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장동 설계자 남욱, 고양 풍동지구도 눈독 들였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부동산회사 세워 토지매입 불구
2011년 PF 대출소송에 무산
- 차창희, 박홍주 기자
- 입력 : 2021.10.03 18:04:37 수정 : 2021.10.03 20:23:09
◆대장동 사태 일파만파 ◆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 투자해 거액의 배당금을 받은 인사들이 경기 고양시 풍동지구 개발에도 눈독을 들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3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로 알려진 남욱 변호사는 2007년 부동산 관련 회사 '벨리타하우스'를 설립해 대표를 맡았고, 풍동프로젝트금융투자라는 회사도 별도로 만드는 등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벨리타하우스는 2008년부터 풍동2지구 개발이 궤도에 오르자 일대 토지를 매입하는 등 개발에 시동을 걸었고, 2010년 풍동지구 도시개발사업의 설계용역도 추진했지만 이듬해인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사업이 무산됐다. 부산2저축은행 등과 체결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액 중 일부를 우회 대출한 사실이 적발돼 법적 소송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풍동지구 개발은 2007년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땅 95만8000㎡를 택지개발 예정 지구로 지정하면서 시작된 사업이다.
천화동인 5호 실소유주이자 대장동 개발사업의 수익 구조를 설계했다고 의심받는 정영학 회계사와의 연결고리도 발견됐다. 정 회계사는 남 변호사가 만든 '도시개발풍동'이라는 회사에서 사내이사를 지냈고, 2013~2014년 벨리타하우스 회계감사를 정 회계사가 몸담은 A회계법인이 맡았다. 남 변호사, 정 회계사와 투자 파트너들은 '판교(대장)에이엠씨' '위례투자1~2호' '위례파트너3호' 등 대장동·위례개발사업 관련 회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단독] 남양주에도 부동산 시행사 차린 남욱…대장동 사태에 긴급 휴업
남욱이 운영했던 부동산 시행사 찾아가보니
2011년 고양풍동 개발 무산 후
대장동서 1007억 챙긴 남욱
남양주서 시행사 '더썬' 운영
회사 소재 주소지로 가보니
직원 없는 사무실만 덩그러니
고양시 풍동지구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1000억원대 수익을 올린 남욱 변호사와 관계자들이 투자하려 했던 경기도 고양시 풍동지구 . 남 변호사는 토지까지 매입했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 계약을 체결한 저축은행에 문제가 생기면서 손을 떼야 했다. [이승환 기자]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투자로 1007억원의 배당 수익을 올린 남욱 변호사(48)가 경기 남양주시에도 유령회사를 운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남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패밀리'는 2010년 경기 고양시 풍동지구 개발에도 눈독을 들인 것으로 드러나 동시다발적으로 수도권 개발사업에 박차를 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3일 매일경제가 취재한 결과 남 변호사는 남양주시 금곡로 64에 위치한 빌딩의 5층에 '더썬'이란 부동산 시행사 대표로 있었다. 그동안 남 변호사가 실소유한 회사로 밝혀진 엔에스제이홀딩스(천화동인4호), 엔에스제이에셋, 엔에스제이피엠 등은 모두 서울에 소재한 회사다. 하지만 더썬은 남양주를 본점 소재지로 해 지난해 4월 설립됐다. 남 변호사가 지난 7월 대표로 취임한 이 회사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후 지난달 29일 휴업 신고를 했다.
최근 취재진이 빌딩을 찾아가봤지만 비상주 1인 사무실 제공 업체만이 5층에 입점해 있었다. 더썬은 실존하지 않는 '페이퍼컴퍼니'로 추정되는데 천화동인1~7호와 그 구조가 유사한 셈이다. 기존 더썬을 창업한 A씨는 부동산 자산관리회사 등 서울에 소재를 둔 다수 법인의 대표를 맡고 있다. 취재진은 그의 서울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A씨는 "지금 얘기할 건 아니다" "할 말 없다" "그 사람(남 변호사) 잘 모른다"는 말만 남긴 채 사무실을 떠났다.
남 변호사를 비롯한 대장동 패밀리는 고양시 풍동지구 개발에도 나섰다. 초기에 발 빠르게 이 지역 개발에 나섰던 '벨리타하우스'는 남 변호사가 지분 40%(4만주)를 보유한 회사였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남 변호사 외에도 위례투자일호, 판교에이엠씨 등 페이퍼컴퍼니상 사내이사 혹은 감사로 이름을 올린 B·C씨도 각각 15%의 지분을 보유했다.
남 변호사는 주식회사 '풍동프로젝트금융투자'도 2010년에 설립했다. 벨리타하우스는 풍동프로젝트금융투자의 주식 17만5000주, 35%의 지분을 보유했다. 비슷한 시기에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와 정 회계사 사업 파트너 D씨와 함께 '도시개발풍동'이란 회사도 만든다. D씨는 남 변호사가 최대주주인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의 지분 20%를 보유한 '도시개발디앤피'란 회사에서 정 회계사와 공동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2013~2014년엔 정 회계사가 몸담은 회계법인이 벨리타하우스의 회계감사를 맡기도 했다.
벨리타하우스는 2010년 한 건축사사무소와 풍동지구 도시개발사업 마스터플랜 및 실시계획인가 설계용역 계약을 체결하며 개발에 시동을 걸었다. 이들은 당시 부산2저축은행 등과 풍동2지구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해 409억원의 PF대출 약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면서 대출액 중 일부 우회대출이 적발돼 법적 소송에 휘말리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벨리타하우스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인정해 김양 전 부산저축은행그룹 부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도시개발풍동과 벨리타하우스는 2015~2018년 폐업 처리됐다. 풍동2지구 개발이 최근 들어서야 본격화된 점에 비춰 대장동 일당들의 수익 실현은 무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풍동2지구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지금 풍동2지구 개발업체보다 먼저 '땅 작업'을 하던 업체가 있긴 했지만 잘 모른다"고 했다.
한편 남 변호사가 실소유한 엔에스제이홀딩스(천화동인4호)는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총자산이 무려 5만%나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무제표를 보면 2018년까지 매출액이 '0원'이었던 이 회사는 배당금 수익이 본격화된 2019년 480억원의 영업 외 수익을 올리게 된다. 이 덕분에 전년 대비 매출액순이익률은 4만3385%, 총자본순이익률은 199% 증가했다.
[차창희 기자 /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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