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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훈드자다, 아프간 수반 유력… 밑에 대통령 두고 신정정치”

“아훈드자다, 아프간 수반 유력… 밑에 대통령 두고 신정정치”

이은택 기자 입력 2021-09-03 03:00수정 2021-09-03 03:00

 

아훈드자다, 2016년부터 조직 리더… 해외서 은둔하다 최근 아프간 귀국
탈레반 지도부 “정부 구성 곧 발표, 여성 쓰겠지만 내각 아닌 하위직”
“탈레반, 돈 위해 아편-美무기 팔 것”… 아프간銀, 美 자금동결 해제 요구

20년 만에 다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율법학자 히바툴라 아훈드자다(사진)를 정점으로 한 새 정부 조직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2일 아프간 언론 톨로뉴스 등이 보도했다. 그는 수년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은둔하며 ‘신도들의 리더’로 불렸다. 험준한 계곡 판지시르를 거점 삼아 탈레반과 대치 중인 반(反)탈레반 저항군은 새 정부에 입각하라는 탈레반의 화해 제의를 단칼에 거절했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 지도부는 새 정부와 내각 구성 논의를 마쳤다. 탈레반 정치대표부 부대표인 셰르 모하마드 아바스 스타네크자이는 1일 영국 BBC에 새 정부 구성이 이틀 내 발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포용적인 정부이고 여성도 기용된다”면서도 “여성은 고위직이나 내각은 아니고 하위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전 정부 인사들은 새 정부 구성에서 배제됐다. 뉴욕타임스도(NYT)도 이르면 3일 탈레반이 새 정부 구성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새 정부 최고지도자는 아훈드자다가 맡을 것이 유력하다. 탈레반 문화위원회 위원 아나물라 사만가니는 “아훈드자다가 지도자가 될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2일 톨로뉴스에 말했다. 올해 60세로 추정되는 아훈드자다는 신상에 관해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는 베일 속 인물이다. 2016년부터 탈레반을 이끌며 정치, 종교, 군사와 관련해 주요 결정을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사흘간 아훈드자다가 탈레반 지도자들과 정부 구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해외에 머물던 그는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한 지난달 15일 아프간에 입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 정치분석가 모하마드 하산 하키아르는 새 정부가 공화국이 아닌 ‘이슬람 정부’ 형태일 것이라고 톨로뉴스에 말했다. 아훈드자다 아래 대통령이나 총리를 두고 내각 업무를 맡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는 중동의 맹주 국가인 이란과 비슷하다. 이란은 최고지도자가 정치와 종교를 모두 관장하는 신정일치 국가다. 새 정부 외교장관에는 ‘탈레반 2인자’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유력하다. 국방장관은 그간 군사작전을 지휘해 온 모하마드 야쿠브가 거론된다. 탈레반과 연계된 무장세력인 하카니 네트워크의 수장 할릴 하카니는 내무장관이 유력하다.

아프간 북부 군벌세력 등 저항군은 탈레반과 휴전 협상이 결렬된 뒤 이틀간 전투를 벌였다고 1일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이 전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 모두 사상자가 나왔다. 저항군 측은 “판지시르 외곽 안다라브 계곡 전투에서 탈레반은 40명의 병력을 잃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탈레반 측은 “판지시르 전투에서 저항세력 34명을 사살했고 우리 측은 부상자 2명만 있다”며 다르게 설명했다. 저항군 측은 “탈레반은 자신들이 구성하려는 정부 내 한두 자리를 우리에게 제안했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아프간 중앙은행(DAB)이 미국에 예치해 둔 94억 달러(약 10조9153억 원) 규모의 자산을 동결시켰다. 그간 아프간을 지탱해 온 해외 원조도 모두 끊겼다. 1일 로이터에 따르면 DAB 이사인 샤 메라비는 “자금이 계속 동결 상태로 있으면 아프간은 경제적, 인도주의적 재앙에 직면할 것”이라며 “탈레반이 돈을 벌기 위해 아편 생산 확대, 미제 무기 판매에 나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국제통화기금(IMF)에 “동결된 자금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