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석 칼럼] 이번엔 ‘감옥에 가지 않을 대통령’ 뽑아야 한다
윤석열 지지도, 왜 정권교체 지지도보다 늘 낮은가
이재명, 대통령과 거리 두기 加速化하면 與野 구분 힘들지도
대통령 선거 구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구호가 ‘못 살겠다. 갈아보자’다. 1956년 첫 등장 때 회오리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여당은 선거 때마다 ‘못 살겠다···’ 바람을 저지하는 데 애를 먹었다. ‘갈아봤자 별수 없다. 구관(舊官)이 명관(名官)이다’라는 걸로 바람을 잡을 순 없어서다. 여당은 결국 ‘바람’ 대신 ‘조직’에 기댔고, 이렇게 해서 여당의 ‘조직 선거’, 야당의 ‘바람 선거’라는 구도가 정착됐다.
‘조직 선거 시대’는 2000년대 들어 막을 내렸다. 조직만으론 승리가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 한국 대통령 선거는 부동층(浮動層) 확보 전쟁이다. 각종 여론조사는 여·야·부동층 비율이 30:30:25란 유권자 지도를 그린다. 승리하려면 고정 지지층을 끌어모아 가두는 ‘자물쇠’와 이리 기울었다 저리 기우는 부동층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함께 필요하다. ‘열쇠’를 강조하다 보면 고정 지지층에서 이탈자가 나오고, ‘자물쇠’를 단속하다 보면 부동층이 마음을 닫는다.
살기가 팍팍해졌는데도 정권 재창출을 지지하는 부동층은 없다. 대통령은 지난 21일 공영방송 KBS에 나와 자신이 거둔 경제 실적을 길게 자랑했다. 콧방귀 소리가 커지자, 청와대 수석은 ‘국민이 이룬 일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이라며 되레 목소리를 높였다. 말싸움보다는 통계 숫자가 낫겠다. 한 달 전 조사에서 문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가 6%였다. 75%가 부정적이었다. 경제 정책은 긍정 21%, 부정 62%, 고용노동정책은 긍정 25%, 부정 55%였다. 대통령은 여전히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못 읽고 있다. 부동산대책이 28번 나왔던 데는 이유가 있다.
1992년 클린턴 후보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한 방으로 이라크 전쟁 승리로 지지도가 91%까지 치솟았던 부시 대통령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문 정권의 ‘바보야···’ 시리즈는 경제로 끝나지 않는다. 미·중(美中) 사이에서 헤매기, 한·미 관계 옥죄는 대일(對日) 외교 실패, 김정은만 쳐다보는 대북 정책, 모든 대통령이 국민감정을 거슬리면서도 손을 댔던 연금 개혁 방치, 행방불명(行方不明) 된 노동·교육·규제개혁, 볶은 씨앗을 뿌리고 싹트기를 기다려온 일자리·청년실업대책으로 끝없이 이어진다. 비서실장·수석비서관 자리를 버리고 똑똑한 집 한 채를 택했던 대통령 사람들도 400만원이던 세금고지서 숫자가 하루아침에 1억6000만원으로 바뀐 걸 받아 봤을까. 그런데도 윤석열 지지도는 늘 정권 교체 지지도보다 10% 낮다. 민심(民心)을 다 담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대통령과 이 후보 혈관 속에는 같은 피가 흐른다. 러시아 민담(民譚)에 ‘농부 이반의 염소’ 이야기가 있다. 이반은 이웃인 보리스가 염소를 키우면서 나날이 살림이 피는 걸 보고 열심히 기도했다. 기도가 헛되지 않아 하느님이 꿈에 나타나 “이반아, 너도 염소를 갖고 싶냐”고 묻자 이반은 고개를 내저으며 ‘보리스의 염소를 죽여주십쇼”라고 소원을 말했다. 하느님은 대답 없이 사라졌다. 문 대통령이 실행한 정책과 이 후보가 내건 공약의 상당수는 ‘이반의 소원’을 닮았다. 대통령이 ‘이반의 길’을 좇는 나라는 결국 내리막길을 구른다.
두 전직(前職)이 한 달 간격으로 세상을 뜨면서 문 대통령 전임자(前任者)는 감옥 속 두 전임자(前任者)만 남았다.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12명이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내각책임제 속 대통령과 ‘징검다리 대통령’과 문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9명은 모두 불행했다. 살해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망명(亡命) 길에 올랐다. 본인과 자식들·형·동생·처남·동서(同壻)까지 감옥에 갔다. 부부를 함께 처벌하지 않는다는 법 집행의 관행 덕분에 법의 올가미를 모면한 대통령 부인도 몇 된다. 남미나 아프리카 국가에도 없는 대통령 역사다. 다음 대통령 선거에선 ‘감옥에 가지 않을 후보’가 누군가를 제1의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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