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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밤 10시→9시 단축에… 전문가 “그 시간 감염 많다는 근거 없어, 공포마케팅”

밤 10시→9시 단축에… 전문가 “그 시간 감염 많다는 근거 없어, 공포마케팅”

이가영 기자

입력 2021.08.23 19:00

코로나 확산세가 계속됨에 따라 정부가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 거리두기를 2주 연장한다고 발표한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거리에 위치한 한 식당에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방바닥에 허름한 이불을 덮고 누운 아이와 어른 다리 사진이 22일 자영업자들의 커뮤니티인 네이버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왔다. 한 술집 사장이 “가게 문을 닫았다”며 글과 함께 올린 사진이었다. 그는 “저녁 6시 이후 2인까지만 모임 가능해지고 나서 매출이 엘리베이터 탄듯이 내려갔다. 근데 9시? 그냥 죽으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마음을 다스리려고 가족들과 여행을 왔다”며 “평상시 같으면 고급 호텔방이었을 텐데 허름한 민박집에서 자고 있다. 애들은 신기한 체험이라고 생각하는지 좋아하는데, 제 속은 새까맣다”며 “50 다 되어가는 나이에 앞으로 제 운명이 어떨지 무섭기만 하다”고 했다.

서울 등 ‘거리 두기 4단계 지역’의 식당과 카페 영업시간 단축(23일부터·오후 9시까지) 시행을 앞두고 자영업자들은 한숨과 분노, 절망을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확한 근거도 대지 못하면서 자의적으로 기준을 설정한다”고 비판한다.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 한 사장은 “우리 동네 술집 거의 문 닫고 마지막 남은 저도 다음 달 폐업한다”며 “9시부터 손님 들어오던 펍이라 타격은 이루 말로 할 수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이런 거 결정하는 놈들 공무원은 어차피 일 X같이 해도 월급은 그대로 나온다”며 “거리두기 완화했다가 확진자 수 많이 나오면 괜히 욕먹고 승진도 위험하니까”라고 했다. 이어 그는 정책에 따른 피해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국내 거리두기 결정자를 “막장공무원들”이라고 했다.

특히 이들은 정부 정책의 실효성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공원 바로 앞에서 장사한다는 한 회원은 “9시 제한 좋다 따르겠다”며 “(하지만) 오늘부터는 9시 이후에 3명씩 공원 벤치에 모인 사람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이 사실을 모를까? 진심… 아니다”고 했다. 이 글에 “미친 정부” “누구 머리에서 나온 지침인지” 등 댓글이 주루룩 달렸다. 또 다른 회원은 “이젠 그냥 (정부가) 자영업자를 혐오하나 싶다”고 했다.

이 글에는 “아파트 벤치나 공원에서 열댓 명씩 먹고 있다”, “우리 집 옆 모텔은 밤 9시 전에 빈방도 거의 안 나온다. 대부분 방 잡고 술 마시는 사람들인데, 인원도 제멋대로”라며 동의하는 댓글이 달렸다. 또 다른 사장은 “우리보고는 9시에 문 닫으라는데 백화점은 최고 매출이었다고 한다”며 “민주당은 서민 중산층의 편이라고 말하지 않았나”라고 따져 물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방역수칙을 지키자 오히려 손님에게 비아냥을 듣는다는 사연도 있었다. 한 사장은 “세 명이 들어와 오후 6시 이후에는 두 분만 가능하다며 사과했더니 ‘배가 불렀나 보지? 안 힘든가 보네?’라고 말하며 나갔다”며 “참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또 “같이 살고 있다는 손님들의 말을 믿었는데 알고 보니 이혼한 아이 엄마가 남자친구와 온 것이었다. 신고 당해 계도 처분을 받았다”며 “주인이 백신 접종 확인증을 확인 안 했다고 손님이 업주 신고하는 세상이다. 무서워서 손님도 못 받겠다”는 경험담도 있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부의 자의적 지침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염호기 대한의협 코로나19대책 전문위원회 위원장은 “정부가 사람 간 접촉 시간을 줄이겠다는 뜻인 거 같은데, 글쎄요…”라며 “에비던스(증거)가 전혀 없는 정책이라서 별로 효과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 교수는 “영업 강제 종료 시간을 10시에서 9시로 당기려면, ‘그 시간대에 얼마나 많은 감염자가 나왔는지’를 근거로 대야하는데, 정부가 밝힌 근거는 고작 ‘전체 감염자 3분의 1이 식당·카페에서 나왔다‘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식당·카페는 24시간 문을 닫도록 해야 하는데, 왜 9시냐”고 했다. 이어 “실제로 9~10시 사이 식당·카페에서 감염된 사람은 미미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유명 대형 병원 원장 출신 의료·경영 전문가는 “코로나 치명률이 1% 아래로 점점 떨어지고 있는데도 국민에게 지속해서 위험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정부가 코로나 확산을 잘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하게끔 하는 일종의 ‘공포 마케팅’”이라며 “이에 따른 피해는 자영업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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