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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날 잊지 말아달라” 13년전 바이든 목숨 구한 통역사도 탈출 못했다

“날 잊지 말아달라” 13년전 바이든 목숨 구한 통역사도 탈출 못했다

WSJ “아프간인 모하메드, 탈레반에 쫓겨 도주 중”

김수경 기자

입력 2021.09.01 09:21

 

2008년 조 바이든(왼쪽에서 넷째) 당시 상원의원을 비롯한 일행들이 아프가니스탄 한 계곡에 비상착륙한 모습. 통역사 모하메드는 사진에 찍히지 않았다. /미 국무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목숨을 구했던 아프가니스탄 통역사가 아프간을 탈출하지 못하고 탈레반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13년 전인 2008년 2월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은 존 케리, 척 헤이글 의원과 함께 아프간 쿠나르 지방의 도시 아사드 아바드를 방문했다. 미 육군의 블랙 호크 헬기를 타고 이동하던 이들은 거대한 눈보라를 마주쳐 한 계곡에 비상 착륙을 감행했다. 해당 계곡은 무장 탈레반들의 영향이 미치던 곳으로, 미군들은 긴급 구조요청을 보냈다.

당시 36세였던 통역사 모하메드(가명)도 이 구조 임무에 투입됐다. 비록 전투원이 아닌 통역사였지만, 미군들은 모하메드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며 문제가 되면 사용하라고 무기를 쥐어주기도 했다.

구조 작전에 투입됐던 참전용사의 말에 따르면 바이든 일행이 있는 계곡으로 가기 위해 100회 이상 총격전을 벌였고, 24명의 탈레반 조직원이 사망했다. 모하메드는 통역뿐만 아니라 작전이 수행되는 동안 주변 주민들을 설득하고 통제하는 데도 도움을 주었다. 30시간 이상 경계임무를 맡기도 했다. 모하메드가 있었기에 상원의원들은 군용차를 타고 호송대와 함께 미군 기지로 몸을 피할 수 있었다고 WSJ는 보도했다.

 

2008년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을 태운 미군의 블랙호크 헬기가 아프간 한 계곡에 비상착륙한 모습./WSJ

 

2008년 치러진 대선에서 부통령 선거에 출마한 바이든은 선거 운동을 하면서 아프간에서 겪었던 이 헬기 사고에 대해 수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알카에다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빈 라덴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다면 나와 함께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자. 내 헬리콥터가 억류되었던 저 산 한가운데로 돌아가면,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말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뒤 미군을 도운 모하메드의 목숨은 위태로워졌다. 미군이 철수 작전을 펴던 당시 그는 아내, 네 자녀와 함께 공항 입구로 가서 탈출시켜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모하메드는 미 수송기에 탈 수 있지만 아내와 자녀들은 그와 함께 갈 수 없다는 통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그는 은신처에 숨어 탈레반이 그를 찾아내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모하메드는 WSJ에 보내는 이메일에 “대통령님, 저와 제 가족을 구해주세요”, “여기서 내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요”라고 적었다. 이에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31일 모하메드에 감사를 표하며 “미국에 협조한 아프간 사람들을 탈출시키는 데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사키 대변인은 또 “우리가 당신을 내보내겠다”며 “우리는 당신의 협조를 존중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