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정 칼럼] 똑똑한 이재명과 대한민국의 위대한 바보들
“10% 부자가 내는 거야,
90%가 왜 걱정해? 바보냐?”
이런 말에 넘어가지 않은 국민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일으켰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자신이 도입하자고 하는 국토보유세와 관련해 “토지 보유 상위 10%에 못 들면서 손해 볼까 봐 이에 반대하는 것은 악성 언론과 부패 세력에 놀아나는 바보짓”이라고 했다. 종합부동산세를 재검토하자고 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나는 이 주장이 정치인 이재명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나한테만 이익이면 무조건 찬성하는 존재인가. 당장 기분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가족, 회사, 공동체, 나라 등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 나에게 귀결되는 최종 이익을 판단한다. 이런 사람을 시민, 국민이라고 한다. 민주공화국의 정치는 자연체로서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는 시민과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의 정치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다.
그가 주장하는 국토보유세는 이재명의,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세금이다. 오직 그의 공약인 기본 소득을 조달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당초 공약처럼 국민 한 사람당 1년 100만원씩 주면 연간 59조원을, 요즘 다시 논의하는 것처럼 60만원씩 주면 30조원을 부동산세로 거둬야 한다. 기존 재산세와 종부세 액수를 거의 그대로 두고 계산한 것이다. 올해 종부세의 10배에 달한다. 파괴적이다. 이걸 어떻게 감당하나. 이럴 때 그들은 속삭인다. “잘사는 10%가 내는 거야. 나머지 90%가 왜 걱정해? 바보냐?”
많은 사람이 이 후보를 “똑똑하다”고 한다. 한국 정치 풍토에선 이렇게 하면 90%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와 대비되면서 한없이 미련해 보이는 정치인이 윤석열 후보다. 그가 종부세 재검토 주장을 하자 정부는 “국민의 98%가 과세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반대자는 그가 2% 부자 편에 섰다고 공격했다. 일부 지지자는 “정치적 손해를 자청했다”고 비판했다. 한국 국민의 정치 수준은 정말 이럴까.
조금만 생각하면 국토보유세에 대한 합리적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개인의 부동산 보유세는 한계를 넘었다. 가렴주구를 해도 약간만 더할 수 있다. 탈탈 털어 10배를 거둘 수 있는 유일한 곳은 법인이다. 곧 이재명 곳간을 채울지 모를 1차 납세자 리스트를 우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조세(지방세) 특례제한법에 수없이 열거된 재산세 감면 대상이다. 교회, 사찰, 공장, 물류센터, R&D 센터, 창업 중소기업, 직업훈련 시설, 농업 법인 농지, 학교, 병원, 박물관, 공기업, 정당 등등. 한국지방세연구원은 국민 한 사람에게 연간 기본 소득 30만원을 주기 위해 서울대 병원만 연간 141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고 했다. 단순 계산으로 기본 소득이 60만원이면 282억원, 100만원이면 469억원이다.
그동안 몰라서 안 거둔 게 아니다. 경제, 국민 건강, 복지, 문화 등 공동체 발전을 위해 유보한 것이다. 의료진, 연구 인력, 학생, 문화인에게 뜯어낸 돈을 한 달에 8만3000원씩 국민 용돈으로 주자는 주장이 먹혀들면 이 나라가 정상인가. “나라를 위해 그런 돈을 받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국민을 향해 이 후보는 ‘악성 언론과 부패 세력에 놀아나는 바보짓’이라고 했다.
그의 정치 인생은 “주면 좋아한다”는 신념을 다져온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변혁적 리더십은 꿈으로, 거래적 리더십은 이익으로 이끈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때 연간 310억원, 경기도지사 때 연간 1700억원을 나눠 줬다. 그의 표밭에 2761억원짜리 공원을 만들어 주려고 유동규를 매개로 투기 세력과 손을 잡고 일으킨 사업이 대장동 개발이다. 이제 통이 더 커져 연간 59조원짜리 새 사업을 일으키려 한다. 그 후유증은 6조원짜리 대장동 파문과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다.
지도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 후보는 한국의 조세 부담률을 OECD 평균과 자주 비교한다. 선진국보다 세금을 덜 내니 더 거둬서 나눠 줘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 소득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소외 계층을 위해서 증세는 필요하다. 그런데 이 후보는 늘 부동산 보유세가 적다고 한다. 그래서 국토보유세를 신설하자는 것이다. 이 후보다운 속임수다. 한국의 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중은 올해 OECD 평균을 넘어선다. 앞으로 더 높아진다. 2019년 기준 부동산 보유세를 포함한 재산 부분 세금 비율은 OECD 평균의 1.7배, 법인세 비율은 1.2배다. 반면 부가가치세와 개인 소득세 비율은 각각 0.7배에 그쳤다. 수치가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하다. 부가가치세와 개인 소득세를 조정해야 한다. 두 세금은 대상자가 전 국민이기 때문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다. 이럴 때 손해를 보고도 타협점을 찾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다.
지금까지 그런 지도자는 박정희 대통령뿐이었다. 그와 함께 공동체를 생각하는 국민이 지금의 이 나라를 만들었다. 대한민국은 쉽게 몰락하지 않을 것이다. 이 후보의 말과 행동에 놀아나지 않는 수많은 바보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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