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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행

세계 두 곳 진신치아사리 친견 천오백년 사찰서 쉼표 그리기

세계 두 곳 진신치아사리 친견 천오백년 사찰서 쉼표 그리기

  • 기자명 이동명 
  •  입력 2021.05.14
  • 지면 24면

 

[WE+] 고성팔경 제일경 금강산 건봉사
서기 520년 ‘원각사’로 창건
만일염불회 시작된 도량 의미 커
건봉사 진신치아사리 8과 봉안
스리랑카 캔시시 등 세계 두곳 뿐
수령 500여년 팽나무 반기는 곳
‘남북통일 꽃 피길’ 염원 담겨
부처님오신날 앞두고 연꽃 천지

▲ 고성 건봉사 부처님 진신치아사리

[강원도민일보 이동명 기자] 사찰은 속세와 거리를 두고 있으나 마을과 인접해 있기도 하다.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고해(苦海)를 건너고 있는 요즘,굴곡진 사연을 간직한 천오백년사찰에서 쉼표를 그리면서 불굴의 지혜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부처님오신날에 즈음해 부처님진신치아사리를 친견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 고성 금강산 건봉사 춘경

#팽나무~불이문~능파교~대웅전

불이문을 통과하기 전 수령 500여년의 팽나무가 보인다.한국전쟁 때 766칸의 사찰이 모두 불에 타서 폐허가 됐지만 불이문만 유일하게 보존됐다.팽나무가 불이문을 지켜줬다고도 하고,불이문 건물 기초석에 암각돼 있는 ‘금강저(지혜바라밀을 나타내는 상징물)’가 불이문과 팽나무를 지켜줬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팽’의 어원은 ‘피다’이다.건봉사 불이문과 팽나무는 ‘남북통일(不二)의 꽃이 피길’ 바라는 염원을 안고 서있다.

불이문을 지나 범종각을 왼편에 두고 푸릇푸릇한 경내를 걷다보면 오른편의 작은 개울에 놓인 ‘고해의 바다를 헤치고 부처님 세계로 간다’는 뜻의 능파교(보물 1336호)가 나타난다.이 다리를 건너면 십바라밀석주가 서 있다.십바라밀은 수행자가 열반에 이르기 위해 행하는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의 6바라밀에다가 방편·원·력·지의 4바라밀을 첨가한 것이다.이어 봉서루를 지나면 대웅전이 나온다.대웅전은 지난 1994년 복원됐다.대웅전 주변으로 명부전,염불원·종무소,육화당(요사채),공양간 등이 앉아있다.

1878년 4월3일 발생한 산불로 인해 조선왕실의 후원을 받으며 번창해오던 건봉사가 불에 탔다.대웅전을 비롯한 3183칸이 모두 소실됐다.범불교계 차원의 중건작업과 왕실 지원 등에 힘입어 같은해 관음전이 중창되고 이듬해 대웅전,어실각,사성전,명부전,낙서암 등이 중건되는 등 옛 모습을 어느 정도 되찾았다.1906년 최초의 근대식 학교인 ‘봉명학교’를 열었고 일제강점기 동안 운영이 계속됐다.해방직후인 1945년 10월에 ‘냉천인민학교’로 개명했다.

#극락전~소나무~적멸보궁

능파교를 건너지 않고 왼편으로 보면 최근 중창돼 삼천불 점안법회를 봉행한 극락전이 있다.대웅전보다 극락전이 더 웅장하다.대안스님은 “건봉사는 만일염불회가 시작된 아미타정토종의 효시인 아미타도량이므로 극락전이 더 크다”고 말했다.잠시 걷다 왼쪽으로 틀면 산 초입에 왕소나무가 있는데 300여년의 세월을 한결같이 같은 자리를 지키며 건봉사의 번성과 아픔을 지켜봤다.오른쪽으로 쭉 가면 템플스테이대방이 나오고 북쪽으로 더 가면 독성각과 적멸보궁이다.

적멸보궁 뒤편에 불사리탑이 있다.석가여래진신사리탑 뒤편으로 1726년에 세워진 석가여래치상탑비 등 비석이 2개가 서있으며 왼쪽으로 3과의 치아사리가 봉안된 것으로 추정되는 금강계단(불사리탑)이 있다.

5대 보궁 가운데 통도사 금강계단을 제외하고 오대산 적멸보궁(평창),설악산 봉정암(인제),정암사의 수마노탑(정선),사자산 법흥사 보궁(영월) 등 4곳은 강원도내에 위치해 있다.건봉사가 6대 보궁 으로 꼽히지 않는 것은 사명대사가 임진왜란 후인 1605년 일본에 사신으로 갔다가 왜군들이 약탈해간 통도사의 진신사리를 찾아와 본래 봉안처(통도사)와 건봉사에 나눠 보관했기 때문이다.

진신치아사리는 스리랑카 캔시시(3과)와 건봉사(8과)에만 봉안돼 있다.치아사리 5과는 염불원·종무소 옆 별도의 공간에서 일반인이 친견할 수 있다.민간인 출입이 금지되던 1986년 6월,7명의 전문도굴단이 ‘대학사적지조사단’이라고 속이고 찾아와 12과의 치아사리를 모두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행동책이 보관하던 8과는 돌아왔으나 공범들이 갖고 있던 4과는 찾지 못했다.

현담 주지스님은 “아직 부처님 진신치아사리가 건봉사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분이 많다”며 “이곳에 오면 신묘한 힘을 가진 진신사리를 볼 수 있고 마을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조용하게 산책을 하기도 제격이다”라고 했다.

# 연꽃의 중심,등공대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사찰은 온통 연꽃(연등) 천지다.팽나무 앞쪽의 개울에 놓인 연화교를 건너서 공양간과 해우소 사이를 지나 등공대로 갈 수 있다.남북통일을 기원하는 조형물인 ‘원불이(願不二) 진또배기’를 지나 등공대 진입로가 나온다.인근에는 사명대사가 700명의 의승군에게 몸을 씻게 해 질병을 막았다는 전설을 간직한 ‘장군샘(냉천약수)’이 있다.

서기 520년 아도화상이 ‘원각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건봉사는 758년 발징화상이 만일(27년5개월)동안 쉼없이 수행하는 염불도량으로 중창됐다.‘염불만인회’는 염불수행을 통해 살아서는 편안한 생활을 누리고 죽어서는 극락왕생할 것을 기원하는 법회이다.발징을 비롯한 정신,양순 등 31명의 스님이 함께 염불을 드렸고,1820명의 신도들이 시주 등을 통해 참여했다고 한다.787년 31명이 아미타여래의 가호로 극락정토에 왕생했고,훗날 신도들도 극락왕생했다고 전한다.염불만일회에서 만일째 되는 날 회향법회를 한 곳이 등공대이다.등공(謄空)은 육신이 살아있는 그대로 허공으로 날아오르면서 몸은 벗어던지고 마음만 연화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등공대에 오르면 아름다운 주변경치가 한 눈에 들어오는데 그 모양이 연꽃같다.등공대는 연꽃의 꽃술(중심부)에 위치한다.등공대는 현재 민통선 내에 위치해 있어 사찰을 통해 군부대의 허가를 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이동명

 이동명 ld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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