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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전자, 테슬라 명운 걸린 '자율주행칩' 만든다

[단독] 삼성전자, 테슬라 명운 걸린 '자율주행칩' 만든다

 

 

황정수 기자

입력 2021.09.23 17:26 수정 2021.09.23 19:34 지면 A1

기술·가격 앞세워 파운드리 경쟁사 TSMC 제치고 수주
올 4분기부터 7㎚공정서 칩 생산…중장기 협력 강화

사진=REUTERS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가 삼성전자에 차세대 자율주행칩 생산을 맡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칩 설계 능력과 공정 기술, 가격 대비 성능 등을 앞세워 테슬라 자율주행칩 수주전에서 대만 TSMC를 제친 것이다. 반도체업계에선 “삼성이 TSMC를 추격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2세대 자율주행칩 HW4.0 위탁생산을 사실상 수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HW4.0은 내년 2분기부터 테슬라 전기차에 장착돼 자율주행 관련 데이터 처리를 담당하게 될 핵심 반도체다. “자율주행 기능이 불완전하다”는 공격을 받고 있는 테슬라가 명운을 걸고 있는 칩이다. 계약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는 “테슬라와 삼성전자가 올초부터 수차례 칩 설계를 협의하고 시제품을 주고받았다”며 “테슬라가 삼성전자에 생산을 맡기기로 사실상 결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오는 4분기부터 경기 화성 등에 있는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칩을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7㎚는 5㎚처럼 최신 생산라인은 아니지만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과 생산 칩 성능 등 경제성과 기능 면에서 모두 검증된 ‘안정적인 생산 공정’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부품은 자동차의 사고 가능성을 줄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테슬라도 반도체 칩의 안정성을 고려해 5㎚가 아니라 7㎚ 공정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수주 금액은 현시점에서 추산하기 어렵다. 하지만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FSD)’이라고 이름 붙인 기능을 전기차에 확대 적용하고 있고, 내년엔 120만 대 선주문받은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을 출시할 계획이어서 HW4.0 수요는 꾸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업계에선 테슬라가 TSMC가 아니라 삼성전자를 낙점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테슬라는 TSMC와도 협의했지만 삼성전자가 △칩 설계 지원 △가격 대비 성능 △장기적인 협력 가능성 등에서 TSMC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美빅테크 '맞춤형 칩' 공략
"내년 파운드리 분기 영업익 1兆"

‘20%의 벽.’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부의 한계를 말할 때 거론되는 숫자다. 삼성전자는 2019년 이후 파운드리에 매년 10조원 넘게 투자하고 있지만 점유율은 10%대 후반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가 기술력과 설계 서비스를 앞세워 구글, 테슬라 등 비(非)반도체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하고 있어서다.

○TSMC 제치고 테슬라 물량 수주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삼성전자를 자율주행칩 파운드리업체로 낙점하기 전에 대만 TSMC와도 차세대 자율주행칩 위탁생산 관련 의견을 주고받았다. TSMC는 세계 1위 파운드리업체로, 세계 시장 점유율이 52.9%(지난 2분기 기준)에 달한다. 그럼에도 테슬라가 삼성전자를 택한 건 △자율주행칩 설계 지원 △가격 대비 성능 △장기적인 협력 가능성 등 모든 면에서 TSMC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설계에 익숙하지 않은 기업의 자체 칩 개발을 돕는 ‘커스텀SOC사업’ 조직을 통합했다. 올해엔 팀장을 상무에서 전무급으로 올렸다. 주요 타깃은 구글, 아마존, 테슬라 같은 대형 테크 기업이다. 최근 빅테크 업체들은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사 제품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직접 만들려고 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다져온 반도체 설계 노하우를 이들 기업에 전수하는 동시에 생산 물량을 자사 파운드리 공장으로 가져오는 ‘선순환 구조’를 노리고 있다.

 

성과도 나오고 있다. 테슬라뿐만 아니라 구글도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구글은 다음달 출시 예정인 스마트폰 ‘픽셀6’에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텐서’를 적용한다고 지난 7월 발표했다. 생산은 AP 설계 및 개발 단계부터 구글과 협력해온 삼성전자가 맡는다. 중국 1위 스마트폰업체 샤오미도 자체 스마트폰용 AP를 개발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회의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기술로 TSMC 추월하겠다”

중장기적인 협력 가능성도 높다. 공장이 없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가 한 번 파운드리를 정하면 교체하는 게 쉽지 않다. 파운드리 공정 맞춤형 기술이 설계 단계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애플도 AP 개발 때 삼성전자의 도움을 받고 3년 이상 파운드리를 맡겼다.
삼성전자는 고객사를 만족시키기 위해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세계 최초로 3㎚ 공정에서 칩을 양산할 계획이다. TSMC의 양산 시기는 내년 하반기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3㎚ 공정에 GAA(게이트올어라운드)라는 신기술을 적용한다. GAA는 반도체에서 누설되는 전류를 줄여 전력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삼성의 자신감은 반도체 주요 경영진의 최근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정은승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달 한 포럼에서 “메모리반도체 노하우를 바탕 삼아 기술로 TSMC를 추월하겠다”고 말했다.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지난 6월 한 심포지엄에서 “어떤 도전에도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TSMC와 격차 좁히기 ‘속도’

시장에선 4분기부터 삼성전자와 TSMC의 격차가 좁혀지고 내년엔 삼성전자 점유율이 20%를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객사를 늘려가고 있는 삼성전자와 반대로 TSMC의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대만 연합신문망(UDN)은 최근 “애플 등 TSMC의 주요 고객사가 4분기에 주문을 줄일 것”이라며 “TSMC의 4분기 매출 증가율이 기존 10%에서 5%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 월가와 국내 증권업계에선 올해 3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분기 영업이익이 내년 1조원 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50% 미만’이란 루머까지 돌았던 삼성전자의 5㎚ 공정 수율(완제품에서 양품 비율)도 올 하반기부터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 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세계 파운드리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23% 늘어 처음으로 1000억달러(약 118조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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