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캠프, 텃세로 전문가 놓치고
‘개 사과’ 사진 파동엔 배우자 관련설
실세들도 한결같이 구시대 강성이미지
자만과 親疎주의는 국민 열망 배신행위
이 후보는 내부적으로 불안했던 후보 지위를 공고히 하며 대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친문그룹은 후보교체 미련을 다 버린 듯하다.
그제 관훈토론에서 이 후보가 조건부 특검 수용을 들고나온 것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다. 그동안 특검은 시간만 길게 끈다는 이유를 들며 반대하더니, 이젠 시간이 더 길게 소요될 ‘검찰 수사 완료 후 특검’ 카드를 꺼낸 것은 자기모순이고 뻔한 꼼수지만, 그 속에 담긴 계산은 의미심장하다.
검찰 수사로 일단 면죄부를 받고 특검 논의가 선거일까지 계속 진행되면 중도층의 일부 포션은 설득 가능하므로 문 정권은 더 이상 고민 말고 ‘협조’하라는 것이다.
대장동 핸디캡을 안고 임하는 여당 전략은 세 가지 정도가 될 것이다.
첫째, 막대한 돈 뿌리기다. 일단은 총리가 반대하지만 금방 오케이 할 경우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밀당 쇼 차원에 그치고, 수십만 원의 현금 선물을 오롯이 이재명의 추진력 설득력의 결과물로 포장할 것이다.
둘째, 윤 후보에 대한 집요한 추가 네거티브전이다. 병역·김만배 누나 집 등 온갖 소재를 놓고 희한한 주장들을 들고나올 수 있다.
셋째, 거물급 중도 인사를 영입하고, 대형 공약을 들고나올 것이다.
이에 맞설 윤 후보 쪽은 항공모함처럼 커져 가는데 전단(戰團) 내 군기는 허접하다. 특히 많은 이들은 ‘불알친구’들과 배우자 등이 조성하는 병풍효과를 우려한다.
상징적인 사례가 최근 외교안보계를 놀라게 한 A 씨의 이재명 캠프 합류다.
A 씨는 북핵, 한미동맹 등 정통 외교 분야에서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국익의 관점에서 객관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최고의 전문가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좌파들로부터 친미파라고 공격받았고, 문 정권의 외교노선을 엄정히 비판해왔던 그가 이종석 문정인 등이 선점한 캠프에 합류한 것이다.
막후 사정을 알아보니, 정치 참여 자체 보다는 차기 정권이 누가 되든 외교안보만은 냉엄한 현실과 국익을 기준에 놓고 진행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던 A 씨에 대해 윤 캠프 내에서도 추천이 있었지만 후보 옆을 선점한 인사들에게 막혔다고 한다. 캠프 내 외교안보 그룹의 실세는 윤 후보의 초등학교 동창이다. 외교분과 간사인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도 활동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후보 쪽은 달랐다. 이 후보는 그제 비공식 석상에서 “(A 씨) 영입에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고 했다. 과격·좌파 이미지를 탈색하고 실용 외교 노선을 추구한다는 방향지시등 효과를 노렸을 것이다.
윤 캠프의 위기를 드러내는 또 다른 사례가 ‘민지(MZ)야 부탁해’다.
8월 말 MZ세대 공략을 위해 내놓은 캠페인 동영상인데 허접한 수준이 글로 옮기기도 민망하다. “야”라고 반말을 서슴지 않는 윤석열 앞에서 얼어붙은 참모들…. 영상을 보며 궁금했던 건 왜 캠프 내 누구도 “이건 안 된다”고 말하지 못했을까였다. 캠프 관계자는 “다른 그룹이 만들고 후보가 추인한 것에 문제 제기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런 소통 수준의 윤 캠프는 마침내 ‘개 사과 사진’으로 실력의 맨 밑바닥을 보여줬다. 평생 우리 사회의 담론, 논쟁과는 담을 쌓고 지내온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나 나올 법한 허접하고 표피적인 상상력이다.
여기에 후보 부인 쪽이 관여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심각하다. 선거에서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그 역할은 치밀한 전략과 판단력·정무감각이 요구되는 대국민 메시지 작업과는 성격이 다른 것이다.
이재명 캠프는 머잖아 거물급 중도 실용노선 인물들을 대거 영입해 불안정성·과격성 이미지를 상쇄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윤 후보 주변에 포진한 권성동 장제원 등의 실세들은 참신함이나 새로운 보수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이미지다. 캠프에 몰려든 낡은 보수 인사들은 대세를 잡은 듯 착각하며 자리 꿈에 부풀어 있다. 가게 전면부를 개혁적이고 젊고 새로운 인물들로 전면 리모델링하지 않으면 추락을 피할 수 없다.
옛 시대 배경 단막극이 떠오른다. 가족과 온 산골 마을 사람들이 굶고 아껴 마련해준 노잣돈으로 과거를 보러 한양에 가던 장남이 응원하러 따라나선 친구들을 보내기 미안해 주막에서 한잔하고, 고갯길에 쓰러진 처자를 도와주느라 돈과 시간을 다 쓴다. 의리나 의협심의 발로라 해도 가족과 마을에 대한 씻을 수 없는 배신이다.
여든 야든 대선 후보는 자신의 인생만을 걸고 나선 게 아니다. 각자 진영 수백만 지지자들이 나라를 구해달라며 국가의 운명을 후보의 어깨에 맡겼다. 그 열망을 배신하지 않으려면 주변을 듣기 싫은 말 하는 사람들로 채워야 한다. 그래야 이긴다.
