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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평론

[강천석 칼럼] 대통령 잘못 뽑으면 국민만 서럽다

[강천석 칼럼] 대통령 잘못 뽑으면 국민만 서럽다

게으르고 무능한 정권도
재집권 바라볼 수 있는 나라
야당, 시간 낭비 말고 5년짜리 국가 경영 한계
벗어날 代案 제시해야

강천석 논설고문

입력 2021.08.07 03:20

 

서둘러야 할 일을 게을리해 재난을 키우는 것이 태만(怠慢)이다. 해서는 안 될 일, 불가능한 일에 팔을 걷어 붙이는 건 아둔이다. 할 수 있는 일인데도 방법을 그르쳐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은 무능(無能)이다. 포장지에 내용물과 다른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건 속임수다. 어느 직장이든 해고(解雇) 사유에 해당한다. 그러나 정권이 이런 일을 모아서 하면 정권 재창출에 도전할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은 얼마 전 UN 산하 기구로부터 중진국 졸업장을 받았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선진국이 됐다. 구매력 평가 기준 1인당 소득은 일본을 앞질렀다. 코로나 백신 1·2차 접종을 완료하면 코로나에 걸려도 중증(重症)이나 사망에 이를 확률이 10분의 1로 줄고 감염 전파 위험도 3분의 1로 감소한다고 한다. 그러나 선진국 한국 국민의 코로나 백신 접종 완료 비율은 세계 104위다. 정부의 태만으로 백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마당에 대통령은 ‘백신이 부족한 나라에 백신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 한국이 앞장서겠다’고 한다. 무슨 말일까.

현 정권 출범 일성(一声)이 ‘일자리 정부’였다. 4년 동안에 공무원 숫자가 10만 명 늘었다. 1990년 이래 최고의 공무원 증가율이다. 민간 부문의 좋은 일자리는 뭉텅뭉텅 사라졌다. 코로나 유행 이전에 시작된 일이라서 코로나 탓도 할 수 없다. 소득 주도성장과 최소 임금의 급격한 상승이 불러온 사태다. 아무리 힘센 정부도 많은 사람에게 잠시 일자리를 줄 수는 있을지언정 평생 고용할 수는 없다. 소련에는 실업 통계란 게 없었다. 북한에도 없다. 그러니 완전 고용 국가다. 소련은 30년 전에 붕괴 됐고 북한은 더 이상 무너질 것도 없다. 관제(官製) 일자리 만들기에만 미련스럽게 매달리는 정부의 일자리 대책은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는 것일까.

‘부동산 문제만은 자신 있다’던 정권에서 ‘전세 난민(難民)’ ‘월세 난민’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알고, 아는 것을 안다고 아는 게 진짜 앎의 시작이다’라고 했다. 부동산 재난은 ‘모르면서 아는 체해 온’ 정권이 불러들였다. 집값 대책을 다섯 번 발표해도 오르고 스무 번 발표하면 더 가파르게 오르는데도 왜 오르는지를 모른다. 후보 책봉(冊封)을 받으려는 여당 대선 주자들은 너나없이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을 계승·강화하겠다고 한다. 끊어진 성수대교 위에서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꼴이다. 차에 탄 승객만 변(變)을 당한다.

 

진짜 개혁과 가짜 개혁을 가려내는 가장 간편한 방법은 누가 그걸로 가장 혜택을 크게 누리느냐를 밝히는 것이다. 살인 사건 수사와 다를 게 없다. 제일 많이 이득을 보는 자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容疑者)다. 대통령은 검찰 개혁의 소원을 성취했다. 개혁 과정에서 검찰총장은 쫓아냈고, 현 정권 사람들은 범죄 행위가 드러나도 검찰이 아니라 자기들이 만들고 임명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받게 됐다. 제1 수혜자(受惠者)가 현 정권 사람들이다. 일반 국민은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든 경찰이 영장을 청구하든 사정이 달라질 게 없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더 크다. 개혁이란 상표 자체가 속임수다.

정권은 또 ‘사이비(似而非) 개혁 상품’을 팔고 있다. 그들 말대로는 언론 개혁이다. 민주주의의 원리를 끌어들일 것도 없다. 누가 가장 큰 이득을 취하겠느냐만 밝히면 진실은 저절로 드러난다. 최대의 수혜자는 비리(非理)가 이미 드러난, 죄가 드러나기 시작한, 앞으로 더 큰 죄의 몸통으로 드러날 정권 사람들이다. 대선 여권 후보도 검증(檢證)을 피해가는 걸로 제 몫을 챙길 것이다. 나머지 떡고물은 김어준류(類) 어용언론에게 돌아간다. 이것이 진상이다.

정권이 게으르고 우둔하고 무능한 데다 속임수까지 쓰는 게 드러나면 정권과 반대로만 해도 야당에게 집권으로 가는 신작로(新作路)가 뚫릴까. 현 정권에서 통일부와 여성가족부는 제 손으로 제 목을 조였다. ‘그걸 없애겠다니 후련하다’는 소리가 표(票)가 돼 돌아올까.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몰아낸다’는 법칙은 정치에도 적용되는 모양이다. 야당은 금쪽같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백년대계(百年大計)는 바라지 않는다. 5년짜리 ‘정권만을 위한 국가 경영’에 갇힌 국민에게 대안(代案)은 쥐여주고 집권의 기회를 달라 해야 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