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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평론

[윤평중 칼럼] ‘제국 중국’은 ‘제국 미국’을 대체할 것인가

[윤평중 칼럼] ‘제국 중국’은 ‘제국 미국’을 대체할 것인가

법치·민주주의·인권 없는 中, 개인 숭배로 사회 활력도 파괴
美는 양극화·인종갈등 약점에도 대학·금융·IT·군사력 최고
중, 미 넘어서는 날 안 올 것
민주·시장경제 없는 聯中 안 돼

입력 2021.11.19 00:00

강대국이 무력으로 약소국을 지배하던 제국주의 시대는 끝났다. 하지만 제국은 엄존한다. 제국은 군사력과 경제력에 더해 문화와 이념 같은 연성 권력(Soft Power)을 통합해 특정 지역의 질서를 창조하고 보장하는 강국이다. 로마, 오스만튀르크, 대영제국, 소련, 미국과 중국이 제국의 실제 사례다.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대결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보여주듯 기존 제국과 신흥 제국의 충돌은 역사의 경험 법칙이다. 미국과 소련이 나치 독일과 일본의 제국화를 힘으로 차단한 것이 제2차 세계대전이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루스벨트 룸에서 화상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10개월 만에 처음 열리는 것이다. 2021.11.16 / AFP 연합뉴스

‘제국 미국’과 ‘제국 중국’이 정면충돌했다. 11월 16일 영상으로 194분간 진행한 첫 미·중 정상회담은 공동 발표문조차 내놓지 못했다. 경제·기술·산업·군비·문화·이념 영역에서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미·중 간 세계 패권 경쟁의 민낯이 드러났다. 미·중 전략 경쟁에서 가장 위태로운 곳은 대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말 폭탄을 주고받았을 정도다.

바이든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하면서도 “대만의 현상변경엔 반대”했다. 10월 타운홀 미팅에선 “중국이 공격하면 미국은 대만을 지킬 의무(commitment)가 있다”고 확언했다. ‘전략적 모호성’의 꺼풀을 벗어 던진 것이다. 이에 시진핑은 “대만이 미국에 의존해 독립을 꾀하거나 미국이 대만으로 중국을 제어하려는 시도는 위험한 불장난”이라고 맞받아쳤다. “불장난하는 자는 타죽는다”(玩火者必自焚)는 것이다. 제국 미국에 대만은 패권의 최전선을 지키는 불침항모(不沈航母)다. 미국은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로 시장 점유율 55%(2위 삼성이 17%)인 대만 기업 TSMC를 잃을 수 없다. 시진핑은 대만 통일이 무산되면 절대 권력을 상실한다. ‘제국 중국’은 중국 공산당의 정통성을 무너트릴 대만 독립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

중국은 2050년까지 세계 최강의 제국이 되기 위해 전력 질주 중이다. ‘중국제조(中國製造) 2025′와 일대일로(一帶一路)로 세계 제1 경제 대국이 되려 한다. 군사 굴기로 미국을 아메리카 대륙으로 밀어내 중국이 유라시아 대륙의 패권국이 되는 것이 시진핑의 중국몽이다. 미국도 경제와 기술 등 모든 전선에서 중국과의 분리(Decoupling)로 맞선다. ‘힘을 통한 평화’에 입각한 군사력 증강에 매진한다.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및 쿼드(QUAD, 미국·인도·일본·호주 안보 회의체)로 중국을 봉쇄하는 태평양 전략에 힘을 쏟는다. 한반도와 대만은 미·중 갈등의 최전선이다. 북핵 문제도 미·중 경쟁의 하부 요소로 편입된 지 오래다.

 

중국의 미국 추월 여부는 21세기 최대 화두이다. 핵강국들 간 전면전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미·중 경쟁은 경제 전쟁 형태로 장기간 지속될 것이다. 중국은 미국 군사력을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진 대만 침공을 미룰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반만 년 역사에서 거의 언제나 공세적 제국이었다. 핵무기가 없던 1950년에도 공산 중국은 제국 수호를 앞세워 당대 최강의 핵보유국 미국과 한반도에서 정면 대결했다. 참혹한 무승부로 끝난 6·25전쟁과 장진호 전투의 악몽이 끔찍하다.

시진핑 개인 숭배를 선포한 공산당 ‘제3차 역사 결의’는 전체주의 중국의 어두운 미래를 상징한다. 시진핑 종신 집권은 중국 사회의 활력을 파괴하고 내부 모순과 갈등을 극대화할 것이다.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인권이 부재한 제국 중국은 인류의 미래가 될 수 없다. 이에 비해 제국 미국은 사회경제적 양극화, 진영 대립, 인종 갈등 같은 약점에도 대학·연구·금융·IT는 세계 최고이며 군사력도 세계 최강이다. 미국은 중국과는 다르게 에너지 자급과 식량 자급을 이룬 세계사 최초의 제국이며 생산력 높은 젊은 인구가 자유를 꿈꾸며 유입되는 ‘현대의 로마’다.

미·중·일·러가 겨루는 동아시아 그레이트 게임(East Asia Great Game)에서 제국의 경험이 없는 건 한국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종전 선언 미몽(迷夢)이 보여주듯 자폐적 민족주의가 한국 사회에 팽배한 이유다. 백 년은 계속될 미·중 신(新)냉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를 지킬 국력을 기르는 일이다. 대한민국은 산업혁명과 민주혁명의 성취 위에 서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없는 결미연중(結美聯中)은 무의미하다. 제국 중국이 제국 미국을 넘어서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