이기홍 대기자 sechepa@donga.com
‘개 사과’ 사진 파동엔 배우자 관련설
실세들도 한결같이 구시대 강성이미지
자만과 親疎주의는 국민 열망 배신행위
이기홍 대기자
요즘 지지율만 보면 이재명 후보는 큰 위기고 윤석열 후보가 전성기를 구가하는 듯한 형국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론 반대다.이 후보는 내부적으로 불안했던 후보 지위를 공고히 하며 대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친문그룹은 후보교체 미련을 다 버린 듯하다.
그제 관훈토론에서 이 후보가 조건부 특검 수용을 들고나온 것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다. 그동안 특검은 시간만 길게 끈다는 이유를 들며 반대하더니, 이젠 시간이 더 길게 소요될 ‘검찰 수사 완료 후 특검’ 카드를 꺼낸 것은 자기모순이고 뻔한 꼼수지만, 그 속에 담긴 계산은 의미심장하다.
대장동 핸디캡을 안고 임하는 여당 전략은 세 가지 정도가 될 것이다.
첫째, 막대한 돈 뿌리기다. 일단은 총리가 반대하지만 금방 오케이 할 경우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밀당 쇼 차원에 그치고, 수십만 원의 현금 선물을 오롯이 이재명의 추진력 설득력의 결과물로 포장할 것이다.
둘째, 윤 후보에 대한 집요한 추가 네거티브전이다. 병역·김만배 누나 집 등 온갖 소재를 놓고 희한한 주장들을 들고나올 수 있다.
셋째, 거물급 중도 인사를 영입하고, 대형 공약을 들고나올 것이다.
이에 맞설 윤 후보 쪽은 항공모함처럼 커져 가는데 전단(戰團) 내 군기는 허접하다. 특히 많은 이들은 ‘불알친구’들과 배우자 등이 조성하는 병풍효과를 우려한다.
상징적인 사례가 최근 외교안보계를 놀라게 한 A 씨의 이재명 캠프 합류다.
A 씨는 북핵, 한미동맹 등 정통 외교 분야에서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국익의 관점에서 객관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최고의 전문가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좌파들로부터 친미파라고 공격받았고, 문 정권의 외교노선을 엄정히 비판해왔던 그가 이종석 문정인 등이 선점한 캠프에 합류한 것이다.
막후 사정을 알아보니, 정치 참여 자체 보다는 차기 정권이 누가 되든 외교안보만은 냉엄한 현실과 국익을 기준에 놓고 진행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던 A 씨에 대해 윤 캠프 내에서도 추천이 있었지만 후보 옆을 선점한 인사들에게 막혔다고 한다. 캠프 내 외교안보 그룹의 실세는 윤 후보의 초등학교 동창이다. 외교분과 간사인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도 활동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후보 쪽은 달랐다. 이 후보는 그제 비공식 석상에서 “(A 씨) 영입에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고 했다. 과격·좌파 이미지를 탈색하고 실용 외교 노선을 추구한다는 방향지시등 효과를 노렸을 것이다.
윤 캠프의 위기를 드러내는 또 다른 사례가 ‘민지(MZ)야 부탁해’다.
8월 말 MZ세대 공략을 위해 내놓은 캠페인 동영상인데 허접한 수준이 글로 옮기기도 민망하다. “야”라고 반말을 서슴지 않는 윤석열 앞에서 얼어붙은 참모들…. 영상을 보며 궁금했던 건 왜 캠프 내 누구도 “이건 안 된다”고 말하지 못했을까였다. 캠프 관계자는 “다른 그룹이 만들고 후보가 추인한 것에 문제 제기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런 소통 수준의 윤 캠프는 마침내 ‘개 사과 사진’으로 실력의 맨 밑바닥을 보여줬다. 평생 우리 사회의 담론, 논쟁과는 담을 쌓고 지내온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나 나올 법한 허접하고 표피적인 상상력이다.
여기에 후보 부인 쪽이 관여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심각하다. 선거에서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그 역할은 치밀한 전략과 판단력·정무감각이 요구되는 대국민 메시지 작업과는 성격이 다른 것이다.
이재명 캠프는 머잖아 거물급 중도 실용노선 인물들을 대거 영입해 불안정성·과격성 이미지를 상쇄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윤 후보 주변에 포진한 권성동 장제원 등의 실세들은 참신함이나 새로운 보수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이미지다. 캠프에 몰려든 낡은 보수 인사들은 대세를 잡은 듯 착각하며 자리 꿈에 부풀어 있다. 가게 전면부를 개혁적이고 젊고 새로운 인물들로 전면 리모델링하지 않으면 추락을 피할 수 없다.
옛 시대 배경 단막극이 떠오른다. 가족과 온 산골 마을 사람들이 굶고 아껴 마련해준 노잣돈으로 과거를 보러 한양에 가던 장남이 응원하러 따라나선 친구들을 보내기 미안해 주막에서 한잔하고, 고갯길에 쓰러진 처자를 도와주느라 돈과 시간을 다 쓴다. 의리나 의협심의 발로라 해도 가족과 마을에 대한 씻을 수 없는 배신이다.
여든 야든 대선 후보는 자신의 인생만을 걸고 나선 게 아니다. 각자 진영 수백만 지지자들이 나라를 구해달라며 국가의 운명을 후보의 어깨에 맡겼다. 그 열망을 배신하지 않으려면 주변을 듣기 싫은 말 하는 사람들로 채워야 한다. 그래야 이긴다.
이기홍 대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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