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서 울리는 에너지 경고음… '혹독한 겨울' 온다
입력 2021.10.01 21:00
中, 국영 기업에 "에너지 확보에 사력 다하라"
유럽은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전기료 급등
겨울철 에너지 수요 늘면 가격은 더욱 뛸 듯
30일 영국 햄프셔주 후크의 한 주유소에 연료 고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햄프셔=AFP 연합뉴스
올여름 극심한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았던 지구촌이 이제는 ‘에너지 대란’에 처했다. 최악의 전력난에 돌발정전이 속출하는 중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력 확보에 나서겠다며 총력전을 선포했다. 에너지 공급업체의 잇따른 파산 선언에다 전기요금 고공행진까지 겹친 유럽은 당장 난방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천연가스와 원유, 석탄 등 원자재 가격이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전 세계적 에너지 혹한으로 올겨울이 유난히 추울지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에서 에너지 부문ㆍ산업 생산을 총괄하는 한정 국무원 부총리는 이번 주 초 국유자산 규제당국과 경제 기획기관 관계자들을 불러 모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국영 에너지기업에 “석탄, 원유 등 에너지 확보에 사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정전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고 통신은 전했다. 중국 내 에너지 위기의 심각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회의였다는 평가다. 실제 최근 중국은 에너지 위기로 매우 어수선하다. 31개 성(省)급 지역 가운데 최소 20곳에 전력 공급이 제한된 상태다. 동북 지역은 정전과 단수로 수백만 가구가 큰 불편을 겪고, 동남부 공업 지역은 산업 부문 전력 차단으로 공장이 멈춰 섰다.
중국의 전력난은 호주와의 외교 갈등 영향이 크다. 화력 발전은 중국 전체 전력 공급의 68%를 차지하는데, 중앙정부가 연간 5,000만 톤에 달하는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하면서 수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자국 석탄 생산량은 더디게 느는 반면, 전력 수요 급증으로 석탄 가격도 톤당 1,086위안(약 20만 원)으로 연초보다 56%나 올랐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충분한 공급량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국민 일상과 산업 전반이 마비돼 어느 때보다도 추운 겨울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지침인 셈이다. 전날에는 ‘중국 정부가 산업용 전기료 인상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29일 중국 북동부 랴오닝성 선양에서 한 손님이 정전으로 캄캄해진 식당에서 휴대폰 불빛에 의존해 식사를 하고 있다. 선양=AP 연합뉴스
전력난은 유럽도 덮쳤다. 영국의 경우,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는 민영 에너지기업 세 곳이 전날 파산했다. 천연가스 가격 급등 때문이었다. 이들 중 한 곳인 이글루에너지는 “회사가 버텨낼 수 없을 정도로 가격이 뛰었다”고 밝혔다. 해당 기업들에서 에너지 공급을 받던 23만3,000가구는 당장 전력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탈리아는 1일부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3분기 대비 각각 29.8%, 14.4% 올리기로 했다. 가구당 연간 100유로(약 13만7,000원)를 더 부담해야 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평균 도매 전력 가격도 반년 전보다 3배나 치솟았다.
원인은 역시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다. 각국 경제가 감염병으로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는 데다, 연초부터 이어진 이상한파와 폭염으로 에너지 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아졌다. 반면 공급은 부족한 탓에 자연스레 가격도 뛰어올랐다. 유럽 천연가스 거래 가격의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 천연가스 거래소의 10월 인도분 천연가스 가격은 이날 최대 14.7% 급등했다. 메가와트시(㎿h)당 99.31유로(약 13만6,000원)로, 한 달 새 두 배 이상 오른 수치다.
지난 8월 미국 노스다코타주 왓포드시티의 유정에서 천연가스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왓포드시티=AP 연합뉴스
대체제인 원유 값도 덩달아 상승 추세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장중 한때 전장 대비 배럴당 1.4% 오른 75.84달러까지 치솟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내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아직 북반구 추위가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데 있다. 에너지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겨울철이 코앞이라 연료 값도 당분간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 씨티그룹은 겨울철 아시아와 유럽 일대 천연가스 가격이 지금보다 4배 비싸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혹독한 겨울이 올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는 “에너지 공급 차질로 유럽의 가정은 앞으로 더 많은 전기, 가스 요금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천연가스 가격이 현 수준 이상으로 유지되면 올겨울은 작년보다 더 길고 추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정부의 ‘에너지 사재기’는 위기를 증폭시킬 공산이 크다. 스웨덴 금융회사 SEB의 비얀 실드롭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에너지 확보) 선언으로 전력원 확보 경쟁은 더욱 과열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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