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이야기

최저임금 ‘9160원’, 골목식당 밥값 줄줄이 ↑…‘임금 인플레’ 가속화

최저임금 ‘9160원’, 골목식당 밥값 줄줄이 ↑…‘임금 인플레’ 가속화

입력 2022-01-23 14:36업데이트 2022-01-23 16:02
 
최저임금인상 여파로 식당등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가운데 14일 오후 서울 관악구의 한 식당에서 가격상승을 알리는 가게 메뉴판을 수정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서울 중구에서 한정식 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59)는 이달부터 직원들 임금을 10만 원씩 올려주기로 했다. 이달부터 지난해(8720원)보다 5.1% 인상된 최저임금 9160원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알바 월급이 오르는데 경력이 오래된 직원들 월급만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건비만 올릴 수도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은 3분의 1토막 났고 최근엔 돼지고기 등 식자재 가격도 급등했다. 김 씨는 2만 원짜리 한정식 가격을 이달부터 2만2000원으로 올렸다.

1일부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높은 물가에 인건비 부담까지 떠안은 동네 식당들이 가격을 줄줄이 올리고 있다. 아르바이트와 ‘임금 역전’을 코앞에 둔 영세사업장·중소업체도 덩달아 월급을 인상하고 있다. 인건비 부담이 물가 상승세를 자극하고, 물가 상승이 또다시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임금 인플레’가 가속화하는 상황이다.
코로나-식자재 급등에 인건비까지…식당들 줄줄이 가격 인상

서울 구로구에서 국수집을 운영하는 한길로 씨(40)는 고민 끝에 며칠 전 국수, 보쌈 등 가게 메뉴 전반을 500~1000원 가량 올렸다. 그는 “그나마 식자재 가격은 폭등했다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최저임금은 한 번 오르면 계속 부담”이라며 “주변 순댓국, 치킨집 모두 가격을 올리는 것을 보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김치찌개 가게를 운영하는 유덕현 씨(57)도 5년 만에 메뉴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김치찌개는 7000원에서 8000원, 삼겹살은 1만20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각각 1000원씩 올렸다. 이달부터 인건비 지출이 40만 원 정도 늘어나는 점을 감안했다.

유 씨 가게 근방에서 간판 제작업을 하는 유만호 씨(58)는 한 달 사이 식당 메뉴판을 수정·제작하는 일감을 7건이나 맡았다. 그는 “원래 연말연초는 가격 인상이 있기는 했지만 올해는 유독 많다”고 말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 홍보실장은 “이 상황에 인건비까지 오르니 소상공인들이 못 버티고 가격을 많이 올렸다”며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가격인상 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세·중소업체 임금도 덩달아 인상…‘임금 인플레’ 우려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문식 씨(66)는 지난해 12월 사무직 직원이 “알바와 임금 차이가 거의 없는 것 같다”며 그만둔 후 아직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 최저임금이 오르며 시간제 아르바이트와 중소기업 직원의 월급 격차가 좁혀지자 기존 월급으로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른 중소기업 신입연봉 평균은 2793만 원. 반면 올해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주40시간 근무하면 받을 수 있는 연봉은 2297만3280원으로 지난해 중소기업 신입 평균 연봉과 불과 500만 원 차이다.

 
이에 중소업체들도 임금 인상을 고민 중이다. 섬유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구홍림 씨(56)는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기술을 쌓은 직원들의 박탈감이 심해진다”며 직원 월급을 최저임금 인상률과 비슷하게 5% 가량 올릴 계획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높은 물가가 임금 상승을 부르고 고임금이 또다시 물가를 자극하는 악순환, 즉 임금 인플레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충격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했던 ‘일자리안정자금’을 올해 상반기까지 6개월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여파가 여전한 가운데 올해 최저임금이 인상되며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지원금액은 직원 1인당 월 3만 원으로 줄어들어 고용 현장에서는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지난해는 5인 미만 사업장은 1인당 7만 원, 5인 이상 사업장은 5만 원을 받았다.

지난해 7월 소공연이 소상공인 102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2년도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 긴급 실태조사’에서 이미 37.4%는 ‘최저임금에 부담을 느껴 1인이나 가족경영 형태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