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른소리

[사설] 전력 공급 위기에 처하자 원전에 손 내민 탈원전 정부

[사설] 전력 공급 위기에 처하자 원전에 손 내민 탈원전 정부

조선일보

입력 2021.07.21 03:24

 

 

한수원 정재훈 사장 등이 지난 14일 신한울 1호기 최초 연료 장전 행사를 갖고 있다. 신한울 1호기는 작년 4월 사실상 완공됐으나 원안위 승인 지연으로 가동을 못해왔다. 지난 9일 뒤늦게 원안위 승인을 받았지만 내년 3월에에 정상 가동된다. / 연합뉴스

정부가 폭염으로 전력 공급이 부족해질 위기에 처하자 정비에 들어가 있던 신월성 1호기, 신고리 4호기, 월성 3호기 등 원전을 21~23일 순차적으로 전력 생산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국 공공기관에 낮 시간 30분씩 교대로 냉방을 중단하도록 권고했다. 일부 지역에선 코로나 선별진료소까지 전력 공급 중단 우려 때문에 일시 문을 닫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일은 정부가 경제성 조작으로 폐로시킨 월성 1호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1000만년에 한 번 확률의 항공기 충돌까지 대비책을 내놓으라면서 승인을 지연시켜 온 신한울 1호기가 원래 계획대로 가동되고 있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전 정부 때의 전력 수급 계획대로 신한울 2호기, 신고리 5호기까지 가동에 들어갔다면 전력 공급 위기는 걱정할 필요조차 없었을 것이다.

전기는 생산량과 소비량이 실시간으로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주파수가 일정 범위 밖으로 벗어나 정밀 기기들이 오(誤)작동하게 된다. 발전소 터빈도 연쇄적으로 가동을 멈춰 블랙아웃을 초래한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려면 각기 특성이 다른 발전 방식을 적절히 조합해 안정적 전력 공급이 가능하게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원전·석탄발전소 등 발전 단가가 싼 발전기들로 기저(基底) 전력 공급을 맡게 하고, 수력·LNG 등 수시 출력 조절이 가능한 발전기로 미세 주파수 조정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런 전력 구성 원칙을 외면해왔다. 값싸면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원자력을 배제하고 인위적 출력 조절이 불가능한 태양광·풍력 위주로 전원(電源)을 구성한다는 탈원전 정책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작성한 ’2050 탄소 중립안'은 심지어 태양광·풍력을 50배로 늘려 현재 4% 남짓인 발전 비율을 60%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하고 있다. 한마디로 공상이고 망상이다.

그걸 실현하려면 국토의 5~6%에 태양광을 가득 채워야 하는데 나라 꼴이 어떻게 되겠나. 그에 따른 환경 파괴는 어떻게 할 건가. 탄소 중립을 목표로 삼으면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태양광의 4분의 1밖에 안 되는 원자력을 몰아내려 하는 것부터가 비정상이다. 대통령이 다른 나라에 ‘한국 원전은 안전하다’고 홍보하고 다니는 것 보면 원전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음은 아는 듯하다. 오로지 한 사람의 아집 하나 때문에 온 나라, 온 국민이 대가를 치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