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의 영화 속 음식이야기] 섭식장애 심각성 다룬 영화 '투 더 본(To the Born)'
매일신문 배포 2021-05-26 14:38:15 | 수정 2021-05-26 19:59:48
모든 음식 거부하던 소녀, 엄마 품에 안긴 채 우유를 먹는다
영화 '투더본' 한 장면
전 세계적으로 거식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SNS에서 거식증을 동경하는 '프로아나(pro-ana)'가 유행하면서 영국에서 2019년도에만 약 2만명에 달하는 섭식 장애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보건당국은 홈페이지에 2019년도에 약 2만명이 섭식 장애로 입원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나칠 정도로 마른 몸매를 추구하며 무작정 굶거나, 먹고 토하는 것을 반복한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큰 주목을 끌었던 영화 '투 더 본'(To The Bone) 의 작품도 이와 같은 섭식 장애의 심각성을 다룬 영화로, 최근 미국,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다.
영화 '투더본' 한 장면
◆섭식 장애의 일상을 다룬 영화,'투 더 본'
식욕, 성욕, 수면욕 이 세 가지는 인간의 3가지 기본적인 욕구라 한다. 다시 말하면 이 세 가지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 되어야만이 그 다음 인간으로서의 '창의적인 활동'들이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 사람에 따라 주변 혹은 세계에 대한 저항의 방법으로, 또는 자기의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욕구라 할 수 있는 '식욕'을 무기로 자신을 학대한다.
처음에는 간단하게 시작한다. 아빠가 내가 원하는 장난감을 안 사줘서, 짝사랑하는 남자친구한테 이뻐 보이려 살을 빼기 위해서, 엄마 아빠의 이혼, 더 나아가서는 내가 생긴 모습까지 마음에 안 든다. 그래서 처음에는 음식을 자의적으로 거부한다
나중에 나의 의지로는 더 이상 어떻게 손을 쓸 수 없는 섭식장애의 일종인 '거식증'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폭식증이든 거식증이던 우리의 신경이 몸에서 일으키는 반응 기저는 같다고 한다. 먹자말자 토하는 것이나 음식을 먹은 뒤 바로 화장실을 가 설사를 하는 것 역시 섭식 장애의 한 종류라 할 수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섭식 장애가 거식증일 뿐이다.
중학교때까지만 해도 '세상의 모든 여자에게 다이어트는 평생의 숙제다'라고 이야기 한 사람은 남자일 것이라 나는 생각했다. 남자들 시선에서 조금은 말라 보이는 듯한 모습이 가냘프고 그래서 보호 본능을 일으켜 쓰러져 가는(사실은 쓰러져 가는 척 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나'를 일으켜 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말을 한 이가 '반드시' 남자일지는 모르겠다.여기에서부터 오늘의 영화 "To the Born"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 '투더본' 한 장면
◆앨런의 그림을 보고 자살한 한 소녀.
남들이 보기에는 시체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앙상해 핏기라고는 전혀 없는 학생들이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결국에 병원이 아닌 가정집 분위기의 클리닉이란 이름의 한 곳으로 모인다. 그곳은 이전의 병원에서의 강압적인 분위기는 찾아 볼 수 없다. 다만 몇 가지 규칙, 식사시간엔 식탁에 앉아 있는다, 식후 30분간 화장실 출입 금지, 외부 문물과의 통신 금지. 단, 이곳의 규칙을 잘 따라서 포인트를 차곡차곡 쌓는다면 그에 합당한 댓가도 물론 주어진다.
영화에서는 대부분의 거식증 환자와 폭식증 환자 한 명이 나온다. 그 대부분의 무리 중에 멋진 청년도 하나 있다. 발레를 하던 청년인데 청소년 시절 충분히 잘하고 있는 자신을 채찍질하며 더 훌륭한 발레니노가 되기 하게 위해 스스로를 몰아 붙인게 화근이 되었다. 그 뒤 음식을 거부하며 세상과의 단절된 삶을 살던 그 청년은 '현실'이라는 세상과 어느 정도 타협을 한 뒤라 꽤 명량하게 그곳 생활을 즐긴다.
