 중국의 MZ세대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양국 갈등이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1년 전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에서 “한·중은 협력 방역을 통해 우애와 신뢰가 강화됐다”고 했다. 시 주석은 “중·한 양국은 한 배를 타고 강을 건너듯 손을 잡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사실이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드러났다. 사석에서 만난 중국 학자·언론인들은 “누가 한국 대통령이 되든 한·중 관계는 나빠질 것 같아 걱정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한국 대선을 시작으로 앞으로 한국 정치에서 ‘중국 이슈’는 더 자주 등장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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