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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행

산에 홀딱 빠져버린 요즘 애들…“등산으로 소확성”

산에 홀딱 빠져버린 요즘 애들…“등산으로 소확성”

코로나19 이후 2030 ‘등린이’ ‘산린이’ 증가
건강 챙기고 소소하고 확실한 성취감까지 챙겨

입력 : 2021-10-17 00:02

  • 안주영(24)씨는 지난해 가을 등산의 매력에 빠져 1년 새 10여 곳의 산을 올랐다. 안주영 제공
    “등산할 때 살아있음을 느껴요. 숨이 가빠지면서 처음에는 엄청 힘들거든요. 근데 그걸 뛰어넘을 때 제 안에 있는 초인적인 힘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요.”

    대학생 안주영(24)씨는 지난해 가을 우연히 낙산을 다녀온 후 1년 새 10여개의 산에 올랐다. 최근엔 혼자 설악산을 다녀올 만큼 등산에 푹 빠져 ‘나홀로 산행’을 즐기고 있다. 혼자 산을 오르면 생각이 정리되고 고민을 털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등산을 통해 아프리카 식수위생사업에 기부하는 새로운 챌린지도 시작했다. 주영씨에게 이제 등산은 더 이상 ‘나’만을 위한 취미가 아니다.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자, 남을 돕는 통로이기도 하다.

    산에 빠진 MZ세대… ‘등린이’, ‘산린이’ 신조어도 생겨

    과거 중장년층의 전유물이었던 등산이 MZ세대들의 새로운 취미로 떠올랐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전년 동기간 대비 탐방객 증가가 뚜렷한 북한산(20.1%), 계룡산(17.1%), 치악산(18.5%) 국립공원의 주요 탐방객은 20~30대로 조사됐다.

    산에 빠진 MZ세대를 부르는 ‘등린이’(등산+어린이), ‘산린이’(산+어린이) 등의 신조어도 생겨났다. SNS에서도 MZ세대의 ‘등산 열풍’은 뜨겁다. 인스타그램에 ‘등산스타그램’을 검색하면 약 97만개의 게시물이, ‘산린이’를 치면 27만개의 게시물이 뜬다.

    “등린이, ○○산에 다녀왔어요”라며 자신의 등산 과정을 사진과 함께 정성스레 기록한 글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나홀로 산행을 즐기는 20~30대 여성들이 부쩍 늘었다.

    MZ세대의 등산 열풍으로 아웃도어 브랜드도 호황을 맞았다.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의 올해 1~7월 등산화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21% 뛰었다. K2도 올해 3~7월 등산화, 트레킹화, 하이킹화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70%나 증가했다. 2030세대 여성이 선망하는 아이유, 수지 등을 전속 모델로 내세워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코로나 시대, '소확성' 느끼기엔 등산이 제격이죠

    2030세대의 등산 열풍은 ‘소확성’(소소하고 확실한 성취감)을 추구하는 MZ세대의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일상 속에서 소소한 성취감을 추구하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면서 등산은 대표적인 소확성으로 자리잡았다. 등산이야말로 ‘정상에 오른다’는 눈에 보이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할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가끔씩 등산을 즐기는 손하영(23)씨는 “정상에 도착하면 보상 받은 기분”이라며 “그때는 너무 뿌듯하고 나에 대한 자신감도 생긴다. 산에서 내려온 후에도 당시 힘들게 땀 흘려서 올라온 과정들을 생각하며 일상에서 힘을 얻는다”라고 말했다.

    건강과 자기계발을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들의 성향이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리면서 등산은 더 주목받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이재흔 책임연구원은 “MZ세대는 오늘을 희생하고 미래에 큰 무언가를 얻으려 하기 보다 오늘을 잘 보내고 작은 성취들을 통해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을 중요시한다”며 “또 건강과 자기계발을 중시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이전에는 필라테스 같은 실내운동을 통해 건강을 챙겼는데 코로나 이후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할 수 있는 등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취미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등산 챌린지도 열풍

    챌린지를 즐겨하는 MZ세대들의 특성은 등산 스타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들은 등산과 관련한 챌린지를 통해 의미를 부여하고 남을 돕는 선행까지 이어간다.

    등산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챌린지는 월드비전의 ‘글로벌 6K 하이킹’이다. 개발도상국 아이들이 물을 얻기 위해 매일 평균 6㎞를 걷는다는 것에서 착안한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이 등산을 할 때마다 아프리카 식수위생사업에 기부되는 것이다.

    단체가 선정한 300대 산 정상에서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면 참가비 2만원이 기부된다. 또 노스페이스 에디션 매칭 펀드를 통해 참가자가 인증샷을 1개를 올릴 때마다 1만원이 추가로 후원된다.

    블랙야크가 운영하는 등산 커뮤니티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도 있다. 산 정상에서 GPS로 인증한 후 사진을 업로드하면 산 높이만큼 포인트를 적립하거나 할인쿠폰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2019년 4월 10만명에서 지난해 4월 14만명, 올해 8월 26만명으로 증가했다. 코로나 확산 이후 현재까지 가입한 회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20~30대다.

    두 챌린지에 참여한 주영씨는 “좋아하는 취미를 즐기면서 기부도 할 수 있어 좋다. 산을 오르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아프리카를 돕는 발걸음이 된다는 사실에 뿌듯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연구원은 “챌린지가 기부나 사회적 가치를 독려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MZ세대들은 SNS에 인증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자신의 경험과 가치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또 한번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노혜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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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6366990&code=61172311&sid1=tra
  • 월드비전의 'Global 6K for Water'에 참여한 모습. 안주영 제공
  • 안주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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