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경제·방역 엄중한데 대선만 보인다
전례없는 '쌍둥이 적자' 우려에
글로벌 인플레·우크라 사태까지
정치권은 대선에 갇혀 수수방관
정권말 관료사회조차 복지부동
- 은진 기자
- 입력: 2022-02-17 15
1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30조원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연간 적자 규모는 2차 추가경정예산안 당시 전망치인 90조3000억원 대비 60조원 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로 규모가 크다. 통합재정수지는 2019년부터 3년 연속 10조원 이상의 적자를 이어왔다.
통합재정수지는 올해도 두 자릿수 적자 기록이 예상된다. 올해 편성된 1차 추경안을 보면 68조1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4년 연속 두 자릿수 통합재정수지 적자 기록은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0년 이후 처음이다.
대외 지불 능력을 보여주는 경상수지도 적자 전환 가능성이 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 1~10일에 35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가 월말까지 이어지면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월 기준으로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 4억52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선 뒤, 올 1월에도 48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개월 연속 무역적자는 2008년 6~9월 이후 14년만이다.
또한 재정수지와 경상수지의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하게 되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 된다.
대외적으론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과 양적긴축 가능성이 최대 위협 요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6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대부분의 위원들이 "기준금리 목표범위를 2015년 이후 (금리인상) 시기보다 더 빠르게 인상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연준의 양적 긴축은 원화 약세와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물가상승 압력을 높인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수준을 상당폭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와중에 정부와 정치권은 대선을 빌미로 되레 재정 씀씀이를 키우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1월부터 편성된 추경은 대부분 적자국채로 충당된다. 지난해 두 차례 추경으로 연간 정부 총지출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600조원대를 기록했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방침에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신규 확진자가 하루 10만명을 넘길 판인 데도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매출에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의식, 방역조치 완화책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자영업자 표심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 관료사회도 정권 말기에 책임질 일을 안 만들겠다는 전형적인 복지부동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인준 서울대 명예교수는 "재원과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손실보상, 재난지원금 등 포퓰리즘 정책이 난무한다"며 "국민적 합의 없이 인기영합적 정책이 만연하면 우리 경제는 더 빠른 속도로 악화하거나,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재 재정 여건은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매우 예외적인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증세를 통한 세입 확충과 합리적 세출 구조조정 같은 재정 건전화 정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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