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0∼1900년 한양 사대문 안 12건 목격 기록
유기견·돼지 등 잡아먹어…뭄바이·나이로비는 현재도 공존
한국표범(아무르표범)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인 대형 포식자이다. 그러나 19세기 말까지도 대도시 한양에서 사람과 공존했다. CGWP.co.uk, 런던동물원협회(ZSL) 제공
19세기 말 한양 지도. 표범 목격지점(붉은색)은 사대문 성곽 안이다. 조슈아 파월 외 (2012) ‘보전과학 최전선’ 제공.
서울 중구 정동 손탁호텔에서 북쪽으로 바라본 1902년의 주거지 모습. 조슈아 파월 외 (2012) ‘보전과학 최전선’ 제공.
연구자들은 “20세기 초 한양에는 25만∼30만 명이 16.7㎢에 몰려 살아 현재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만큼 인구밀도가 높았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새러 듀란트 런던동물원협회 동물연구소장은 “표범은 도시에서 생존할 수 있을 정도로 적응력이 뛰어난 동물”이라며 “사람들이 공간을 함께 나누려는 일정한 정도의 아량만 있다면 적은 수일지라도 살아남는다”고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보도자료에서 말했다.실제로 표범이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대도시에는 인도 뭄바이를 비롯해 케냐 나이로비,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 등이 있다(▶뭄바이의 어떤 공존, 표범과 대도시 주민이 함께 사는 법). 듀란트 소장은 “도시에 표범이 살아가려면 충분한 먹이와 낮 동안 은신할 울창한 숲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렇다면 당시 한양에는 어떻게 표범이 살 수 있었을까. 연구자들은 뭄바이처럼 유기견과 길에 풀어놓아 기른 돼지 그리고 경복궁에서 기르던 사슴 등이 먹이가 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실록’에는 “창덕궁 후원과 함춘원 등지에 호랑이와 표범이 출입하는데 여염의 개를 물어가는 일이 많다”는 등 표범이 개를 잡아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또 당시 정치적 여건에서 쇠락한 채 방치된 궁궐과 여기에 연결된 녹지가 표범의 은신처 노릇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형순 중부대 교수는 2018년 ‘한국전통조경학회지’에 실린 논문에서 “조선 시대 궁궐과 도성 주변의 산림정책이 범과 표범의 출몰을 촉진했을 수 있다”며 “벌목을 금지한 봉산 정책과 산과 산이 이어진 지형에 숲이 우거지게 해 이것이 범의 은신처이자 이동통로 구실을 했다”고 밝혔다.
대형 포식자인 표범은 활동 범위가 넓다. 서울 외곽의 녹지에 은신하다 밤에 도성 주변의 성곽을 따라 은밀하게 도심으로 접근했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보았다. 특히 “겨울에 표범이 자주 나타난 것은 (유기견 등) 쉬운 먹이를 찾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이밖에 범을 두려워해 주민들이 밤거리 다니기를 꺼리는 등의 사회·문화적 요인도 표범과의 공존에 기여했다. 도심의 좁고 어두우며 구불구불한 골목길은 표범이 은밀하게 돌아다니기에 적당했다.그러나 이런 공존은 급속하게 무너졌다. 연구자들은 “서울의 표범 역사는 대규모 포식동물 보존에 교훈을 주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정치적 사회적 격변과 총기 도입, 일제에 의한 대대적 ‘해로운 동물 제거’로 서울 근교의 표범은 20세기 초에 절멸했다.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이 연구는 19세기 말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14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조서 500년 동안 서울(한양)에서는 간헐적으로 사람과 대형 포식자 사이의 공존 기록이 있다”며 “특정한 조건이 충족된다면 포식자와 도시민은 아주 가깝게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인용 논문: Frontiers in Conservation Science, DOI: 10.3389/fcosc.2021.765911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들어있는 경조오부도. 사대문 안 도성이 어떻게 주변 녹지와 연결돼 있는지 잘 보여준다.
1963년 경남 합천 가야산에서 주민이 잡은 표범. 1960∼1970년대까지 지리산 등 산간 오지에 잔존하다 절멸했다.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animalpeople/human_animal/1019516.html?_fr=mt2#csidx78b666af90655cb97212011cb7de07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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