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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외국인 노동자 집단감염에…일손 못 구한 농민들 '발 동동'

외국인 노동자 집단감염에…일손 못 구한 농민들 '발 동동'

매일신문 배포 2021-06-09 17:09:44 | 수정 2021-06-09 20:41:34

 

1만명 필요한데 2천여명 뿐…일당도 한달 새 '13만원→17만원'
창녕 마늘·양파 제철 수확 못 해

창녕군 대지면 들녘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마늘수확작업을 하고 있다. 손흥태 기자

경남 창녕 농민들이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에 어느 때보다 힘겨운 농번기를 보내고 있다.

마늘과 양파 수확으로 한창 바쁜 시기에 일손을 덜어줄 이주노동자들이 대거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심화되는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 등에 신음하고 있다.

9일 창녕군에 따르면 지역의 A외국인식당과 관련한 확진자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18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온 가운데, 17명이 A외국인식당 관련 확진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써 해당 식당과 관련해 확진 판정을 받은 이는 84명으로 늘었다.

이처럼 확산세가 커지고 있는 것은 이들 대부분이 마늘·양파 수확 일을 하러 전국에서 모여든 이주노동자들로 모두 모텔이나 원룸 등에서 단체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집단 감염에 농민들은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호소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창녕군지부는 "이달 말까지 인력이 1만명가량 필요하지만, 실제 확보한 인력은 2천800여 명에 불과하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외국인 인력 확보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더욱이 인력 확보가 어려울수록 인건비가 계속 올라 마늘·양파 수확을 시작한 지난달 초 13만원 수준이던 일당이 최근에는 17만원으로 급등했다.

창녕의 한 농민은 "수확철에 제대로 수확을 못 하면 1년 농사를 망칠 수 있다. 최근 잦은 비로 뿌리가 썪거나 마늘쪽이 벌어져 상품성도 떨어지고 있는데 인력도 못 구해 이래저래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번 외국인근로자 집단감염과 관련, 방역당국이 이주노동자들의 불법체류 여부와 관련없이 익명으로 진단검사를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민들은 "대다수 외국인 노동자가 불법체류자라서 방역당국이 진단검사를 의무화해도 검사를 받지 않고 숨는 사례가 많다"며 "이럴 경우 제대로 된 확진자들의 동선을 파악하기 쉽지 않은 만큼 이들 노동자가 안심하고 검사를 받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흥태 기자 hts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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