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광화문 시대를 여는 것이 절박한 과제다
문 대통령은 ‘선한 군주’라는 자화상에 스스로 매료돼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끝까지 임명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지금의 참담한 모습
누가 대통령이 되든 공공의 눈을 거울로 삼아야
한국 대통령에게는 두 개의 철칙이 있다. 첫째, 지지율 하락의 법칙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임기 내내 지속적으로 하락한다. 둘째, 불행의 법칙이다. 만년을 불행하게 살고 싶으면 한국 대통령이 되면 된다.
예외가 전혀 없으니 대통령 개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근원을 살펴보면 결국 제왕적 대통령제가 도사리고 있다. 절대 권력은 절대 폭주한다. 그것이 국가의 위기를 낳고, 대통령의 비극을 초래했다. 또한 승자 독식의 절대 반지를 둘러싼 거친 싸움이 증오를 낳고, 복수의 정치를 일상화시켰다.
1987년 민주화도 이 치명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87년 헌법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아니라 민정당, 민주당의 비공식기구인 8인 정치회담에서 만들었다. YS, DJ를 대리한 민주당 4인은 오랜 세월 권위주의와 싸운 정치가들이었다. 그러나 집권 가능성이 목전에 다가오자 권력의 달콤한 유혹에 눈감았다. 민주 헌법을 만든다면서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에는 손대지 않았다. 대통령의 비극이 계속된 이유이다.
그 폐단은 이제 대한민국을 침몰시킬 가장 위험한 폭탄이 되었다. 문재인 정부 5년을 거치며, 그 사실이 너무나 명백해졌다. 문 정부의 본질을 극명하게 드러낸 말이 하나 있다. “너 죽을래.” 청와대 지시를 받은 산업부 장관이 원전 연장을 보고한 실무자에게 했다는 말이다. 울산시장 선거 공작부터 대장동 사건까지 “너 죽을래” 한 마디로 다 묻혔다. 그사이 집값은 2배 오르고, 재정 적자는 1000조를 넘었고, 북한은 마하 10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쐈다. 이런 어리석은 일이 끝이 없다. 이에 저항한 공직자는 모두 옷을 벗거나 좌천당했다. 이보다 더 확실히 대한민국을 몰락시킬 방법이 있는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는 것은 이제 역사적 과제가 되었다. 그게 정치 교체의 핵심이고, 시대 교체의 출발점이다. 국회의원 93%는 개헌에 찬성한다. 문제는 대통령이다. 윤석열 후보는 “제왕적 대통령의 잔재를 철저히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월 27일 청와대를 없애고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새 대통령실은 광화문 정부청사에 둘 거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청와대를 없애고, 대통령실 조직을 백악관식 민관합동위원회로 바꾸고, 통제가 아닌 조정·연결 역할을 하고, 대통령도 통치자가 아니라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되겠다고 한다. 인사권도 총리와 장관에게 대폭 위임해, 책임 정부를 실현할 계획이라 한다. 하지만 개헌은 비현실적이라고 본다. 정부 형태를 바꾸지 않고, 대통령이 일하는 방식을 바꿔 제왕적 대통령제를 넘어서겠다는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종식은 원래 독재와 싸운 586세대의 역사적 과제였다. 촛불 민심의 진정한 뜻이기도 하다.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도 그렇게 나온 것이다. 하지만 그 약속은 철저히 배신당했다. 그들이 쇼윈도 진보, 생계형 진보라는 사실이 조국, 윤미향, 김원웅 사태에서 백일하에 드러났다. 최근 민주당에서 586 용퇴론이 나온 이유이다. 그들은 역사의 뒤로 사라질 것이다. 앙시앵레짐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그들의 마지막 송별식일지도 모른다.
문 정부와 586은 어디부터 잘못되었나? 윤석열 후보는 “문재인 정부를 보면서 오만은 곧 독약이라는 것을 잘 알게 됐다.”고 한다. 대통령은 누구나 오만해진다. 인간은 약하고 권력은 강하기 때문이다. 자기는 예외라고 생각하면 그게 오만이다. 문 대통령은 ‘선한 군주’라는 자화상에 스스로 매료되었다. 그래서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끝까지 임명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지금의 참담한 모습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가장 먼저 특별감찰관을 임명해야 한다. 예쁜 모습만 보여주는 마녀의 요술 거울이 아니라, 공공의 눈을 자기 거울로 삼는 것, 그것이 ‘광화문 정부’의 첫걸음이다. 일만큼 대화의 스타일이 중요하다. 당정청 협의, 정당 간 대화는 대통령실의 일만큼 비중이 커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하자면, 개헌을 포함해 폭넓은 개혁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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