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먹거리 문화

짧고 깊은 커피의 미학…아메리카노 말고 에스프레소

짧고 깊은 커피의 미학…아메리카노 말고 에스프레소
  •  진혜민 기자
  •  승인 2021.12.19 10:30
  •  수정 2021-12-19 18:15
ⓒshutterstock
 

물 탄 커피는 사양! 묽고 연한 아메리카노나 우유를 섞은 라떼가 아닌 커피 고유의 깊고 진한 맛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에스프레소 바’(Espresso Bar)가 떠오르고 있다. 커피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커피 본연의 맛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겨냥하는 셈이다.

에스프레소는 커피의 원액이다. 어원은 ‘빠른(espress)’으로 추출한 뒤 최대한 빨리 마시는 것이 커피 본연의 맛을 느끼기에 좋다. 곱게 갈아 압축한 원두가루에 뜨거운 물을 고압으로 통과시켜 뽑아낸 다음 ‘데미타세(demitasse)’라는 조그만 잔에 20~30㎖ 정도만 담는다.

그동안 한국 커피 시장은 미국에서 통용되는 아메리카노(Americano) 위주로 형성돼 왔다.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물을 넣어 연하게 만든 커피다. 아메리카노와 라떼, 카푸치노 등 희석 커피를 마시던 커피애호가들이 에스프레소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직장인 유지애(38)씨는 최근 에스프레소를 마시기 시작했다. 유씨는 “처음엔 아메리카노를 연하게 마셨는데 점차 샷을 추가해 진하게 마시게 됐다”며 “우연히 에스프레소를 접한 뒤 깊고 고소한 맛에 반했다”고 말했다. 지혜정(27)씨는 “맛도 맛이지만 에스프레소가 아메리카노보다 각성효과가 좋은 것 같다”며 “시간은 없지만 커피를 포기하기 어려울 땐 회사 근처 에스프레소 바에 들려 후딱 한 잔 마시곤 한다”고 밝혔다.

기업도 에스프레소 바 열풍에 합류했다. SPC그룹의 파스쿠찌는 지난 9월 서울 양재동에 콘셉트 ‘에스프레소 바’를 열었다. 대표 메뉴는 블랜드 ‘골든색(Golden Sack)’으로 만든 싱글 에스프레소 1잔과 베리에이션 메뉴 1종을 선택해 마실 수 있는 ‘에스프레소 세트’다.

“가급적 바로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서울 종로구  ‘세컨드커피로스터스’(@secondcoffee)에서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김정회 대표.

많아지곤 있지만 아직까지 서울에 있는 에스프레소바는 50곳 미만. 요즘 뜨고 있다는 순라길(서울 종묘 일대)에 생긴 ‘세컨드커피로스터스’(@secondcoffee)도 그 중 하나다. 좌석 10개에 스탠딩 테이블이 전부다. 에스프레소와 콘 파나(Con Panna, 에스프레소에 휘핑크림을 얹은 것)가 주메뉴다.

에스프레소 애호가의 연령층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이들이 에스프레소바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야 10분. 고소함과 쓴 맛이 섞인 진하고 뜨거운 커피를 음미한 뒤 곧 자리를 뜨는 것이다. 세컨드커피로스터스 김정회 대표는 “공간을 소비하러 오는 고객보다 커피를 소비하러 오는 고객에게 집중했다”고 밝혔다. 

에스프레소에 휘핑크림을 올린 콘 파나(Con Panna).

김 대표는 “에스프레소엔 적은 양에 모든 맛과 향이 집약돼 있다”며 “강배전(Dark Roast)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넣어 마시는 걸 추천 드린다”고 말했다.  '배전'(焙煎)은 '(커피 등을) 볶다'라는 뜻이다.

에스프레소는 테이크아웃이 되지 않는다.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데엔 심플하지만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있다. 되도록 뜨거운 잔이라야 하고 추출되면 최대한 빠르게 마시는 게 좋다. 종이컵에 마시면 크레마(에스프레소 위에 뜨는 갈색 크림)가 많이 묻고 맛도 달라진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