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동사과 못 먹나요?…치료제 없는 무서운 질병 덮쳤다 [강진규의 농식품+]
입력2021.06.08 05:00 수정2021.06.08 06:53
사진=뉴스1
나무가 타버린 듯 말라죽는 과수화상병이 전국 사과농가를 덮쳤다. 국내 최대 사과 생산지역인 경북 안동과 충남 예산까지 질병이 퍼지면서 방역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과수화상병은 별다른 치료제가 없어 발견 즉시 나무를 매몰해야한다. 공급 감소로 인한 사과 가격 급등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위기의 안동 사과
7일 농촌진흥청은 경북 안동시청 소회의실에서 과수화상병 예찰․방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었다. 전날 안동시 길안면 한 사과 농장에서 키우는 사과나무 170그루 중 한 그루에서 과수화상병이 발병해 매몰한 직후였다.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은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검역본부, 국립종자원, 경상북도 관계자와 함께 방제 대책을 논의했다.
농진청이 이곳에서 긴급 회의를 연 것은 경북이 대표적인 사과 주 생산지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북은 사과 재배 면적이 1만8705ha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재배면적(3만1598ha)의 59.2%를 차지한다. 안동의 사과 재배 면적은 2968㏊로 경북 문경 예천 봉화 등과 함께 주산지로 꼽힌다. 이런 곳에서 지난 4일에 이어 이틀만에 두번째 발병 사례가 보고되자 긴급 회의를 개최한 것이다.
허 청장은 "모든 관계기관의 역량을 총동원하여 과수화상병 확산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농가들의 방역 참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이 과수화상병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농진청 제공.
과수화상병은 240년 전 미국에서 처음 발견된 과수 질병이다. 1780년 미국 뉴욕 허드슨밸리 근처 과수원에서 의심 증상이 포착됐다. 사과 배 모과나무 등 과일 종류를 가리지 않고 발병했다.
국내에서는 2015년 경기 안성의 배농가에서 처음 발병했다. 당시 농진청은 다각도로 역학조사를 했지만 발병 원인은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수화상병 발생 농가는 2016년 17곳에서 2017년 33곳, 2018년 67곳 등으로 서서히 증가하다가 지난 2019년 188곳으로 크게 증가했다. 피해가 가장 심했던 작년에는 744농가에서 발생해 394.4ha 규모의 과수원이 폐원됐다.
올해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 농진청은 작년보다 과수화상병 발생 시기가 앞당겨졌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작년에는 5월 중하순부터 발병이 시작됐지만 올해는 4월말~5월초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기준 기준으로 지금까지 전국 231개 농가 108ha가 피해를 입었다. 경북 안동 외에도 사과 주산지로 꼽히는 충남 예산에서도 과수화상병으로 사과 나무를 매몰했다. 충북 충주·음성·제천, 충남 천안 등에서는 동시 다발적으로 발병 사례가 나오고 있다.
치료법 없어…올 추석 '金사과' 예고
과수화상병 발생 모습. 자료=농진청.
문제는 과수화상병을 치료할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는 것이다. 의심 증상을 나타내는 나무가 있으면 바로 파묻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발견이 늦어지면 급속도로 확산해 과수원 전체를 매몰해야 할 수도 있을 정도로 무서운 병이다.
병을 옮기는 매개체도 확실하지 않다. 사람, 꿀벌 등 곤충은 물론이고 바람과 비를 통해 옮겨진다는 분석도 있다. 농촌진흥청이 올해 초 과수화상병 방제 매뉴얼을 마련했지만 병균이 나무에 달라붙는 것을 막는 수준이다. 이미 전염된 뒤에는 치료 방법이 없다.
과수화상병 확산세는 당분간 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과수화상병은 25~27도에서 급격히 확산되기 때문이다. 기상과 방제 상황이 악화될 경우 올해 1000곳이 넘는 농가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사과 가격 급등세도 우려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7일 기준 후지 품종 사과 10kg의 가격은 6만3640원으로 작년 동월 대비 2.2% 올랐다. 지난해 저온 피해 영향으로 열매가 급감해 가격이 대폭 뛰었던 것을 감안해 지난 5년간의 평균 가격과 비교하면 47.0% 높은 수준이다. 과수화상병이 확산해 질병에 따른 공급 감소까지 더해지고 있어 올해 추석 무렵엔 사과 가격이 ‘금값’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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