영화의 주인공 앨런은 그림을 즐겨 그린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며 드로잉이다. 앨런은 자신의 변해가는 신체가 어떤지 보라며 자신을 그린 그림, 자기 내면을 그린 그림들을 블로그에 올리길 추천한 친엄마는 이러한 행동들로 자신을 돌아보고 아이가 제자리로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돌아 오길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앨런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그림들을 봐 오던 한 소녀가 앨런의 그림 때문에 자살을 했다며 자살한 소녀의 부모가 보내준 자살한 소녀의 사진 한 장은 앨런이 떨쳐 버리고 싶어 우주 밖으로 쏘아버리고 싶던 화살은 다른 곳을 돌아 다시금 자신의 가장 아픈 곳을 파고 들었다.
영화 '투더본' 한 장면
◆식이장애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
여러 가지 잡동사니 고철들이 섞여 용광로 속 뜨거운 열을 이기지 못하고 모두 액체가 되어 흘러내리듯, 그녀에게 거식증은 단순한 한두 가지의 사건들로 파생된 결과들은 아니다.
모든 것들을 삼켜 버릴 듯한 용광로와 같은 심장 속으로 가해지는 외부의 모든 충격들로 거식증의 강도를 더해갈 뿐이다. 스스로 자신의 손으로 팔의 굵기를 재고, 만족하지 못하면 척추뼈가 앙상하게 드러날 정도로 윗몸 일으키기를 해, 자신이 먹은 만큼의 열량을 소모해야만 하는 항상 되돌이표와 같은 생활을 반복할 뿐이었다.
이런 앨런에게 담당의사인 '윌리암 베컴'은 이름을 바꾸는 등 주변 생활환경의 변화에서부터 점차 그녀의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려 애썼다. 하지만 그는 이전의 의사들과는 달리 '너에게 의지가 없는 이상 나는 너를 도와 줄 수 없다'라고 단호히 말 하고, 일어서서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조차 보려 하지 않는다. 순간의 폭주를 참지 못한 그녀는 짐을 싸 무작정 친엄마를 만나러 간다.
병원에서 나올 때 마다 새엄마의 집 한 귀퉁이의 먼지를 털어내고 자신의 방이 되듯 불안정한 정서적 요소를 심어주기만 했던 곳과 달리 그곳 역시 집안에 그녀가 머무를 공간은 없었지만 주황색 따뜻한 난로의 불빛과 홈스테이용 작은 천막은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준비된 듯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누는 엄마와의 처음이어서 낯설지만 반드시 이야기하고 가야할 것들을 엄마는 진심으로 이야기 한다. 혹여나 도움이 될까 싶어 아기 때 우유를 데워 젖병에 담아 오기까지 한 엄마, 그런 엄마가 대답 없는 그녀의 곁에서 일어나 뒤를 보이려 할 때 그녀는 진심으로 'mom'을 부른다. 그리고 그때처럼 우유를 먹여 달라고 부탁한다.
황량한 들판 위, 작지만 포근한 천막 안에 엄마의 품에 안긴 채 우유를 먹는 소녀가 있다. 그 소녀는 세상을 거부하지도 음식을 거부하지 않는다. 더 이상 자신을 혐오하지 않는다. 그곳은 마치 엄마의 태반처럼 고요하고 따뜻했으며 안락했다.
'To the Born'이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미 태어나 살고 있는 피상적인 삶이 아닌 자신 본연의 원초적이고 태생적이며 근원적인 '태어남'이라고 불러야 할까.
황량한 흙바닥에 한 손으로 쥐면 바스락 소리를 내며 금방이라도 바스라져 버릴 그녀의 육체를 마주한다. 그리고 마침내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띄우며 영화는 끝난다.
정다운 베이킹 스튜디오 <쿠키공장by준서맘> 원장
에그 베네딕트
이 영화는 그다지 음식이 나오지 않는다. 섭식장애를 다룬 영화이니 당연할 것이다. 그래서 오늘의 레시피는 외국 조식 음식 중 들어 봄직한 '에그 베네딕트'를 포함한 사진 몇 장으로 대신 할까 한다. 에그 베네딕트는 수란을 만드는 것을 제외하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없다. 포인트가 있다면 젓가락 등을 이용해 수란을 만들 냄비의 물이 끓을 때까지 계속 한쪽방향으로 세게 저어 주다가 냄비 속 물에 회오리가 치는 순간 계란을 탁! 그리고 수란이 많이 퍼지지 않도록 냄비 가장자리를 천천히 계속 저어 주며 거의 흰자만 다 익었을 무렵 식용유를 살짝 바른 바닥에 구멍이 있는 국자로 떠 올리면 된다.
에그 베네딕트
특집부 weekl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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