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談-권경애] 부패와 무능 사이…아수라의 약탈장, 대장동
중앙일보
입력 2021.10.18 05:00
'조국흑서'의 저자인 권경애 변호사가 중앙일보 디지털 칼럼 로담(Law談)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법적 상상력은 무엇인지 사유하는 '권경애의 로-노마드'를 새로 연재한다. 우상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위험하지만 유능하고, 가차 없지만 청렴한 정치인으로 보였다. 이 후보에게 품격과 윤리 도덕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민주당 비주류 지자체장에서 숱한 추문과 정치적 허들을 소란스럽게 넘어 결승선에 이른 돌파력이 그에 대한 기대감의 실체다.
이 후보에게는 서민 정책을 유능하게 추진해 줄 후보라는 기대가 있다. 다른 후보에게는 찾기 힘든 기대다. 이 후보의 카리스마의 원천은 불우한 삶의 서사다. 그는 정치인 중 유일하게 서울대에 마련된 사망 청소노동자의 추모 공간을 찾았다. “오빠 덕 안 본다며 떠나는 날까지 청소노동자로” 살았던 여동생을 언급했다. 약자와 심리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선 후보다.
지도자의 카리스마는 지지자들과의 심리적 일체감에서 나온다. 이 후보와 지지자들의 일체감은 숱한 추문들을 태워 버리는 기묘한 에너지로 작동했다. 형수에 대한 욕설 추문은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한 소년공의 불우한 가족사에 대한 연민을 키웠다. 형 이재선씨 정신병원 강제입원 논란은, 부당히 이권에 개입하면 형제라도 용서치 않는다는 청렴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권순일 전 대법관의 재판거래 의혹이 제기된 대법원 무죄 판결로 직권남용과 인권침해의 폭력성과 패륜의 이미지는 불식됐다.
‘대장동 게이트’가 이 후보가 쌓아 올린 모든 것을 산산이 부쉈다. ‘추진력 강한 청렴하고 유능한 행정가’의 이미지는 무너졌다. 부패하거나 또는 무능한 행정가라는 의심이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 개발이익 5500억원을 민간에서 공공으로 회수한 단군 이래 최대의 모범사례로 선전하던 대장동 사업은 8000억원의 부패 카르텔 게이트임이 드러나고 있다.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특검, 곽상도 전 민정수석 등이 등장하는 ‘법조와 민관 부동산 카르텔’과 ‘약자의 대변인’이라는 간극의 충격을 완충하려고 사람들은 피칠갑의 영화를 찾아본다. 아수라(阿修羅). 윤리와 도덕을 상실한 중생들이 싸움을 멈추지 않는 폭력의 세계다.
'대장동 의혹'이 대선 판을 뒤흔들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대장 도시개발구역 모습. 연합뉴스
대장지구 도시개발사업은 잘 설계된 부동산 약탈이었다. 성남시 고위 간부의 전언에 따르면 담당 부서는 당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도하는 공영개발안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방향을 틀었다. 대장지구처럼 92만㎡(27만평)이 넘는 대규모 개발지역은 민간 독자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발 예정지역은 고가의 매수 대금을 노린 알박기가 난립하기 일쑤다. 민간 사업시행자가 토지소유주들과 일일이 협의 매수해서 개발구역 3분의 2의 소유권을 확보하고 토지소유주 2분의 1의 동의를 얻어야 나머지 토지에 대한 강제수용·사용권을 부여받는다. 사업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처음부터 LH에 사업권을 넘길 생각도 민간에 맡겨 시간을 허비할 생각도 없었을 것이다. 이 시장은 특수목적법인(SPC) 방식의 민관합작 개발 방식을 선택했다. 도시개발법과 주택법의 규정상 성남도시개발공사가 50%+1주를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한 자체는 불법은 아니다. 공공의 부족한 재원과 도시개발 노하우를 민간에서 지원받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방식이다. 참여한 민간이 주택의 안정적 공급과 주거복지를 위한 강제수용권을 휘두르면서도 공공택지에 적용되는 소형주택과 임대주택 의무 비율과 분양가상한제의 부담에서는 벗어나는 사업시행 방식이다. 따라서 민관합작 방식은 공공부문이 의사결정권을 확보하도록 설계한다. 성남시나 도시개발공사의 임직원이 파견되어 성남의뜰의 이사회를 장악하는 것이다.
