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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육군 1사단의 민통선 출입 농민 대상 갑질, 선 넘었다”

“육군 1사단의 민통선 출입 농민 대상 갑질, 선 넘었다”

  •  강선일 기자
  •  승인 2021.10.01 16:34

파주 농민·시민사회, 군당국의 농민 대상 인권침해 행위 근절 촉구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달 28일 파주 통일대교 앞에서 열린 ‘민북지역 출입영농인 군갑질 중단 촉구 1인 기자회견’ 뒤 농기계 행진을 시작하는 트랙터에 ‘1사단은 나라를 지키는 것이냐, 농민을 감시하는 것이냐?’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경기도 파주시민들이 민간인출입통제구역 안쪽(민북지역) 출입 농민들에 대한 육군 1사단(소장 강호필)의 ‘갑질행위’ 근절을 촉구했다.

파주 민북지역 출입 농민들이 결성한 ‘민북출입영농인 군갑질 피해근절 대책위원회(준)(회장 김용성, 대책위)’는 지난달 28일 아침 파주 통일대교 앞에서 ‘민북지역 출입영농인 군갑질 중단 촉구 1인 기자회견’ 및 농기계 저속운행시위를 진행했다. 이날 참가한 농민들은 모두 1사단으로부터 영농인출입증을 받아 정해진 시간(주로 해뜨고 지는 시각에 맞춰 정해짐) 동안 영농행위를 해왔는데, 최근 1사단이 출입 농민들에 대해 과도한 통제를 가한다는 게 농민들의 항의 내용이었다.

농민들은 민북지역에서 주로 벼와 사과, 복숭아, 블루베리 등의 작물을 재배한다. 농사지을 때 일손이 많이 필요한 만큼, 출입 농민들은 농사를 도와줄 인력을 인솔해 민북지역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다만 민북지역에서 나올 때는 별도의 인솔 없이 출입 인력들이 알아서 나오면 되는 구조였다.

그러나 최근 1사단은 방침을 바꿔, 출입 농민들이 인력을 데리고 다시 통일대교로 나오도록 했다. 최근의 엄중한 안보상황을 고려해 출입내규를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 과정에서 온갖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게 농민들의 입장이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농민 L씨는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작업량이 많아 바쁜 모내기철에 부득이하게 원래 나와야 할 시간보다 1분 늦었다고 군에서 시말서를 쓰게 했다. 물론 원래 나와야 할 시간에 맞춰 나와야 했지만, 예전엔 1~5분 늦게 나온 건 간단한 주의조치를 주는 정도로 넘어갔다. 그런데 시말서를 쓰게 한 건 정말 너무했다. 이건 군이 민간인을 통제하는 걸 넘어 감시하고 갑질하는 것 아닌가.”

그밖에도 여러 사례가 언급됐다. 한 농민은 5분 늦게 나온 것이 3번 누적돼 한 달간 민북지역 출입정지를 당했다. 또 다른 농민은 물건 사러 잠깐 외출하려 했더니 군인들이 “인솔해 들어간 농업노동자들의 일을 중단시키고 데리고 나갔다 오라”고 하기까지 했다는 게 농민들의 증언이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1사단이) 논에 이상한 것을 쏟아붓는 덤프트럭은 종이 한 장으로 무사 통과시켰다”며 “농민들은 늘어선 덤프트럭 때문에 아침에 통일대교 들어가는 데 30분씩이나 기다리기 일쑤였다. 덤프트럭들은 통일대교 통과 뒤 군인이 쫓아다니기는커녕 아무 제재 없이 흙먼지 날리고 민통선을 질주하며 돌아다녔다. 그것 때문에 사고 위험까지 겪은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라고 1사단의 무원칙성을 비판했다.

덤프트럭이 민북지역에 쏟아부은 ‘이상한 것’은 무엇일까. 이날 농민들과 연대하고자 참가한 ‘임진강~DMZ 생태보전 시민대책위원회’는 지지성명을 통해 “그간 민통선 안에 있는 논습지와 하천부지, 농경지에 건설폐기물을 매립하고 있다는 제보를 주민들로부터 받아왔다. 그런데도 발만 동동 굴렀던 것은 민통선 안 생태환경을 조사하는 환경단체들도 출입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라면서 “어쩌다 허가를 내줄 때도 사전에 동선을 제출하고 예전에 없던 서류까지 요구했다. 조사지마다 군인들이 따라다니며 통일대교를 나가는 것까지 확인했다”고 밝혔다.

1사단이 통일대교가 위치한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 일대를 관할한 이래, 지휘관 교체 때마다 주민 대상 통제가 강화되거나 완화되는 식의 일관성 없는 모습이 반복됐다는 게 주민들의 입장이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젠 국방부(장관 서욱) 등 군당국이 60년 묵은 민통선 출입예규를 현실성 있게 개정하고, 더는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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