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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문화

삼양라면은 '오징어게임' 특수…신라면은 해외서 신바람

삼양라면은 '오징어게임' 특수…신라면은 해외서 신바람

세계인 입맛 사로잡는 K라면의 매운맛

삼양식품 美 이어 中법인 설립
`불닭볶음면` 인기에 수출 급증
해외매출 비중 4년새 2배 늘어

신라면 해외매출 국내 앞질러
올해 말 미국서 제2공장 가동

  • 김효혜, 진영화 기자
  • 입력 : 2021.10.05 17:03:11   수정 : 2021.10.05 17:08:25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주인공들이 삼양식품의 삼양라면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시고 있다. 라면을 끓이지 않고 잘게 부순 뒤 스프를 뿌려 과자처럼 먹는 모습이 해외에서 주목받으며 삼양식품이 수혜를 보고 있다. [사진 제공 = 넷플릭스]해외에서 한국 라면의 인기가 대단하다. 연초에는 아카데미상을 휩쓴 영화 '기생충'에 나온 짜파구리 덕에 농심이 대박을 터뜨린 데 이어 최근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덕분에 삼양라면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특히 팬데믹 영향으로 세계인의 내식 수요가 늘면서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K라면'에 대한 외국인들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이에 삼양식품은 중국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해외 마케팅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5일 삼양식품은 수출 주력 시장인 중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삼양아메리카'를 설립한 데 이어 12월 에는 중국 상하이에 '삼양식품상해유한공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불닭볶음면'으로 해외에서 K라면 돌풍을 일으켜 온 삼양식품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에 삼양라면이 노출되면서 광고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오징어게임 연관 검색어로 삼양라면이 뜰 정도로 이슈가 되고 있다.

    '오징어게임'은 상금 456억원을 차지하기 위해 참가자들이 목숨을 걸고 경쟁하는 내용의 드라마다. 주인공이 게임에 참가하기 직전 소주를 마시며 삼양라면을 안주 삼아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생라면에 스프를 뿌려 과자처럼 먹는 모습이 해외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실제로 삼양식품은 '오징어게임' 속 삼양라면을 이용한 마케팅을 준비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삼양라면 관계자는 "간접광고를 한 것이 아닌데 우리 제품이 나와 기뻤다"면서 "생라면을 취식할 수 다양한 레시피를 콘텐츠로 개발해 적극적으로 해외 마케팅을 하려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중국법인 설립이 해외 마케팅 확대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69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국내 최초로 라면 수출에 나섰던 삼양식품은 최근 해외 부문의 급격한 성장세에 따라 현지 법인 설립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왔다. 불닭볶음면 인기로 수출이 급증하기 시작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해외 부문 연평균 성장률은 41%나 된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6%에서 57%로 대폭 증가했다.

    현재 중국과 미국은 삼양식품 해외 매출에서 각각 45%, 15%를 담당하는 주력 시장이다. 1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중국에서 불닭볶음면은 '광군제' 등 쇼핑 행사에서 매년 라면 판매 순위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다. 2019년부터 3년 연속으로 '중국 소비자가 뽑은 대한민국 올해의 브랜드 대상'에 선정될 만큼 탄탄한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한국 라면에 대한 인지도 상승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삼양식품은 미국 법인과 중국 법인을 통해 현지 영업망 강화에 주력한다. 삼양아메리카는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입점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는 이미 입점을 완료해 북미지역 공식 스토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양식품상해유한공사는 향후 오프라인 판매 채널 확대와 더불어 현지 시장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제품을 선보여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삼양식품은 현지 직접 진출 방식으로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며 세계적인 식품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수출 전진기지가 될 밀양 신공장이 내년에 완공되면 해외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현지 법인과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외국인들이 신라면을 먹는 모습. [사진 제공 = 농심]한편 K라면 열풍을 이끄는 또 다른 축인 농심은 신라면 단일 품목 해외 매출이 올해 3분기에 처음으로 국내 매출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올 3분기까지 신라면 전체 매출 6900억원 가운데 해외 매출이 3700억원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농심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연말에는 신라면 전체 매출이 9300억원, 그중 해외 매출은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단일 품목으로 연매출 1조원이라는 신기원을 달성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신라면은 1986년 출시 이후 국내에서 30년간 라면 1등 브랜드 위상을 유지하면서 해외에서는 한국식 매운맛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1987년 수출을 시작한 신라면 판매국은 현재 100여 개국에 달한다.


    일찌감치 세계로 눈을 돌려 전진 기지를 세운 것도 해외 성장세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농심은 1996년 중국 상하이 공장을 시작으로 중국 칭다오 공장(1998년), 중국 선양 공장(2000년), 미국 LA 공장(2005년) 등 해외에 생산기지를 설립했고, 농심재팬(2002년)과 농심호주(2014년), 농심베트남(2018년), 농심캐나다(2020년) 등 판매법인을 세웠다.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춰 현지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해온 것이다.

    농심은 올해 말 미국 제2공장 가동이 시작되면 미국과 캐나다뿐 아니라 멕시코와 남미 지역까지 공급량을 늘려 해외 매출이 더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효혜 기자 /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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