그러나 성남의뜰의 의사결정권은 1% 지분권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행사했다. 지난 3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배임과 뇌물 혐의로 구속됐다.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모든 사안은 성남시로 보고되었다. 정관상의 보고 의무에 따른 것이다. 설계자 이재명 후보가 배임의 혐의를 벗어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택지분양수익금의 로또 배당의 실체는 설계된 약탈이었다. 강제수용권을 이용해 실거래가 3.3㎡당 600만원의 원주민들의 땅을 공공개발이라 속여 280만원에 후려쳐 매입하고 2000만원에 분양했다. 성남의뜰의 주주협약서는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수익 배분은 국민임대택지 A10 블록의 예상매각대금 1822억원으로 제한했다. 나머지 공원화 사업(2700억원)과 터널 사업(920억원) 등은 강제수용권의 특혜를 부여받은 민간의 의례적인 기부채납 수준이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다른 직원들이 삽입한 민간의 초과수익 환수 조항은 검토도 없이 바로 삭제됐다. 초과수익 환수 조항을 삭제한 결과, 1% 지분권자인 화천대유와 SK증권 특정금전신탁의 가면을 쓰고 들어온 6%의 천화동인 주주 7명에게 택지분양 수익 절반에 달하는 4000억원이 배당됐다.
화천대유는 택지 15개 필지 중 5개 필지를 시세의 65%에 수의계약으로 분양받기도 했다. 강제수용권이 행사되었지만 공공택지가 아니라 민간택지로 분류된 대장지구 위에 건축되는 주택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았다. 5개 필지 예상 분양매출액은 1조7000억원이다.
택지분양수익에서 남욱 변호사 등이 참여한천화동인 4·5·6호는 1900억원을 배당받았다. 대장동 토박이 디벨로퍼들로서, 사업 참여 경위도 자금의 흐름도 상대적으로 명확하다. 1400억원을 배당받은 천화동인 1·2·3호는 주주들의 사업참여 경위도 실소유주도 자금의 흐름도 불투명하다. 사업 초기에 유동규와 천화동인 1호 주주 김만배는 수익 25%를 유동규의 몫으로 하기로 약속했다는 녹취 파일과 정민용 변호사의 자술서도 확보된 상태다. 검찰의 수사는 다음의 의문들을 풀어야 한다.
첫째, 설계자이자 지휘·감독·결재권자인 이재명 후보는 유동규의 25% 배당 몫을 용인했나. 유동규와 김만배는 애초 약정한 700억원을 현금으로 받을지 회사를 설립해 투자금으로 받을지를 논의했다. 유동규는 유원홀딩스를 차렸다. 700억원의 실제 주인은 유동규일까.
둘째, 천화동인 1·2·3호의 나머지 수익은 진정 김만배의 몫일까. 이화영의 전 보좌관 이한성은 어떤 경위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호의 대표이사로 참여했나. 이한성의 역할은 무엇인가.
셋째, 김만배가 화천대유 수익 577억원 중 현금 인출한 473억원은 어디로 흘러갔나. 박영수 전 특검의 인척에게 흘러간 100억원의 명목은 무엇인가. 법조인 방패막 만드는 데 쓴 뇌물은 아닌가.
넷째, 6%를 가진 7인의 주주에게 원주민과 입주민에게 약탈한 땅값 집값을 송두리째 넘겨주는 설계를 이재명 후보는 몰랐단 말인가. 이재명 후보가 몰랐다면 정치 지도자로서 무능한 결격자다. 알았다면 부패한 배임죄의 주범이다.
Law談 칼럼 : 권경애의 로-노마드(law-nomad)는
대한민국의 헌법 및 법률 질서를 구성하는 핵심 철학인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자유와 정의의 역사 및 법적 가치가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의 이해를 통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법적 상상력은 무엇인지 사유하고자 합니다.
권경애 변호사가 중앙일보 로담(Law談)에서 디지털 칼럼 '권경애의 로-노마드'를 새로 연재한다. 우상조 기자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 한국관광공사 법무팀장/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참여연대 활동/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감사.
권경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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