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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문화

울릉도 오징어 가을 대풍년, 작년 두 배···뱃멀미·숙취엔 이게 별미

울릉도 오징어 가을 대풍년, 작년 두 배···뱃멀미·숙취엔 이게 별미

중앙일보

입력 2021.10.03 07:00

업데이트 2021.10.03 09:24

최승표 기자 

올초만 해도 부진했던 울릉도 오징어 어획량이 9월 이후 급증하고 있다. 이른 아침 울릉도 저동항을 찾아가면 오징어 경매하는 모습과 아낙들이 오징어 손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최승표 기자

울릉도 앞바다에 오징어가 돌아왔다. 울릉군 해양수산과에 따르면, 올해 실적은 지난해보다 부진했다. 연초 오징어가 거의 안 잡혔기 때문이다. 지난 9월 30일까지 울릉군 오징어 어획량은 294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23t)보다 31% 적었다.

그러나 9월에 판도가 싹 바뀌었다. 9월 어획량만 205t으로 지난해 같은 달의 두 배를 넘어섰다. 가을 오징어 풍년이라 할 만하다. 오징어 제철은 추석 이후부터 이듬해 1월까지다. 제철 맞은 울릉도 오징어를 먹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다. 넷플릭스 프로그램 '오징어 게임'보다 훨씬 흥미진진한 오징어 먹방 게임이 기다린다.

육지에서는 못 먹는 내장탕   

지난 24일 저동항에서 맛본 오징어 회. 두툼한 육질에서 진한 단맛이 느껴졌다. 갑오징어인 줄 알았다. 최승표 기자

오징어 배가 집결하는 곳은 저동항이다. 이른 아침 오징어를 경매하고 아낙들이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경매장 한쪽에서 활오징어를 썰어주기도 한다. 가격은 그날그날 다르다. 9월 24일에는 1만원에 2마리였다. 크기가 팔뚝만 했다. 회 친 오징어를 인근 식당에 가져가면 다른 음식과 함께 차려준다. 이때 꼭 함께 먹어야 할 음식이 있다. 오징어내장탕. 육지에서는 맛보기 힘든 울릉도 별미다. 맑은 육수에 콩나물과 청양고추 넣고 오징어 내장을 추가한다. 내장이 신선해서 비린내가 전혀 안 난다. 도리어 고소한 맛이 두드러진다. 뱃멀미로 놀란 속을 달래고, 숙취를 눅이는 데 그만이다. 가격은 1인분 1만원 선.

울릉도에서 한 번은 꼭 먹어야 하는 오징어내장탕. 중앙포토

'클래스'가 다른 오징어 불고기

저동항에 자리한 전주식당은 현지인 사이에서 오징어불고기 잘하는 집으로 소문났다. 사진 조현재

우리가 흔히 먹는 오징어 볶음도 울릉도에서 먹으면 '클래스'가 다르다. 울릉도에서는 오징어 불고기라는 이름으로 오징어 볶음을 판다. 재료가 신선하니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평소 분식집에서 먹던 자잘하고 질긴 오징어를 상상하면 안 된다. 여러 식당 중 저동항 '전주식당'이 오징어 불고기(1만5000원)를 잘하기로 소문났다. 저동항에서 직접 공수한 오징어를 쓰니 탱탱한 식감이 살아 있다. 양념도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만들어 텁텁하지 않다. 전북 전주 출신 사장의 손맛이 더해져 현지인도 즐겨 찾는 식당이다. 오삼불고기, 따개비 밥, 더덕구이도 전주식당의 인기 메뉴다.

오징어먹물로 만든 아이스크림 

울릉도 오징어 먹물을 넣어 만든 저동커피의 먹물아이스크림. 사진 조현재

저동항 인근에는 주말이면 사람들이 줄 서서 사 먹는 커피집이 있다. 이름이 쉽다. 그냥 '저동커피'다. 이 집 명물이 먹물 아이스크림(3800원)이다. 인공색소가 아니라 신선한 울릉도 오징어에서 채취한 먹물만 쓴다. 컵과 콘이 있는데 콘은 과자에도 오징어 먹물이 들어간다. 아이스크림과 먹물의 조화라니, 비릴 것 같지만 오징어 냄새는 거의 안 난다. 어슴푸레하게 먹물의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울릉도의 대표 특산물인 호박을 넣은 호박아이스크림(3800원)도 판다. 커피 중에는 사이공커피, 아인슈페너가 인기다. 가게 한편에서는 저동커피가 직접 제작한 울릉도 기념품도 판다.

오징어와 독도새우 튀김 

울야식당에서는 독도새우, 오징어와 오징어먹물을 활용한 튀김이 안주로 인기다. 사진 힐링스테이코스모스

섬 북쪽, 힐링스테이 코스모스 리조트가 운영하는 '울야식당'에도 오징어 별미가 있다. 오징어 먹물 반죽을 쓴 '새깜징어튀김(1만원)'이다. 고소한 맛과 탱글탱글한 식감이 두드러진다. 오징어튀김은 역시 오징어 먹물을 넣은 흑맥주 '새깜스타우트(8000원)'와 궁합이 좋다. 이밖에도 울야식당은 부지깽이파스타, 약소함박스테이크 같은 울릉도 특산물을 활용한 음식을 판다. 육지에서 맛보기 힘든 독도새우튀김(2만원)도 인기 메뉴다. 울릉도에서 독도새우를 잡는 두 집 중의 한 집 ‘천금수산’에서 새우를 받아 쓴다. 명이장아찌 넣은 마요네즈 소스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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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최승표기자sp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