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검 “백운규 등 배임죄 기소”... 김오수 면담한 지검장이 막았다
입력 2021.06.28 16:40
월성 1호기 원전 조기 폐쇄를 위해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21년 2월 8일 오후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 서구 대전지방법원에 출석하는 모습. / 신현종 기자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에서는 지난주 부장검사 회의가 열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기소해야 한다’는 결론이 만장일치로 도출된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이 사건을 수사해 온 대검지검 형사5부는 부장 회의에서 ‘백 전 장관 등 3명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공통적으로 적용하고 그 가운데 백운규 전 장관과 정재훈 사장에게는 업무상 배임 혐의를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그 이유를 설명했으며, 회의에 참석한 부장검사 전원이 만장일치로 이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임 노정환 대전지검장은 28일 김오수 검찰총장을 면담한 뒤 대전지검으로 복귀해 ‘수사심의위원회를 통해 다시 논의해보자’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백운규 전 장관과 정재훈 사장에게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경우, 관련 민사 손해배상 소송의 길이 열리게 된다”며 “그 때문에 김오수 총장과 ‘방탄검사단’ 인사로 임명된 신임 대전지검장이 이를 틀어막고 있는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대전지검 수사팀은 조남관 검찰총장 대행 때부터 백 전 장관 등을 어떤 식으로 기소할지 대검에 보고했으나 이전 대검 수뇌부는 결론을 미뤄왔다.
◇수사팀 “백운규 등 배임 기소 불가피”
대전지검 수사팀은 백 전 장관 등이 2018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강행하기 위해 한수원의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했고 그 결과 한수원을 계열사로 거느린 한국전력에 손해를 입힌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팀은 또 경제성 조작으로 한전 주주들에 대한 손실보상 책임을 면제받은 정부가 이익을 봤으며 이 과정을 주도한 백 전 장관과 정 사장에게는 배임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수사팀은 지난달 이를 승인해 달라고 지난달 대검에 보고했지만, 당시 조남관 대검차장 겸 총장 대행(현 법무연수원장),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현 수원지검장)은 승인을 미루고 보완수사 지휘를 했다. 이후 김오수 총장 임명과 검찰 고위간부 인사로 대검 지휘부가 교체됐다.
지난주 검찰 중간간부 인사로 일선 차장·부장검사들의 대규모 이동이 예정된 가운데, 대전지검에서는 부장검사 회의가 열려 이 문제를 논의했고 수사팀 결론에 힘을 실어주는 결론이 나왔다.
◇노정환 지검장, “수사심의위 해보자”
노정환 신임 대전지검장은 28일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부장회의 결론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를 마친 후 노 지검장은 수사팀에 “백 전 장관 등 3명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로는 불구속 기소하되,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 검토해 보자”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예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 8조에 따르면 지방검찰청 검사장(노정환 검사장)도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소속 검찰청의 수사팀은 물론 부장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결론 내린 사안에 대해 검사장이 수사심의위를 소집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결국 기소를 늦추거나 아니면 외부 위원회에 판단을 맡겨 배임죄 관련 조금이라도 불기소 근거를 찾아보겠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앞서 채 전 비서관도 자신의 기소 여부를 외부로부터 판단 받겠다며 수사심의위원회를 신청했지만, 첫 문턱인 검찰시민위원회 단계도 넘지 못하고 기각된 바 있다. 사건 관계자가 수사심의위를 신청하면 먼저 관할 검찰청 시민위원회가 부의(附議)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 단계에서 기각됐다. 당시 시민위원들은 ‘현재 검찰 수사가 적정하다’는 취지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일각에서는 “노 지검장이 수사팀 결론을 강하게 보고했을지가 의문”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현 정권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한 노 지검장이 부장회의 결론을 적극적으로 피력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취지다. 또 주요 수사의 경우 담당 부장검사 등 수사 실무자가 직접 대검 보고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날 보고는 노 지검장 혼자 수사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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